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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과 정벌과…
김영환 2012년 02월 09일 (목) 01:21:49
선거를 앞두고 재벌이 요즘 괴롭힘을 당하고 있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경제 문제가 모두 재벌 탓인 양 과장하고 있습니다. 재벌세를 매기자는 주장도 있었지만 너무 과격하다고 판단했는지 제풀에 무너졌습니다. 재벌을 비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백화점이 아니라 시장을 좋아하는 것이 우리 집의 구매 습관입니다. 지금 “그렇게 떠드는 정치, 너는 뭐 했냐”라고 되묻고 싶은 것입니다.

과거사를 돌이켜보면 오늘의 정치 권력자들이 재벌을 규탄할 자격이 있을지 의아합니다. 범 삼성가의 홍석현을 주미대사에 임명하고 삼성그룹의 변호사 경력자인 이용훈을 대법원장으로 기용했던 것이 어제 이 나라의 정치권력이었습니다. 물론 재벌이 대사 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만 재벌을 대사로 시켜야 한다는 법도 없죠. 가치판단 문제입니다.

당시 국민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재벌과 유착하는 듯했던 것이 정치권입니다. 지금 경제에서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국제경쟁력과 아이돌 스타들의 한류 열풍을 어느 정치 권력자나 권력 지향 해바라기들이 따라갈 수 있나요. 재벌은 중소기업 영역을 무차별 잠식한 문어발식 족벌 경영과 독과점 폐해가 있지만 선단식 경영의 장점으로 우리나라를 1조 달러 규모의 7대 무역대국으로 일으킨 기수임도 분명합니다.

자동차와 스마트 폰, 텔레비전 등 디지털 영상․통신기기로 상징되는 우리의 국제적 위상은 정치가 아니라 기업 브랜드가 심은 것이죠. 세계에서 위세 높던 가전(家電)의 소니가 4년 연속적자를 기록해 2012년 3월기 결산에도 29억 달러의 순손실로 일본 매스컴을 경악시켰습니다. 경쟁력을 상실한 텔레비전 부문은 8년 연속적자입니다. 우리 정치인들은 이 나라를 위해 무얼 했습니까. 거의 무위도식하며 최소한의 노동과 최대한의 투쟁으로 사회의 장애물처럼 되어 날을 지새웠던 18대 국회가 곧 파장이지만 6,000여 건의 법안이 폐기될 운명입니다. 사상 최저의 저금리 시대에 집주인들의 월세화로 무주택 서민들은 금리로 치면 엄청난 전세금 인상과 다름없는 압박에 허덕이는데 ‘친서민’을 입에 달고 사는 자들은 무슨 주거 대책을 내놓았나요. 그 월세 소득자들에게 응분의 과세를 해 월세 전환을 막을 방도라도 생각해보셨나요.

부패의 유용한 수단으로 전락한 5만원권 지폐 발행에 적극적이었던 국회의원들이 요즘 편의점 등에서 가정 상비약품을 팔자는 정부의 정책에 강력 반대하고 있습니다. 부작용 나면 복용자와 제약회사가 책임을 지지 국회의원과 약국이 책임집니까? 주로 자기들이 쉬는 시간에 팔릴 게 뻔한데 웬 말이 그렇게 많은지요. 우리의 피땀 어린 수입에서 내는 돈으로 조성하는 국민연금은 작년 11월말 현재 국내에서만 약 61조 원의 천문학적인 주식 직․간접 투자로 영세 중소기업이 아니라 상당히 많은 재벌 계열 회사들의 주가를 사실상 받쳐주고 있다는 것을 정치권은 인지하고 계신가요?

요즘 정당들은 간판 바꿔 달기에 정신없습니다. 선거철만 되면 일어나는 지겨운 눈속임의 이합집산이고 평소에 자기혁신 노력이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주기적인 신장개업 쇼입니다. 세금은 누가 메워주는데…. 이젠 초등학교 점심 공짜가 아니라 고등학교 아침까지 공짜라는 인기영합․선심공세입니다. 당원들의 사재를 털어서 아침밥 사주라면 돈 내시겠습니까? 몇 달 전 당과 지금의 당의 정체성이 어떻게 표변했는지 어리둥절하죠. 쪽방촌에서는 유례없는 혹한에 연탄 몇 장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는데 우리나라가 부자 고등학교 아이 아침밥까지 걱정하게 생겼습니까. 도대체 정신질환자들의 집단 같은 행동이죠. 그럼 지난해 8월 서울시 초교 무상급식을 놓고 벌인 찬반투표에 야당의 집요한 반대를 무릅쓰고 참가한 215만 우국 서울시민들의 참여는 뭐란 말인가요?

오늘날 외환은행을 매입했던 론스타가 몇 년 새 5조 원에 가까운 차익을 올리는 것도 금융 관료들에 가세한 정치권력 탓이죠. 불과 10년도 안 되는 과거에 그 매각을 처음 공론화했던 김진표 같은 인물이 이제 와서 ‘먹튀 돕는 XX당’‘매각 국정조사’운운하며 비난하는 것은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부인하는 꼴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이제는 지연과 혈연, 학연에 더하여 사회단체 등 같은 직종 출신들이 밀고 밀어주는 사연(社緣)의 정치 충원 방식마저 등장하는 감이 있습니다. 이 나라에 ‘정벌(政閥)’이라도 만들자는 건가요. 대를 이어 정치권력을 즐기려는 세력들은 세습이라는 말을 ‘XXX정신의 계승’이라는 말로 분식합니다. 좋건 싫건 정신적 자산을 포괄인수해서 평가하고 계승해야 할 사람들이 과거를 망각한 채 혁신과 개혁을 말하는 풍경은 서글픈 것이죠. 좌파 10년 집권 동안엔 뭐 하다가 이제 와서 개념도 모호한 87년 체제 종식을 논하는지 모릅니다.

재벌과 사법부도 그렇습니다. 삼성그룹의 승계에는 1996년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양도 사건이 있었죠. 대법원은 11년 뒤 설치된 삼성 특검이 배임혐의로 기소한 삼성그룹 총수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 나라의 법률이 누구 편인지 의심스런 대목입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유권무죄입니다. ‘부러진 화살’의 분노가 나라를 휩쓰는 이유를 짐작하게 합니다. 법벌(法閥)이라고 부르기는 뭐하지만 법조계를 주무르려는 파벌도 있죠. 사법부는 대법원 재심에 의한 확정 판결로 국가가 엄청난 금액을 배상해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사람들이죠. 국가가 배상해야 할 그릇된 판결을 한 자들은 국가가 구상권을 행사하여 국가가 입은 손해를 마땅히 배상하도록 장치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판사들의 재판 철학이 확고하게 확립될 것이라고 나는 봅니다.

요즘 폐족이 되었다던‘친노’가 화려하게 부활 중이죠. 부정의혹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명숙보다 단연 깨끗한 이미지의 문재인이 대표주자인데 그들이 노무현 정신을 이어받는다면 한 가지 주문합시다. 노무현의 꿈이었던 권력층들의 비리를 수사할 ‘공직부패수사처’만큼은 꼭 만들자고요. 국회의원, 검사, 판사, 변호사, 국세청 등 고위공직자들의 부패를 막으려면 그들을 견제할 새 사정 기구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우리나라도 한 단계 상향하여 청정국가가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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