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잎 클로버_(방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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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잎 클로버

방재욱

2012년 05월 28일 (월) 06:00:59

일요일 아침 여느 때처럼 산책을 위해 아파트의 현관문을 나서려고 보니 가는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소파에 기대 앉아 있는데 아내가 ‘비가 조금씩 내리니 우산을 들고 산책을 나가면 어떠냐?’고 합니다. 마음 한편으로 갈등을 겪다가 우산을 들고 평상시 걷던 천변 길로 나섰습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탓인지 걷는 사람이 별로 눈에 띠지 않았습니다. 가늘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20여분을 걷다가 문득 지난번에 네잎 클로버를 땄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두 주일 전 일입니다. 자식이 성장하면 누구나 겪는 일이지만 당시 딸의 혼사 문제가 마음만큼 잘 안 풀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평소 고민이 생기면 산책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데 익숙해져 있던 터라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해 보려고 집을 나섰습니다. 아침이 아닌 한낮이라 뙤약볕이 내려쬐는 천변 길을 걷다보니 길 양편에 군데군데 무리를 지어 있는 클로버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문득 시집 갈 준비를 하고 있는 딸의 행운을 기원해 보고 싶은 생각에 네잎 클로버를 찾아보자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네 잎’ & ‘다섯 잎’ 클로버>

무더 속에 40분이 넘도록 땀을 흘리면서 길 양편 잔디밭에 자라고 있는 클로버 잎들을 유심히 살피며 걸었지만 네잎 클로버는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 ‘무슨 행운?’ 하는 마음이 들기 시작하는데 길 오른쪽에 네잎 클로버가 언뜻 눈에 비치는 것 같았습니다. 쭈그리고 앉아 자세히 살펴보니 네잎 클로버가 나를 보고 환한 미소를 짓는 것이 아닙니까. 별안간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면서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적셔졌습니다. 조심스레 네잎이 달린 줄기를 잘라 소중하게 감싸들고 땀이 흐르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부지런히 집으로 걸음을 옮겼습니다. 결혼을 앞둔 딸은 물론 우리 집안에 행운을 전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네잎 클로버라는 생각에 잠겨 아내에게 자랑하고 싶어 걸음이 빨라졌던 것은 물론이었습니다.

네잎 클로버가 행운을 상징한다는 것은 나폴레옹으로부터 기원하였다고 합니다. 전쟁 중에 나폴레옹이 우연히 세잎 클로버들 사이에서 보이는 네잎 클로버를 발견하고 하도 신기해서 고개를 숙여 자세히 들여다볼 때 그의 머리 위로 총알이 지나갔답니다. 그때 나폴레옹이 네잎 클로버를 보려고 허리를 굽히지 않았다면 아마 크게 다쳤거나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겠지요. 그래서 네잎 클로버는 행운을 상징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오늘도 길 양편의 잔디밭에서 자태를 뽐내고 있는 클로버들을 살피며 30여분을 걸었지만 네잎 클로버는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클로버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곳이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쭈그리고 않아 잎들을 살펴보았습니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처럼 운이 좋게도 네잎 클로버가 눈에 띄었고, 바로 옆에 다른 네잎 클로버와 함께 다섯잎 클로버도 나를 보고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클로버 잎들을 따면서 지난번에 딴 네잎 클로버는 시집갈 딸의 몫으로, 오늘 딴 네잎 클로버 중 하나는 새로 맞이할 사위 몫으로 그리고 다른 하나는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는 아들 몫으로 정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섯잎 클로버는 요즈음 마음고생을 많이 하고 있는 아내의 몫으로 정하니 마음이 한결 가라앉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정작 내 몫이 없는 것 아닙니까. 주변을 아무리 살펴도 내 몫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섭섭한 마음이 없지 않았으나 평소처럼 바로 내 생각을 긍정적으로 바꾸었습니다. 내 몫으로는 대학 시절 농촌 봉사활동 나갔을 때 땄던 네잎 클로버로 정하고 나니 바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이렇게 세상일들은 마음먹기 달린 것인데 왜들 작은 일들을 가지고 그리 아웅다웅 하는 것인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요.

클로버 잎들을 소중하게 간직하면서 행복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와 지난번처럼 아내에게 클로버 잎들을 보여주면서 "다섯잎 클로버는 슈퍼우먼인 당신 몫"이라고 하면서 큰 소리로 자랑을 하면서 웃었습니다. 행운의 네잎 클로버 덕분인지 딸아이는 시집을 잘 가서 첫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났고 얼마 전에 둘째 아이도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두 번씩이나 행운의 네잎 클로버를 발견한 사실을 생각하며 문득 빌 게이츠의 말을 떠올려 봅니다. 세계에서 제일의 부자가 된 빌게이츠은 그 비결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답변을 했다고 합니다. 나는 매일 스스로에게 두 가지 말을 반복합니다. 그 하나는 ‘왠지 오늘은 나에게 큰 행운이 생길 것 같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우선 자신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며 가끔 어려운 문제에 부딪히기 마련입니다. 그런 문제들에 대해 자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함께 매사에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자세로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면 문제가 잘 풀리면서 좀 더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나와 가족들 그리고 이웃이 함께 배려하면서 삶을 살아갈 때 가정과 사회가 더욱 밝아지리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 있는 것이 못내 아쉽기도 합니다.

지난번에 따서 딸의 몫으로 정한 네잎 클로버 그리고 다시 딴 두 개의 네잎 클로버와 다섯잎 클로버들을 다시 떠올리면서 행복이 넘치는 우리 가정과 서로 배려하고 아껴주는 밝은 사회를 기대하는 마음을 가져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