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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시간 (4)
장주익 2012년 09월 21일 (금) 05:25:34
지난 8월 25일 KBS TV 에서는 ‘글로벌성공시대’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의 미네소타 주에서 성공한 한국인 건축가 ‘허승회’를 소개했습니다.

개ㆍ보수 공사에 들어간 직경 80m의 원형 돔 장충체육관이 반세기 전에 필리핀의 도움을 받아 지었다는 신문기사를 본 지 얼마 안 되어서인지 방송내용이 주는 의미가 남달랐습니다.

미국 중북부에 위치한 미네소타 주와 주 내에서 가장 큰 도시인 미니애폴리스시의 스카이라인을 바꾼 사람이 한국인 건축가 허승회라는 내용이었습니다.

1964년 제물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에 응시했으나 식중독으로 입시에 실패한 허승회는 한양대에서 제일 좋은 과라는 말에 건축학과에 입학을 하게 되고 건축가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졸업 후 잠시 근무하던 직장을 그만두고 건축을 제대로 배우고 싶다는 일념으로 결혼 8개월 만에 홀로 미국 유학길에 오릅니다.

미네소타 건축대학원에서는 학비를 벌기 위하여 기숙사 청소를 하게 되는데 변기 청소를 하면서도 좌절 대신 도전의식을 키웠다고 합니다.

대학 내의 레오나드 파커 교수의 PDI (Professinal Design International) 라는 건축설계회사에 인턴근무로 인연을 맺고는 졸업 후 정식직원이 됩니다.

입사 후 그에게 맡겨진 첫 번째 업무는 신축하는 어린이극장의 각종 도어(문)의 상세도면 설계였습니다. 그는 여러 문서와 관련되는 사람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주말을 꼬박 작업하여 정확하고 깔끔히 정리된 설계도를 팀장에게 제출합니다. 그의 빠르고 정확하며 훌륭한 작업에 탄복한 팀장은 그날 바로 그에게 입사 5년차 직원들이나 하게 된다는 건물 ‘평면도’ 일을 맡기게 됩니다.

그 후에도 그는 하나를 시키면 둘, 셋 또는 넷, 다섯의 업무를 처리하면서 상급자들로부터 “Why?" 라는 질문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때마다 그는 “나는 어서 보다 많은 것들을 빨리 배워서 한국으로 귀국해야 한다”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의 놀라운 작업능력과 훌륭한 성취도에 주변사람들은 그의 별명을 ‘Fireman (불을 끄는 사람)’이라고까지 불렀다고 합니다.

고속 승진을 하게 되고 레오나드 파커 회장은 자신의 아들이 건축가임에도 불구하고 허승회를 후임 회장으로 추천하게 됩니다.

그는 그가 몸담았던 모교에 법학대학과 행정대학원 등 여러 건물을 설계함은 물론 미네소타 주의 대법원 건물 등 많은 공공건물을 설계하게 됩니다.

특히 20년 전에 설계한 미니애폴리스 컨벤션 센터는 PDI에서 처음 설계한 컨벤션 센터임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내 및 해외에 널리 소개 되면서 그 후 많은 컨벤션 센터의 설계 의뢰를 받게 됩니다.

현재 매년 500건 이상의 각종 형태의 컨벤션이 열리고 있는 미니애폴리스 컨벤션 센터 외에 유타 주와 네브라스카 주 그리고 부산시 등의 컨벤션 센터를 설계하게 되었으며 특히 부산의 BEXCO 컨벤션 센터의 경우는 2001년 미국건축가협회로부터 ‘설계대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1989년 완공된 미니애폴리스 컨벤션 센터는 100년 후 열어보기로 하고 타임캡슐을 건물 내에 묻어놓았는데 허승회는 이 캡슐 내에 건물의 설계자로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써서 묻어 두고 있습니다.

그의 또 다른 작품 중 하나인 미네소타 범죄수사연구소(Bureau of Criminal Apprehension)는 미국 내 범죄 관련 연구소 중 최고의 건물로 꼽히고 있습니다. 범죄수사연구소라는 다소 어둡고 권위적인 이미지와 달리 자연광을 최대로 건물 내로 끌어들여 밝으면서도 기능이나 전문적인 작업에 불편이 없도록 하였으며 에너지 절감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특히 자연광, 햇빛을 가능한 한 많이 건물 내로 즐겨 끌어들이는데 그의 건축설계 철학은 “첫째 건물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최대한 편안하고 흡족해야 한다.”, “둘째는 주변 건물이나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고 잘 어울려야 한다” 입니다.

2008년 이후 미국의 경제 불황으로 설계사무소의 40%가 문을 닫는 상황에서 그는 주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해외로 적극 진출 중이며 세계 각국의 90여 개 회사와 콘소시엄 관계를 맺어 그들이 현재 PDI 상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방송에서는 그가 진두 지휘하고 있는 PDI의 중국 충칭시 개발계획을 소개했는데 이는 중국정부의 센젠, 푸둥에 이은 직할 개발 프로젝트로서 충칭시는 인구가 서울의 3배나 되는 3,300만의 대도시입니다.

또한 그가 최근 열정을 가지고 추진 중인 ‘저개발국에 저렴한 주택을 대량 공급하는 프로젝트’ 는 콩고에 90만과 30만 세대 단지, 그리고 이라크에 50만 세대 단지 등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먼데일 전 부통령으로부터 최고의 건축가이며 지역경제에 공헌하고 있는 최고의 사업가라는 찬사를 듣고 있는 그는 70세에도 일이 즐거운 사람입니다. 그는 미네소타 주 건축가협회의 명예회원으로 추대되었으며 1995년에는 미국 건축가협회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1976년 김수근이 이란의 엑바탄(Ekbatan) 주거단지와 알보즈(Alboze) 아파트단지 설계에 당선되면서 (팔레비 정부가 몰락하는 호메이니 혁명 탓에 실현되지는 못했음) 해외로 뻗어나가고 있는 한국의 건축가들이 앞으로도 자신이 설계한 건물의 타임캡슐에 ‘한글로 이름’ 을 많이 새겨 보관하게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장주익
제물포고, 고려대를 나와 직장 (애경,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금강개발, 뉴코아백화점 등)에서 근무. 정년퇴임 후 젊어서부터 관심 있던 건축분야에서 건축물의 이해를 돕는 해설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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