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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룡 꿈
임종건 2012년 01월 09일 (월) 01:17:51
올해 임진년은 그냥 용띠의 해가 아니라 흑룡띠의 해라고 합니다. 개인에게나 국가에게나 대운(大運)을 가져올 수 있는 해라고 합니다. 국내적으로나 국제적으로 큰 정치적 변화는 이미 예고돼 있습니다. 이왕 그런 해에 꾸는 꿈이라면 남북한이 손을 잡고 세계사의 주역으로 나아가는 대박의 꿈이 어떻겠습니까. 내가 꾸는 꿈의 대강은 이렇습니다.

“북한의 젊은 지도자 김정은이 ‘영군(英君)’의 자질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포악한 독재자였던 김정일의 셋째 아들인 그가 집권과정에 수많은 중신들과 형제들을 살육해 유혈이 낭자했던 조선왕조 태종 이방원의 셋째 아드님인 세종의 자질을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김정일이 정은을 후계자로 삼을 때 태종을 벤치마킹한 덕인듯합니다. 태종이 세자책봉까지 했던 장자 양녕대군을 한량기가 있다 하여 세자에서 폐하고, 어질고 학문을 좋아하던 셋째 충녕대군(훗날 세종)을 세자책봉했듯이, 놀기 좋아하는 장남 김정남을 밖으로 내보내고, 스위스 유학도 다녀오고 성격이 얼굴처럼 둥글둥글한 셋째 정은을 후계로 삼았습니다.

세종이 즉위했을 때 나이가 22세였습니다. 27세(29세 설도 있음)의 정은은 세종과 같은 20대 청년집권입니다. 세종은 세자 책봉후 4년동안 태종으로부터 후견을 받다가 태종의 승하(昇遐) 후에 즉위했는데 김정일이 2008년 중풍을 맞은 후 후계를 본격화했으므로 후견 기간도 엇비슷합니다.

이처럼 ‘공화국’에서 세종같은 어진 임금이 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뜻을 알아챈 정은은 ‘세종실록’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극진한 애민정신으로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의 치적을 배울수록 정은의 가슴엔 흠모의 정이 넘쳤습니다.

한자를 모르는 백성들도 뜻을 펼 수 있게 하기 위해 한글을 만들었다는 훈민정음의 서문을 통해 한글제정의 큰 뜻이 백성들 사이의 ‘소통’이라는 것을 깨달은 뒤 공화국에서 지도자와 백성 간에, 백성과 백성 간에 말과 글로 소통이 되고 있는가를 생각했습니다.

정은은 할아버지, 아버지가 6·25 전쟁과 공산혁명을 치르면서 너무나 많은 사람을 억울하게 죽게 했고, 그런 원죄 속에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백성들을 가두고, 입에 재갈을 물리고, 귀와 눈을 너무 오랫동안 틀어막아 세종의 소통정신과는 담을 쌓았음을 깨달았습니다.

정은은 자기 희생적인 결단이 없이는 앞뒤가 꽉막힌 이 상황을 돌파할 수 없다고 판단, 먼저 국가지도자의 종신제를 폐지키로 합니다. 당장 자유총선거를 실행하기는 경험도 없고 하니 현재방식으로 선출되더라도 권불10년에 맞게 10년만 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정은은 명색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인데, 민주도, 인민도, 공화도 없는 왕조권력으로 100년을 간다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중동의 재스민 혁명이 10년~40년 장기집권에 대한 백성들의 항거였음을 주의깊게 살피고 난 뒤의 결론이었지요.

세습제를 버리니 핵무기에 대한 생각도 정리됐습니다. 핵무기는 부조(父祖)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입니다. 그것을 생각하면 때론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원자력발전소 하나 없이 영변의 원자력연구소의 소형 연구용 원자로를 수십년간 돌려 근근이 추출한 플루토늄을 모아서 몇 개 만들었던 거지요.

정은도 그로 인해 공화국이 국제사회로부터 받은 압박과 설움, 백성들이 받고 있는 굶주림의 고초를 생각하면 분노가 치밉니다. 하지만 북한이 핵무기를 버리지 않으면 남한은 물론 서방국가들로부터 돈이나 기술을 얻어 쓸 수 없지요. 돈도 기술도 없으니 물건을 제대로 만들 수 없고, 만들어 보았자 서방의 부자나라 시장에는 내다 팔 수가 없습니다.

미국이 태도를 바꾸어 ‘좋다, 아무나 다 핵무기를 가져라’고 한다면 지구는 순식간에 핵무기 보유국들로 가득 찰 것입니다. 40기 이상의 원자력발전소에다 핵연료 재처리 및 농축 기술, 운반수단까지 갖고 있는 일본은 이미 핵보유국이나 마찬가지입니다.

20여기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6위의 원전 강국인 남한을 포함해 원자력발전소를 갖고 있는 모든 나라들이 핵보유국이 되면 북한의 핵무기가 대단할 것도 없겠다는 인식에 도달한 거죠. 핵무기란 게 갖고 있어야 쓸 수도, 팔 수도 없고, 보관도 어렵고, 알아 주는 사람도 없고, 제재만 많은 무기임을 알게 된 거죠.

