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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시간 (3)
장주익 2012년 07월 26일 (목) 00:30:55
이랬던 적이 있었던가요?
요즈음 각종 대중매체에서 '건축'을 정면으로, 그리고 많이 다룹니다.
TV에서, 신문에서 그리고 영화에서,

‘남자의 자격’ 이란 TV 예능프로에서 '건축'을 2주일에 걸쳐 곁가지가 아니고 정면으로 다루었습니다.
오래 전부터 한옥을 다루는 프로는 여러 번 있었지요.
시사토크 프로에 건축가가 나와서 애환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신문은 주 1회씩 요즈음 바뀌어 가는 주거형태로서의 '집'을 지속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건축학개론'은 건축을 매개로 하여 남녀의 애정문제를 다루었습니다. 그러나,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애정을 매개로 건축”을 다룬 영화라고 다소 과장되게 말 할 수도 있겠습니다. 영화는 대학 신입생 남녀가 건축학개론 강의를 듣는 데서 부터 시작됩니다.

건축학 교수는 건축학 입문 과정이라며 우선 집에서 학교까지 오는 경로를, 둘째 집 주변을, 그리고 셋째 조금 멀리 벗어나서 주변의 건축을 애정을 갖고 관심있게 보기를 권유합니다.

젊은 남녀 대학생은 이 세 가지 과정을 하나하나 밟으면서 그들의 애정을 시작하게 되고 서로를 관심있게 보게 됩니다.
영화는 첫사랑 남녀의 서툰 애정 행각을 튀지 않고 진솔하게 끌고갑니다.

숙맥인 남학생은 어찌어찌하여 겨우 여학생 입술에 자기 입술을 갖다 대는 것으로 키스라는 행위를 하게 되고 그러자, (2,500만 남성의 첫사랑 아이콘으로 떠오른 19세의 여배우가 연기하는) 여학생은 내숭이라고는 전혀 없이 순수 그 자체로 남학생을 '망' 보게 하고는 숨어서 노상 방뇨를 합니다.

누구나의 보통사람의 욕구이기도 하고 꿈도 꾸게 되는 자신만의 이상형 '집' 을 여자는 말하고 남자는 모형으로 완성합니다. 이 '건축모형' 이 영화 속에서 큰 역할을 합니다. 건축영화(?) 답게...

그러나 여느 영화에서 보듯이 그들 사이에는 제3자가 끼어들고 관객들은 다 알아도 본인들만은 서로 모르는 일들이 얼키고설키게 됩니다.

10여년이 지나 30대에 두 남녀는 다시 만나는데 '돌싱'인 여자(부둣가에서 소주를 들이키고는 하늘에 대고 쌍욕을 해대, 그녀의 결혼생활이 어땠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는 건축을 발주하는 건축주이고 첫사랑의 어설픔과 미숙함의 껍질을 벗은 지 오래인 채 결혼을 준비 중인 남자는 주문을 받는 건축가입니다.

남자는 건축가들이 능히 그러하듯이 현란한 어휘들을 섞어가며 건축주에게 신축 건물에 대하여 의욕이 넘쳐서, 장황하게 설명합니다. 그러나 건축주는 현실적이고 소박하게 단순한 증,개축으로 사태를 몰고 갑니다.

이 영화에서 재미있는 부분은 30대 연기자와 대학신입생을 전혀 다른 인물로 캐스팅해서 영화를 찍었다는 점일 겁니다. 30대가 젊게 분장한 게 아니고 전혀 다른 인물이 연기를 하는데도 관객들은 전혀 어려움 없이 두 인물을 쉽게 알아봅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부분은 세트가 아니고 실제로 존재하는 건물을 증,개축하며 그 과정을 영화 속에 녹여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애정을 매개로 한 건축영화” 라는 과장된 발상이 발붙일 수 있는 틈을 제공합니다.

제주 바닷가에 붉은 기와의 자그마하고 수수한 살림집을 거실을 바다쪽으로 길게 쭈욱 빼내어 증,개축합니다. 바다 쪽으로 난 거실창은 천정에서 바닥까지의 긴 대형 유리창 여러 개를 아코디언처럼 접었다 펴게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쭈욱 빼내 넓힌 거실 지붕에 잔디를 입힌 것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붉은 기와에 잇대어 생긴 편편한 잔디 지붕은 따스한 봄볕을 받으며 누우면 바닷소리, 바닷바람, 바다 내음에 몸을 맡긴 채 오수를 즐길 수 있겠습니다.

영화는 소품 두 가지(2층집 모형과 워크맨)를 이야기 속에서 계속 끌고 다니면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맺고, 풀고, 종결짓기도 합니다. 건축을 전공한 감독(각본)의 첫 번째 영화가 400만 관객이 보았으면 성공이랍니다.

이랬던 적이 있었던가요? 어느새 '건축'이 TV나 신문, 영화 등 대중매체들을 통해 일반대중들 가까이로 성큼 다가선 느낌입니다.

60년대에서 70년대, 80년대를 관통하며 김중업과 함께 건축의 지평을, 건축가의 지평을 넓힌 김수근이 젊은 55세에 세상을 떠난 것이 생각납니다.

장주익
제물포고, 고려대를 나와 직장 (애경,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금강개발, 뉴코아백화점 등)에서 근무. 정년퇴임 후 젊어서부터 관심 있던 건축분야에서 건축물의 이해를 돕는 해설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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