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사건을 못 맡아야 하는데, 맡을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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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2012년 05월 22일 (화) 01:23:45

법학전문대학원(법전원) 출신으로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나왔습니다. 그들은 지난 3월 23일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 뒤 연수에 들어갔습니다. 이들은 법률문화를 새롭게 만들어 갈 사람들이기에 관심 있게 바라봅니다.

시장에서 연수원 출신과 법전원 출신을 차별하는 움직임을 느낍니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연수원 2년을 거친 사람과 법전원을 나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을 같이 대접할 수 없다는 뜻이겠지요. 변호사법에는 둘 다 변호사 자격이 있다고 했지만, 21조의2(법률사무소 개설 요건)에는 법전원 출신은 6개월 간 연수를 받아야 사건을 수임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법전원 출신은 실제 업무 경험이 없는 점을 고려하여 6개월 실무 연수를 받은 뒤 현업에 종사하도록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변호사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변리사법 3조에는 '변호사 자격을 가지고 변리사 등록을 한 사람'은 변리사 자격이 있습니다. 변호사법 4조에는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사람'은 변호사 자격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법전원 출신 변호사가 변리사등록을 하면 변리사 자격을 자동으로 갖습니다. 변리사 자격이 있으면 변리사법 2조와 8조에 따라 소송대리를 할 수 있습니다.

변호사법에서 연수를 받은 뒤 사건을 수임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았지만, 변리사법으로 슬쩍 돌아가면 연수를 마치기 전이라도 특허사건을 수임할 수 있습니다. 자동자격제도 때문입니다.

변호사 등록을 한 뒤 다른 사정 때문에 휴업해야 하거나 심지어 폐업하는 때에도 변리사업무는 계속 할 수 있습니다. 공직에 진출하는 등 겸업금지에 해당할 때 휴업해야 합니다. 휴업하면 당연히 변호사업무를 하지 못합니다. 그런데도 변리사법에 따라 등록한 사람은 변호사업무는 못한다 하더라도 변리사 일을 하더라도 못하게 할 법적 근거가 없습니다. 이는 변호사법 취지에 어긋납니다. 자동자격제도 때문입니다.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사회에서 문제를 일으킨 사람은 징계를 받습니다. 징계에는 영구제명, 제명, 정직 등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정직 이상의 징계를 받은 사람은 변호사로 활동할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 사람이 변리사로 등록했다면, 그 사람이 변리사로 활동하는 것을 막을 수 없습니다. 변리사법에 이들을 징계할 근거가 없습니다. 변호사법에서 규정한 취지와 달리 처리됩니다. 자동자격제도 때문입니다.

변호사법에서 규정한 취지가 이렇게 망가지고 있는 것을 알긴 할까요? 자동자격제도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것이야 더 물어볼 필요도 없습니다. 변호사단체가 강력하게 반대하여 자동자격제도를 없애지 못한다면 입법자는 변호사법을 개정할 때 자동자격제도 때문에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찾아 규정에 반영했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자기 이익만 생각하기 때문에 생긴 일입니다.

변리사 자동자격으로 생기는 문제를 짚어봤습니다만, 세무사 자동자격에서는 어떤 문제가 생길지 모르겠습니다.

변호사에게 변리사,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주는 것을 없애는 변리사법과 세무사법 개정안을 18대 국회에서 변호사 출신 이상민 의원이 대표 발의했습니다. 변호사 출신으로서 자동자격제도 문제점을 알고 스스로 없애야 한다고 나섰기에 신선했습니다. 그렇지만 그 개정안들은 국회에서 심의 한 번 하지 않고 자동 폐기된 것이나 마찬가지 상태입니다.

이상민 의원에게 자기 이해문제를 떠나 잘못된 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의지가 아직 살아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국회의원은 국익 우선으로 활동해야 합니다. 19대 국회에서 다시 발의하길 기대합니다.

의견(4) (119.XXX.XXX.227)

<홍정욱 2012-05-22 12:17>
참 답답한 노릇이네요. 법치국가에서 법은 완벽을 지향해야할 것인데 이런 불합리가 아직 존재하네요. 변호사의 자동자격제도는 폐지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무성 2012-05-22 10:45>
글 잘읽었습니다. 명쾌한 의견의 고선생님 글은 항상 현실에 꼭 필요한 내용입니다. 더운 날씨에 건강 유의 하시고 진주난봉가로 더위 식히세요. 감사합니다. 이무성사룀
<박지호 2012-05-22 09:49>
고변리사님!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동순 2012-05-22 08:23>
자동자격제도는 우리나라에만 있는것인지? 아니면 후진국들에만 있는것인지..일제시대 완장찬 일본 순사들 보는것 같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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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3 16: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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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119.XXX.XXX.227)

<뿌리 잘린 나무>
변리사님,
제가 한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요?
변호사가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얻는다는 뜻은 변호사 자격증이 있어야 변리사 자격증을 받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변호사 자격이 박탈 되면 변리사 자격도 자동으로 박탈 되는 것 아닌가요?
뿌리가 잘렸는데도 나무가 살아있다는 말인 것 같아 혼란스럽습니다.
워싱턴에서 김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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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2 10:2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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