물론 저항이 거셌지요. 핵이 없으면 미제국주의 세력이 남한을 앞세워 쳐들어 올거라고 군인 무리들이 협박했지요. 고모 김경희는 백성들이 우리 일가를 죽이려 들것이라고 눈에 핏발을 세웠구요. 부조의 뜻을 거스르는 불효라고 그의 효심을 건드리기도 했습니다.

그때 정은이 말했지요. 할아버지 때 남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선언’을 했잖아요? 핵무기도 유산이지만 비핵화도 유산이 아닌가요? 핵무기를 놔두고 백성을 배불리 먹일 수 있는 방안을 말해보세요. 정은의 말에 아무도 대꾸를 못했습니다.

내친 김에 전국에 세워진 4만개가 넘는다는 할아버지 동상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만수대 언덕의 하나만 기념으로 남기고 모두 헐어, 녹인 구리를 전선 만드는 데 쓰겠다고 선언합니다. 집집마다 안방에 걸어 놓은 김일성·김정일 사진 대신 친부모 사진을 걸게해 백성들에게 인륜을 돌려주었습니다.

금수산 궁전의 두 부조의 시신도 혁명열사릉에 묻어 전래의 방식대로 흙으로 돌아가게 하기로 결정합니다. 러시아의 레닌, 중국의 모택동, 베트남의 호치민 정도가 그런 식으로 안치되어 있지만 부자 두 사람을 안치한 것은 북한뿐입니다. 정은은 자신까지 죽어서 그 옆에 눕게 될 것을 생각하면 끔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은은 마지막으로 스위스 유학 시절에 맛본 자유, 평화, 풍요를 회상하면서 통일된 한반도를 스위스처럼 영세 중립국으로 만들자고 남한에 제안합니다. 해방 후 67년만에 북한이 맞이한 흑룡 해의 봄은 그렇게 오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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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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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영 (175.XXX.XXX.170)
꿈은 이루어 진다!
많이 듣던 말이지요. 정말 님의 꿈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금융가들이 왜 공적인가라는 오래된 글에 오늘에야 답글을 올렸습니다.
새해 복많이 받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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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29 14:10:00
0 0
drypen (211.XXX.XXX.167)
옛새해에 복많이 받으십시요. '금융이 公敵'인가라는 글에 예리한 댓글을 주셨군요. 복잡한 금융얘기를 감만 가지고 쓰다보니 날림의 글이 됐습니다. 금융을 탓할 게 아니라 금융산업을 악덕으로 이끄는 보다 거대한 음모가 있다는 말씀 맞는 지적이십니다. 저는 인간의 삶의 원형이 농경사회에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곤합니다. 땀흘려 일한 대가로 살아가는 인간형 말입니다. 돈으로 돈을 버는 활동도 필요하겠지만 땀흘려 돈을 버는 것보다 그것이 더 대우를 받는 것은 뭔가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막스의 얘기와 같아지나요? 아무튼 금융이 너무 비대해졌어요. 로비력도 엄청 강해졌구요.

두번 메일을 보냈었는데 받으셨는지요? 만나서 옛날 얘기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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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2 23: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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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lsy (58.XXX.XXX.219)
7 withuscha@hanmail.net 차성천 2012-01-11 19:02:04 답변하기 O

그럴듯하게 각색한 내용인데 정말 이렇게 소리없이 서로 이해와 소통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흑용의 해가 과연 어떤 모습으로 닥아 오는지요.잘 읽었습니다.


6 idaero@hanmail.net 이대로 2012-01-11 12:13:52 답변하기 O

임 선생님 잘 읽었습니다. 김정은이 세종처럼 백성을 생각해서 개혁 개방하고 세종처럼 자주 국가를 만들 생각으로 중국보다 남한과 몰래 내통하면서 진짜 통일할 준비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정일이 모든 것은 끝났다. 공산주의는 안 된다. 남한 체졔가 좋았다면서 개방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합니다. 오는 1월 28일 임 교수님 덕분에 지난해 모든 일이 발 되어 모임을 합니다. 그날 꼭 뵐 수 있기 바라며... 이대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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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2 21:25:36
0 0
utopco (116.XXX.XXX.171)
남과 북, 우리 모두가 바라면 그 꿈은 현실이 됩니다.
금년 말에 북도 변해있고 남도 그런 꿈을 가지신 분이 통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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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0 11:19:43
0 0
임종건 (58.XXX.XXX.219)
모두가 바라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씀, 그것이 바로 저의 생각입니다.
그 꿈이 아무리 실낱같다하더라도 말입니다.공감해 주신 것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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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12 22:18:47
0 0
정구선 (59.XXX.XXX.173)
김정은이 정말 이런 꿈을 꾸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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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1-09 11:13:56
1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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