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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노인
신아연 2012년 08월 16일 (목) 00:56:22
“우리 같은 늙은이들이 나다니면 젊은 사람들이 안 좋아해요. 걸음도 늦고 길에서 거치적거리면 방해 되잖아요. 그러니 집에 있습시다.”

5년 전 치매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극진히 간호하시던 친정 어머니는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어하는 아버지를 이렇게 달래곤 하셨습니다. 노인이 노인을 돌봐야 하는 상황에서, 그것도 불현듯 막무가내 떼를 쓰기 십상인 치매환자의 늙은 간병인인 어머니는 아버지를 모시고 외출하는 일을 가장 힘에 부쳐 하셨던 것 같습니다.

매사 체념과 달관이라는 몸에 밴 생존법에 약간의 피해의식, 그리고 당신 특유의 유머감각이 살짝 터치된 어머니의 멘트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면서도 조금은 마음이 스산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버지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잠깐 급하게 할 일이 있다던가, 날이 춥다던가 하며 다르게 둘러댈 수도 있었을 텐데, 왜 하필 젊은 사람들의 눈치가 보여 나갈 수 없다고 하셨나 싶어서였습니다. 붐벼봤댔자 명동 한복판도 아니고 기껏해야 동네 삼거리께나 배회할 게 고작임에도 늙었다는 이유로 두 노인네가 지레 주눅이 든다는 게 서글펐던 것입니다.

어머니의 치매 아버지 간병기는 울 수도 없고 웃을 수도 없는, 그런가하면 울 수도 있고 웃을 수도 있는 한 편의 드라마와 같았습니다. 그 무렵, 저는 이런 글을 썼습니다.

<어제 아버지는 ‘이제 그만 감옥에서 나가고 싶다, 나를 제발 좀 빼내달라’며 어머니에게 간청을 하셨단다. 며칠 전에는 ‘내일은 사형집행이 있어 새벽 일찍 교도소에 가야 한다’고 하더니 이내 “축하합니다. 당신은 이제 자유의 몸입니다. 지금부터 대한민국 어디든 갈 수 있습니다.” 라며 교도관 역할을 하시더란다. 치매란 망가진 기억 속에 영원히 갇히는 것, 어차피 현실은 부재한 것, 20년 옥살이로도 모자라 아버지는 결국 일생 영어의 몸이 되신 걸까. 어느 날 느닷없이 징역살이의 굴레 속으로 들어가시면 그때는 어머니도 어쩔 수 없이 한차례 우울증을 앓으신다. 헝클어진 기억 속에 갇혀 오도가도 못하는 아버지를 부여잡고 “당신은 이미 감옥에서 나왔어요. 봐요, 저기 열린 문으로 맘대로 나갈 수가 있는데 왜 갇힌 다람쥐 꼴로 이렇게 왔다갔다 하시냐구요!”>

그럴 때마다 솔직히 저는 아버지가 어머니를 그만 괴롭히고 이즈음에서 돌아가시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어쩌다 한 번쯤 한 게 아니라 자주 여러 번 했드랬습니다. 하지만 정작 어머니는 “내가 니들 아버지 수발들 일도 없으면 살아있을 필요나 의미가 없지 않냐.” 며 마치 아버지의 치매 간병이 당신의 존재 이유라는 듯 그게 무슨 대수냐는 표정으로 예의 농담을 섞어 태연히 응수하셨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실 때 어머니는 어쩌면 자식들 역시 ‘늙고 병든 당신들에게 눈치를 주는 피하고 싶은 젊은이들’로 인식하셔서, 우리들에게 거치적스런 존재가 되지 않으려고 당신 존재의 ‘필요와 의미’에 필사적으로 매달려야 했던가 싶습니다.

최근 2년간의 세계 가치관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노인들의 존재감과 존중감에 대해 조사대상 13개국 중 최하위의 낮은 인식을 보였다고 합니다. 노인들 스스로나 우리 모두 호들갑스레 놀랄 것도 없는 결과 앞에 ‘늙어감’에 대해 도대체 어떤 인식, 어떤 자세, 어떤 대책을 가져야 할지 난감합니다.

20, 30대보다 특히 50대가 노인들의 무기력함과 무가치함에 제일 민감하다고 하니 저를 포함하여 곧 닥쳐올 노년에 대한 두려움이 그만큼 구체적으로 와닿고 있다는 뜻일 겁니다.

“나이 먹기 진짜 싫어. 나이 먹느니 차라리 죽고 싶어.”라는 말 따위도 안되는 억지 절규와, 오래 살기 위해 국민적 신경을 곤두세우는 현상이 모순적으로 공존하는 나라는 지구상 한국이 유일할 것입니다. 늙지 않고, 나이들지 않고 오래 산다는 일은 있을 수 없으니까요.

주름진 얼굴을 성형수술로 ‘다림질’하고 ‘박음질’하며 천격스레 늙어가는 것도 싫고, 우리 어머니처럼 사는 날까지 누군가에게 필요하고 의미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강박 신경도 치사하고 구차합니다.

호주의 아이콘인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릿지 주변에 잇대어 있는 카페와 식당의 낮손님은 삼삼오오 친구와 담소하는 노인들이 대부분입니다. 개성에 따라 수수하기도 하고 추레하기도 하고 치장이 화려하기도 합니다. 늙었으니이러저러해야 한다는 생각에 매이지 않고 젊어서 살아온 방식대로 계속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말이 좋아 곱게 늙지, 곱게 늙고 싶다는 희망도 나에겐 해당사항없는 착각일 수 있고, 할 수만 있다면 죽을 때까지 필요한 존재, 의미있는 존재이고 싶어도 남들이 나를 있으나마나로 여긴다면 그도 할 수 없겠지요.

지금까지 그냥 살아왔듯이, 외모로나 내면으로나 계속 그렇게 살면서 ‘그냥 노인’이 되는 게 가장 나을 것 같습니다. 호주처럼 그런 나라의 노인네들이 한국보다 그나마 너그러운 대접을 받는다는 통계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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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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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us (220.XXX.XXX.168)
사는 날까지 이대로 가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노화라는 것이 어찌할 도리가 없는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받아드리는 수밖에요. 그것을 이렇다 저렇다 한들 어찌하겠습니다. 그것이야 말로 그때 가봐서 부딪히면 부딪히는 대로 식일 수밖에요. 운 좋게 피해갈 수도 있는 것이고... 적어도 이 문제만은 낙천적이고 싶습니다. 어찌 되었건 내가 살고 있다는 이 순간의 느낌만큼 더 소중하고 절박한 것은 없는 것같습니다. 아직은 이 확신속에 머물고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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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9 06:5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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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110.XXX.XXX.229)
노인 복지가 단순히 표를 얻기위한 즉흥적 선심이벤트가 되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국가재정을 고려해서 사회단체간에 좀더 깊은논의와 배려가
우선 되어야 할 것같습니다.
저도 올 2월 부터 지하철을 무료로 탑니다.
지하철을 무료로 타면서 절약되는 월 2만원을
교회 사회봉사부에 자동납부함으로서 낭비하지않고
의미있게 쓰여지길 바랍니다.
저는 70세 이후에 노인대접을 해도 늦지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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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7 18:3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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