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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지 못할 선
김영환 2007년 05월 21일 (월) 09:55:11
남북한간을 마지막으로 통행한 열차가 비무장지대(DMZ)에서 녹슬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열차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 는 염원을 지닌 분단의 상징으로 자리 매김되었습니다.

2007년 5월17일 남북한의 열차가 300명을 싣고 경의선과 동해선을 통하여 남북한을 내왕했습니다. 역사적인 사건이었습니다. 그러나 통일부 장관이 말한 것처럼 남북한의 위대한 승리의 역사는 아닌 듯 합니다. 탑승자였던 백낙청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상임대표는 "이렇게 쉬운 것을 그 동안 못했던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답니다. 그 쉬운 일은 그토록 오래 기다려 한 것,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로 분단 50여 년 만에 열차 한 번 오간 것이 위대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위대하려면 자랑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오랜 분단이 자랑일 수 없습니다. 국민들도 북측의 변덕에 진이 빠져 벅찬 기쁨이 줄어들었습니다.

지금 남북한 간을 살펴보면 사람이 연간 10만 명씩 내왕한다고는 하나 지극히 통제된 회랑(回廊)을 경유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거의 일방적인 남측의 내왕입니다. 금강산관광이 특히 그렇지요. 변화의 원동력이 될 북한 주민들에게 변화의 바람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그러나 독일은 통일되기 전에도, 동서독주민은 상호 방송을 시청했고 서신교류와 전화통화는 물론 연간 수백만 명이 내왕했습니다. 그런데 분단 반세기의 우리는 상호가족방문은커녕 서신교환도 불가능하고 상설면회소도 없습니다. 그래서 외국의 저명한 다큐멘터리 채널이 압록강변에서 극히 짧게 만난(萬難)을 무릅쓰고 이루어지는 남북한 가족들의 눈물겨운 상봉을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실정입니다. 그러니 궁여지책으로 안 하는 것보다 나으니까 적십자가 화상상봉이라는 걸 만들었는지 모르지만 이는 첨단 IT시대에 인도주의를 위한 비인도의 역설같습니다. 인원도 제한되어 있습니다. 한마디로 못난 남북한을 세계에 폭로하는 꼴입니다.
이번 열차왕복에는 좌파인사들이 다수 초대되어 '코드열차'라는 비판도 받았지요. 전.현직 고관들은 개통의 공적을 과시하고 싶어서 얼굴을 디밀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탑승자를 선정할 때 당연히 분단의 고통이 가장 심한 고령의 실향민을 최우선 배려해야 했을 것입니다.

동해선에 탑승했던 건설교통부장관은 철도연결이 가져올 여러 가지 부푼 꿈을 말했지요. 그러나 열차가 뚫리면 한국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섬나라 영국까지 갈 수 있다는 것은 세계지도를 보는 초등학생이라도 다 알 것입니다. 그게 뚫리지 못하고 있으니까 문제지요. 1회성 관통에도 7년이 걸린 것은 진정한 의미의 남북한 인적교류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웅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객차보다는 화물열차들이 먼저 달릴지 모릅니다.

이번에 통일부 장관은 어느 특강에서 국민들이 통일 위해 한 게 뭐가 있느냐는 식으로 발언 했다지요. 국민들은 반문하고 싶을 것입니다. 그럼 장관은 무얼 하셨는지. 남북 화해는 2000년 평양 6.15선언에 적시되었고 그 전의 물꼬는 박정희 시대인 1972년 7.4 남북한 공동성명에서 나왔습니다. 이벤트처럼 들쭉날쭉 하는 남북관계는 근본적인 관계개선이 아닙니다. 물론 넘지 못할 선을 한 번 넘었으니 앞으로도 우리가 통사정하고 대가를 주면 가끔 열릴지 모르지만.

이번 열차개통에 5,454억 원이 들었고 1995년 이후 남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단체가 북한에 지원한 금액은 대략 7조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 돈 어디서 나왔나요. 이번에 남북한 왕복열차에 탑승하신 분들 중 승차료 내신 분 계신가요. 남한이 북한에 주는 시멘트이건 쌀이건 비료이건 그 비용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은 모르십니까. 장관 사재(私財) 턴 게 아닙니다.
필자는 통독을 이룩한 헬무트 콜 서독총리가 동베를린에서 드 메지에르 동독총리 옆에 앉아 서독의 경제력이 독일통일을 이룩하게 한다고 확언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아무리 감격에 겹다 해도 딛고 있는 땅을 내려다보고, 넘지 못할 말의 선(線)은 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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