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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통집
김영환 2012년 07월 23일 (월) 01:46:52
필자가 국민학교를 다닐 때에 한길 가에서 각종 깡통을 철가위로 오려서 편 다음 한 쪽 끝을 망치로 오므려서 다른 깡통과 잇대 깡통판을 만드는 것을 심심찮게 보았습니다. 아무것도 버려서는 안 되었던 궁핍의 연대에 미군부대의 깡통은 함석이나 양철을 대용하는 깡통집의 지붕으로 훌륭한 건축자재가 되었습니다.

깡통집이 요즘 아주 다른 의미의 어휘로 부활하고 있습니다. 금융기관 대출과 전세금의 합이 집값보다 더 많은 집을 말하는 것이죠. 집을 팔아 대출금을 갚으면 전세금을 내주기에도 부족한 집이죠.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던 몇 년 전 아파트들의 우편함에는 상식선의 LTV(주택담보대출비율)를 무시한 듯 시가의 90%까지 대출한다는 보험사나 제2금융권의 경쟁적인 전단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대출받았던 아파트가 이제 20%가 폭락했다면 금융대출만으로도 깡통집이 되는 것이죠. 우리나라에서도 집값이 좀 오를 것을 기대하고 융자를 끌어 집을 산 사람들이 요즘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집은 있지만 대출 이자에 신음하는 ‘하우스 푸어’들이죠. 세계경제를 뒤흔든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도 간단히 말해 집값 하락으로 인한 대출채권과 파생증권의 부실화입니다.

이런 깡통집 때문에 전세를 든 사람도, 들려는 사람도 전전긍긍합니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 만든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있긴 하지만 국회가 게을러서 거의 현실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에서 최우선변제 한도는 7,500만원 이하의 보증금을 대상으로 겨우 2,500만원입니다. 괜찮은 아파트 전세의 10%도 안 되는 금액이죠. 이는 손수조가 얻었던 원룸 반전세 3,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금액입니다. 해서 집값 폭락으로 경매로 넘어간 집에서 쫓겨나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도 생겼습니다. 이렇게 서민을 외면해온 파렴치한 국회의원들을 보면 열불이 나면서 ‘너희가 서민의 고통을 아느냐’고 외치고 싶죠.

깡통집은 서울에 약 15만 가구 된다는 추정이 있습니다. 서울만이 아니라 수도권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4,000만원짜리 연립주택에 1,500만원의 대출이 있는데 3,000만원에 전세로 들어갈 사람이 있을까요. 이렇다 보니 집주인들은 전세를 월세로 바꾸는데 전세 3,000만원이 월세 30만원으로 바뀝니다. 이는 1억원의 전세와 맞먹는 금리입니다. 없는 사람들은 위험한 전세냐 비싼 월세냐 양자택일을 강요받습니다.

이런 깡통집 문제를 해결하려면 집값이 올라야 하고 집값이 오르려면 분양가가 올라야 한다는 단순한 셈법으로 아파트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한다고 하나 봅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개입해 가격을 올려서 한숨 돌리자는 것인데 마치 “지금부터 아파트 값이 올라갈 테니까 분양가가 비싸지더라도 얼른 사라”라고 외치는 것과 마찬가지죠.

과연 수요가 생길지 의문입니다. 전국의 부동산 경기는 타 지역의 부동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수도분할 행정도시 세종시의 ‘나홀로 활황’을 제외하고는 거의 죽어 있죠. ‘올라야 산다’는 말이 있긴 하지만 지금 경제가 침체해 있어 살 사람이 없는데 응급처방으로 분양가를 올린다고 살 사람이 많이 생길까요.

이는 투기적 수요로 깡통집 숫자를 줄이고 경기를 부양한다는 목적은 있지만 서민들의 ‘내집 마련 꿈’은 더욱 멀어지게 하는 정책입니다. 집값이 올라가면 집 없는 서민들에게 행복이 찾아옵니까?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요즘 여야 할 것 없이 내건 정치권의 유행어, 경제민주화의 역행이죠. 분양가 인상으로 어떻게 헌법 119조 2항이 말하는 경제주체간의 조화가 더 잘 이루어진답니까.

수입을 챙기는 탐욕이 미국의 월가보다 더 하면 더 했지 덜할 게 없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대출 모럴 해저드를 왜 서민들이 집값 거품 유발로 덤터기 써야 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주택은 의식주 3요소의 기본입니다. 다른 재화와는 다른 대접을 받아야 합니다. 당연히 투기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주택은행조차 없애 버린 이 나라의 정부는 주택 정책 목표가 무엇인지 걸핏하면 규제와 완화를 되풀이하면서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구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입니다. 분양가 상한제 폐지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문제를 너무 쉽게 흔드는 것입니다. 거품으로 발생한 ‘깡통집’ 문제를 다시 거품으로 끄겠다는 생각을 바꿔야 합니다. 금융권이 책임을 분담하는 대안을 시급히 찾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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