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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의미
방재욱 2012년 04월 26일 (목) 00:13:24
벌써 2년 반이 넘게 지난 일입니다. 한국 시간으로 2009년 7월 11일(토) 우리나라 여성 산악인을 대표하는 고미영 씨가 히말라야 봉우리를 등정한 후 하산하다가 추락하여 숨졌다는 보도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고씨는 8,000m 이상 봉우리 14개를 정복하는 것을 목표로 등정을 계속해 왔습니다. 당시의 등정은 11번째였습니다. 그녀는 해발 8,126m인 낭가파르바트 봉 등정에 성공하고 하산하던 길에 캠프를 100m 정도 남겨 놓은 해발 6,300m 지점의 ‘칼날 능선’에서 1,000m 아래로 추락해 숨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당시 고씨는 한창 나이인 42세였습니다. TV를 보고 있자니 무척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고씨가 자신이 세운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다음다음 날 ‘미키마우스’라는 애칭을 가진 지은희 씨가 US 여자오픈(US Women's Open Championship) 골프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에 성공했다는 낭보가 전해졌습니다. 지씨는 선두에 2타 뒤진 단독 2위에 올라 최종 라운드를 출발하여 초반에는 2번과 4번 홀에서 연이어 보기를 범하는 불안한 경기를 진행하다가 13번과 14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면서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결국 공동선두 그룹에 올라 역전 우승을 했습니다. 당시 지 씨의 나이는 고 씨보다 열아홉 살이나 어린 스물세 살이었습니다.

슬프고 안타까운 마음과 기쁘고 즐거운 마음으로 접한 두 소식은 ‘삶’의 기쁨과 ‘죽음’에 내재되어 있는 슬픔이라는 상반된 내용으로 내게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었습니다. 이틀 사이로 전해진 이 두 사람에 대한 보도를 접하면서 몇 년 전부터 ‘생로노병사의 비밀’ 과목을 강의해 오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해 온 내게 문득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라는 속담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요? 죽음에 이르는 시간의 섭리보다 삶에 대한 애착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로 ‘인생은 B to D’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우리의 삶이 탄생(birth)으로 시작하여 죽음(death)으로 끝난다는 말로 B와 D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하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C라는 것이죠. 이 이야기에서 C는 ‘선택(choice)’으로 설명되고 있지만 나는 C의 의미에 ‘변화(change)’라는 의미를 더하고 싶습니다. 즉, 삶을 살아가면서 올바른 선택을 하려면 나름대로의 변화가 있어야만 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강의 시간 중에 탄생을 ‘축복의 메시지’로, 그리고 죽음을 ‘아름다운 마감’으로 정의하면서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선택들을 접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자신의 삶에서 만나는 선택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자기 나름의 차별화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삶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 10%와 그에 대응해 일어나는 일 90%로 이루어진다.’는 말도 있으니까요.

고씨의 꿈은 전 세계 여성 산악인 중 제일 먼저 8,000m 이상 봉우리 14개의 정상에 오르는 대기록을 세우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그것이 바로 그녀의 선택이었고, 그 목표의 달성을 위해 그녀는 많은 준비를 하면서 끊임없이 변화를 이루어 왔을 것입니다. 고 씨를 아는 지인들의 기억에 그녀는 유쾌하고 씩씩한 사람이었고, 꿈을 이루기 위해 독하게 이를 악무는 ‘철녀(鐵女)’로 불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녀의 선택은 14 봉우리의 등정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11번째에서 마감이 되었습니다. 삶에서 죽음으로 떠난 그녀와 함께 그녀의 꿈도 떠나버린 것입니다. 이승을 떠나면 자신이 지닌 꿈도 함께 떠나게 되는 자연의 섭리를 맞이한 것입니다.

고씨의 사망 소식 이틀 후에 전해진 지씨의 우승 소식도 삶에 대한 나의 생각을 다시 일깨워 주었습니다. 공동 선두로 올라간 마지막 18번 홀에서 6m짜리 버디 퍼트로 짜릿하게 역전을 하면서 58만5,000달러(약 6억 5,000만 원)의 상금도 챙겼다고 합니다. 그 순간은 우승이나 상금의 액수를 떠나 아마도 그녀가 자신의 삶에서 겪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동안 지씨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준비를 해 오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선택한 길에서 자신만의 스타일로 계속 변화를 추구하여 결국 자신의 삶에서 가장 커다란 기쁨을 이룬 것이 아닐까요.

이와 같이 우리는 삶의 과정에서 많은 기쁨과 슬픔을 함께 겪으며 살아가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면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위해 무슨 선택을 어떻게 해야 하며, 그 선택을 위해 어떤 변화를 추구하며 살아가야 할까요? 삶을 살아가면서 진정으로 만족하는 방법은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는 것이고,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고 씨의 삶과 죽음을 보면서 우리는 무엇을 생각할 수 있으며, 지 씨가 얻은 삶에서의 희열의 순간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다시 삶을 의미하는 ‘B’와 죽음을 의미하는 ‘D’ 사이에 존재하는 'C'가 간직하고 있는 선택(choice)과 변화(change)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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