酷稅無民(혹세무민) 될라

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홈 > 연재칼럼 | 김홍묵 촌철

酷稅無民(혹세무민) 될라

김홍묵

2007년 05월 25일 (금) 09:43:06

니콜라 사르코지가 대통령이 된 프랑스에선 요즘 나라를 등지고 외국으로 떠났던 부자들이 도로 귀국하는 현상들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조국애가 발동해서가 아니라 세금을 대폭 낮추겠다고 공약한 사르코지가 당선됐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올해 초 소득세ㆍ부유세 등 세금이 소득의 60%가 넘지 않도록 하는 세금 상한제를 도입했습니다. 사르코지는 이 상한선을 더욱 낮춰 세금 총액이 소득의 50%를 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고 상속세도 완화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세금이 지긋지긋해서 못 살겠다” 하면서 지난해 말 스위스로 이사했던 국민가수 조니 알리데, 대통령 선거전 초반부터 사르코지를 지지해 온 그는 대선 직후 귀국 의사를 밝혔습니다. “사르코지가 제시한 정책은 나처럼 프랑스를 떠난 사람들을 다시 돌아오게 할 것”이라는 게 그의 변입니다.

1990년대 말 벨기에로 떠났던 BO그룹 대표 드니 페르도 귀국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90년대 말에는 부유세ㆍ소득세 등 내야 할 세금이 연봉의 세배에 달해 세금을 내기 위해 재산을 처분해야 했을 정도여서 정말 프랑스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 그는 털어 놓았습니다.

프랑스에서는 부자일수록 누진적으로 세금을 많이 내야 합니다. 이런 세금폭탄 때문에 연간 수 백 명의 부자들이 조국을 등지고 이웃 나라로 떠났습니다. 그들 중에는 영화 배우 알랭 들롱, 가수 파트리샤 카스, 테니스 선수 아멜리에 모레스모 등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자들의 역류 현상을 두고 “조국은 마음대로 버리고, 제멋대로 되찾는 게 아니다”고 질책하는가 하면 “사유재산을 국유화하는 세금정책이 잘못된 것”이라는 반대논리도 있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다만 세금이 국부(國富)의 생태계를 변화시킬 중요 변수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습니다.

중국의 춘추시대 말기, 공자가 제자들을 거느리고 산동성의 태산 근처를 지나칠 때의 일입니다. 일행은 구슬프게 우는 여인의 곡성에 발걸음을 멈추었습니다. 공자는 제자인 자로(子路)에게 그 이유를 알아 보라고 했습니다.

여인은 “이 근방은 정말 무서운 곳입니다. 전에 시아버님이 범에게 물려가 죽고, 잇따라 남편도 물려 죽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애지중지 하는 아들까지···”하며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면 왜 이 땅을 버리고 떠나지 않는가?”하고 공자가 물었습니다. 그러자 여인은 “천만의 말씀입니다. 이 땅에 있는 한 세금 징수가 그다지 가혹하지 않습니다”고 답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공자는 제자들에게 말했습니다. “잘 알아 두어라. 가정은 범보다 무섭다는 것을”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 : 가혹한 정치로 말미암아 백성에게 끼치는 해는 범의 해보다 크다)라는 말이 생겨난 일화입니다. 노자도 “백성이 굶는 것은 그 위의 세금을 먹는 자가 많기 때문”이라고 갈파할 만큼 이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세금은 국민의 피를 빨아 가는 원수덩어리인가 봅니다.

요즘 나라 안에서는 공기업과 공공기관 감사 21명이 ‘혁신 포럼’ 명분으로 이과수 폭포를 포함한 남미 3개국 출장을 떠난 사실이 보도되어 지탄을 받고 있습니다. 1인당 800만원 안팎의 경비가 드는 감사들의 출장일정은 열흘 동안 칠레ㆍ 브라질ㆍ 아르헨티나의 공공기관 4곳 방문 외에 이과수 폭포 탐방이 2박3일 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핵심인 공공기관 혁신 세미나는 마지막 날 심야에 한차례만 열도록 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토록 중요한 ‘혁신’의 실마리를 단 한번의 세미나로 찾을 수 있다면, 굳이 이과수 폭포의 장관을 사흘간이나 봐야 할 이유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문제는 공공 기관의 감사라는 자리가 상당부분 경험 없는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고, 적게는 1억, 많게는 5억 원이 넘는 거액의 연봉을 받는 ‘꽃 보직’ 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공기업 감사를 두고 ‘신이 내린 자리’라고 부르는가 하면, ‘할 일은 없고 월급은 많은’ 막강한 직위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있습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땀을 흘려야 될 사람들이 폭포수 아래에서 땀이나 식히는 일에 급급 한다면 ‘공공의 적’으로 치부될 수 밖에 없는 것이 민심의 현주소 입니다. 혈세로 만든 기관의 2인자 자리를 차지 하고도 나라의 곳간을 축 내는 ‘큰 쥐’가 되어서는 혁신도 불가능 합니다.

루이 14세 시절 프랑스의 재무담당관 콜베르는 “과세의 기술은 가능한 한 아무런 잡음 없이 필요로 하는 최대량의 깃털을 오리에게서 뜯어 내는데 있다”고 했습니다. 오늘날은 그 깃털을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 도 감시를 받아야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과도한 세금이 민란의 기폭제라는 역사적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 입니다.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