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임종건 드라이펜
     
옥탑방에 들이대는 항공측량
임종건 2012년 03월 08일 (목) 00:33:01
2002년 16대 대선 때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가 TV토론에서 “옥탑방을 아느냐?“는 질문에 답변을 우물쭈물해 서민친화적이 아니라는 인상을 줬습니다. 그가 패배한 데는 그 일로 잃은 서민 표의 영향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 이듬해 ‘옥탑방 고양이’라는 MBC-TV의 청춘드라마가 인기를 모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옥탑방은 보통명사가 됐습니다.

옥탑방은 대개 2~3층 서민용 주택의 옥상에 지어진 간이주거시설입니다. 제대로 설계에 따라 지은 경우도 있지만 건물주가 임의 증축해 위법건물인 경우가 많습니다. 면적도 좁고, 드나들기 불편하고,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더워서 주로 서민들이 싼 맛에 세 들어 사는 방입니다.

‘옥탑방 고양이’도 가난한 젊은 남녀가 집주인의 이중계약으로 인해 옥탑방 하나를 같이 쓰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랑 얘기를 주제로 서민들의 애환을 그린 드라마였습니다.

물탱크는 요즘엔 고층건물의 옥상에만 남아 있고, 일반주택에선 거의 없어졌지만 10여년 전까지만도 일반주택의 옥상은 노란 프라스틱 물탱크로 노란색 일색이었습니다. 과거 상수도의 수압이 충분히 강하지 않았던 시절, 집을 지을 때 옥상에 물탱크를 설치해 물을 받아 쓰도록 했습니다. 행정당국은 그것이 도시 외관상 좋지 않다 해서 물탱크를 가릴 가건물들을 옥상에 짓도록했습니다. 그것이 옥탑방의 시작이었습니다.

근년들어 수압이 충분히 강해지면서 옥탑의 물탱크는 필요치 않게 됐습니다. 집주인은 물탱크를 뜯어내고 그 공간을 창고 또는 주거용으로 바꿨습니다. 약삭빠른 집주인은 적법하게 가건물을 지어서 준공허가를 받아낸 뒤 옥탑방으로 꾸민 경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때 많은 집주인들은 면적을 늘렸습니다.

이런 건축물의 불법 증개축이나 토지의 용도변경 등을 감시하기 위해 서울시는 항공측량을 합니다. 최근에는 1년에 두 번, 과거에도 최소 한번 이상 실시했습니다. 이 항측은 광학기술의 발달로 미세한 면적 변화도 찾아낼 만큼 정밀해졌습니다.

나는 서울의 은평구에서 1996년에 준공허가 된 주택을 1998년에 사서 14년째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작년 10월 구청으로부터 수납공간으로 쓰고 있는 옥탑구조물의 면적이 6㎡ 늘어났으니 시정하라는 통고가 날아왔습니다.

나는 이 건물에 손을 댄 적이 없으므로 옥탑구조가 늘어났다면 이전 소유자 시절에 이뤄진 일일 것입니다. 서울시의 항측은 준공시점과 내가 이사한 시점 사이에도 행해졌을 것이므로 위법사실은 그 때 이미 적발됐어야 마땅합니다. 건축물대장에 그 사실이 적시됐더라면 나는 이 건물을 소유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구청에서 확인해보니 위법면적은 2010년도 항측에서 처음 나왔습니다. 준공이후 14년동안 한 번도 찍히지 않다가 왜 난데없이 찍힌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입니다.

나는 구청에 그 이유를 물었습니다. 대답인즉, 항측은 서울시 본청 소관이므로 구청에선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서울시에 물었습니다. 항측은 찍는 날의 기상이나 찍는 각도에 따라 안 찍힐 수도 있고, 판독을 잘못할 수도 있다는 답변이었습니다. 요컨대 시청이나 구청도 원인을 모르고 책임도 없다는 얘기였습니다.

14년 동안 아무 일없이 살던 한 시민의 집이 졸지에 ‘위법건물’로 바뀐 황당한 사태에 대해 행정기관은 정녕 아무런 책임이 없는 것입니까? 이는 서울시는 물론 전국의 수많은 일반주택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개중에는 불법증축의 책임이 있는 건물주가 소유자인 경우도 있겠고, 불법증축 사실을 알고도 매입한 소유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14년이나 걸린 늑장 행정으로 나도 모르게 위법건물주가 된 경우의 억울함은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같이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사람을 죽여도 15년이 지나면 무죄이고, 조세시효도 5년입니다.

행정기관이 위법사항을 적발해 시정조치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건축물의 위법사항은 건물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작은 것이라도 엄격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민원제기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2~3㎡의 위법면적에 대한 적발 사례도 많았습니다.

1평도 안 되는 면적이라면 항측상 오차범위에 속하는 면적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가의 항측장비를 서민주택의 옥탑방에 들이대는 것이 적절한 것인가에 대해 정부의 성찰이 있어야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항측은 큰 위법을 적발하는 데 더 집중돼야 하리라고 봅니다.

저층주택을 지을 때 물탱크 설치의 필요성은 없어짐에 따라 이제는 옥탑방이 생길 이유도 없어졌습니다. 과거의 잘못된 관행과 행정의 부실로 인해 야기된 전국의 옥탑공간 민원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강구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1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김윤옥 (114.XXX.XXX.23)
불합리한 행정 관행이 어디 한 두 가지라야 불평을 해 보지요. 저는 한 번도 가 본적없는 카페의 가건물이 불법이라고 무단점유 벌금을 내라는 끈질긴 독촉에 시달린 적 있습니다. 서초구청에 직접 찾아가 나와 상관이 없다고 애원을 해도 그 때뿐 다음 회기에 또다시 독촉장을 보내서 근방 부동산에 물어서 진짜 주인의 연락처를 구청에 연결해 주고 간신히 빠져나왔습니다. 참 기가 찬 해프닝입니다.
답변달기
2012-03-08 20:41:12
0 1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