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박상도 맞장구
     
강용석 의원은 왜 그럴까
박상도 2011년 12월 12일 (월) 02:12:24
강용석 의원의 얘기가 요즘 기사에 많이 오르내립니다. 사건의 발단은 작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아나운서가 되고 싶은 여대생들에게, ‘되고 싶으면 다 줘야 하는데..’에서 일이 시작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일류대학을 나오고 그 어려운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국회의원 배지까지 단 사람이 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 민망한 언행이었습니다. 그런 그가 이제는 싸움닭처럼 사사건건 안 끼는 곳이 없습니다. 개그맨 최효종 씨를 ‘국회의원 집단 모독죄’로 고발을 했다가 취소했는가 하면, 안철수 부부를 고소하기도 했고, 모교인 서울대 교무처장을 고소하기도 하였습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살면서 한 번도 겪어 보고 싶지 않은 고소 고발을 짧은 시간에 이리도 많이 해내면서 이제는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창에 ‘강’만 쳐도 강호동 바로 아래에 강용석이라는 이름이 나오는 지경에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메이저급은 아니지만 각종 매체에서 토론의 패널 또는 인터뷰이로 활동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평론가인 진중권 씨와 끝장토론에서 한 판 붙자고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물론 진중권 씨는 특유의 입담으로 ‘차라리 나를 고소하라’며 일축해 버리고 있습니다만 세상 일은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쯤에서 궁금해지는 게 있습니다. 바로 ‘무슨 이득이 있어서 강용석이라는 사람은 이렇게 계속 들이대는 것인가?’하는 점입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의 언행이 세상에 부끄러워서라도 없는 듯 자중하면서 살게 될 것 같은데 도대체 왜 이렇게 계속 이슈를 만들며 주목을 받으려고 할까?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에서 ‘Publicity(홍보)’에 대해 흥미로운 연구를 한 것이 있어서 에둘러서 그 답을 해 볼까 합니다. 홍보에 대한 격언 중 ‘Any publicity is good publicity (좋고 나쁨을 떠나서 모든 홍보는 좋은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홍보는 말 그대로 널리 알리는 것입니다. 즉, 지명도를 높이는 것이 홍보인데 거기에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 있었던 사건 하나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2001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방송장비쇼에 전시될 예정이었던 삼성전자의 63인치 PDP TV가 도난당한 일이 있었습니다. 안 좋은 소식이었습니다. 국내외 주요 뉴스에 세계 최초로 개발된 63인치 평면TV의 도난 사실이 보도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걱정했습니다. 그런데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이 도난 기사로 거의 모든 우리나라 사람들이 삼성 전자가 세계 최초로 63인치 PDPTV를 개발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방송사 메인 뉴스를 통해 ‘도난’사실이 보도되면서 ‘세계 최초 개발’이라는 사실도 자연스럽게 알려지게 된 것이죠. 이와 같이 안 좋은 소식이 홍보에 도움이 되는 경우는 의외로 많습니다.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를 정리하면 간단합니다. 첫째는 인지도가 없는 사람에게는 안 좋은 소식이건 좋은 소식이건 상관 없이 홍보면에서는 좋은 효과가 있다는 것입니다. 강용석 의원이 좋은 예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강용석이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의 지역구가 마포라는 것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둘째는 인지도가 있는 사람에게는 안 좋은 소식은 좋은 홍보효과를 주지 않는다는 겁니다. 다만, 이 경우에 인지도가 있는 사람과 관련된 제품에는 좋은 홍보효과가 기대된다고 합니다. 컨츄리꼬꼬의 신정환이 원정 도박을 하다가 국내로 소환되어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할 때 입었던 외투가 회자된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Moncler라는 프랑스 상표의 스포츠웨어인데, 이제는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비슷한 경우가 꽤 많습니다. 신정아 사건 때 ‘스티브 맥퀸’이라는 상표가 널리 알려진 예도 있었고 린다 김 사건 때는 그녀가 검찰에 소환될 때 썼던 유명 디자이너의 선글라스가 품절 사태를 빚기도 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나쁜 짓을 한 사람은 용서할 수 없지만 그들이 착용했던 명품은 사랑하게 되는가 봅니다.

다시 강용석 의원에 대한 얘기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강용석 의원은 이제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리는 데에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의 행보입니다. 여성 아나운서를 폄훼한 발언으로 국회에서 제명 논의가 있었을 만큼 그는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는 데까지 명예가 실추되었습니다. 더 이상 손해볼 것이 없는 사람은 용감해집니다. 여기 저기 유명인들에게 딴지를 걸고 개그맨을 고소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계속적으로 노출시킵니다.

이러는 와중에 자신의 가족을 등장시켜 자신이 평범한 가장이며 쿨한 아빠임을 자연스럽게 노출합니다. 조금 있다가는 개그맨 최효종 씨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며 ‘미안하다. 소주나 한 잔 하자’라며 대인다운 퐁모를 과시합니다. 케이블TV에 출연해서 자신을 적극적으로 노출시킵니다. (여기까지는 지금까지 그의 행보입니다. 그럼 이후에 일어날 시나리오를 예측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과정에서 일부 시청자들에게 ‘멀쩡하게 생겼네’ 혹은 ‘잘생겼네’ 더 나아가 ‘잘 생겼는데 공부도 잘했더구먼’이라는 애기를 듣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결정적인 한 방 즉, 자신이 어린 시절에 너무나 불우했는데 눈물나는 노력으로 이 자리까지 왔노라 내지는 아내와 생사를 넘나드는 지고한 사랑을 했다는 등의 인간적인 감동의 스토리만 나와준다면 사람들은 ‘사람이 한 번 실수할 수도 있지. 알고보니 괜찮은 사람이네’라며 그를 오히려 위로해 주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을 겁니다. 악인이 선량한 사람으로 둔갑하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언론인이라면 취재 대상의 속셈을 읽을 줄 알아야 합니다. 노련한 평론가인 진중권 씨가 “차라리 나를 고소하세요”라고 일갈한 그 말의 행간을 읽을 수 있어야 합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0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