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만 닮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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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만 닮으세요

오마리

2012년 10월 05일 (금) 02:13:54

어느 날, 우연하게도 큰아들이 벗어놓은 구두를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평상시에는 아들이 무슨 신발을 신고 다니는지 그저 색상과 모양만 관심을 두었을 뿐이었는데 그날은 이상하게 구두의 안과 굽이 내 시선을 끌었던 것입니다. 구두 안, 뒷굽 쪽에 두꺼운 깔창 같은 게 깔려 있었는데 그걸 보자 갑자기 콧등이 찡하고 가슴이 아파왔습니다.

큰아들은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 속에서 크다가 나온 탓인지 키가 쑥쑥 자라질 않았습니다. 예전의 표준 키로 보면 아주 작은 키는 아니지만 요새는 키가 큰 젊은이들이 많은지라 아마 큰아들은 자신의 키가 항상 불만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나는 개인적으로 키가 큰 남자를 좋아하질 않기에 키가 크고, 크지 않은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데 그리 대수인가, 하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아들에게 그걸로 기가 죽지 말아야 한다고, 작은 고추가 더 맵다, 라는 속담도 있듯이 나폴레옹, 박정희 대통령, 등소평, 더스틴 호프만, 톰 크루스, 사이먼 앤 가펑클도 있지 않느냐, 키가 작아도 성공적인 삶을 이룬 훌륭한 사람들이 많으니 그런 자잘한 것에 연연하지 말라, 엄마는 키 큰 사람이 싫더라, 라고 늘 말해왔습니다. 그런데 아들은 자신의 키가 항상 마음에 걸렸었던지 구두 안에 키 높이 깔창을 깔았던 것입니다.

아들의 구두를 본 이후 그런 걸로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던 아들 때문에 마음이 무척 아팠지만 나는 그것이 아들이 엄마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혼자만의 비밀인 것 같아서 그 부분까지는 참견하거나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모른 체 하고 말았습니다.

요즈음 싸이(박재상)의 ‘강남스타일’을 모르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닐 것입니다. 미국의 각종 유명 방송을 섭렵하고 언론매체까지 바람을 타고 있는 싸이, 유튜브 3억 조회 수를 돌파하고, 미국 빌보드 차트 현재 2위, 온라인 음원 사이트 아이튠즈 판매 1위, 뉴욕 록펠러 광장 앞에서의 쇼 그리고 영국 라디오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아시아는 물론 미국 유럽, 남미 등 전 세계로 인기를 뻗고 있는 싸이의 인기는 대한민국을 알리는 훌륭한 외교입니다.

나는 요즘 언니와 함께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계속 반복해 듣곤 했습니다. 칠십이 넘은 언니와 함께 싸이가 보여주는 말 춤을 따라 추기도 합니다. 나와 함께 말 춤을 연습해보던 언니는 내게 말했습니다. 참 이상하다고. 자꾸 듣고 싶고 춤도 추어보고 싶은 젊은이의 노래는 '강남스타일’이 처음이며 싸이의 멍청해 보이는 모습이 끌린다며 자꾸 그 영상을 보여 달라는 것입니다.

‘강남스타일'이 세계를 열광하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한국어로 돼 있지만 한국말을 잘 몰라도 누구나 충분히 흥얼거릴 수 있습니다. 따라 부르기 쉬운 반복적인 리듬, 유머가 있는 가사 내용, 시각과 청각을 신선하게 압도하는 퍼포먼스, 영상, 엉뚱한 코미디가 함께하는 장면들이 주는 흥겨움은 이루 말할 수 없으니 중독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아마 이것들이 연령 인종 사회계층을 막론하고 빠져들 수밖에 없도록 만든 매력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가 어떻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지 간과해서는 안 될 중요한 점이 또 있습니다. 처음 싸이의 노래를 들으며 내 언니와 내가 공통으로 느꼈던 싸이의 인기비결은 그의 소탈하고 겸손한 성품, 아주 한국적인 외모, 남성스런 모습이었습니다. 키도 크지 않고 똥똥하고 옆으로 벌어진 체격, 코는 납작하고 눈은 작고 째졌으며 얼굴은 넓적한 전형적인 한국 남자의 얼굴이지만 소박하게 웃는 모습과 그가 보여준 카리스마가 일품이었던 것입니다. 만약 싸이가 키가 호리호리하게 컸다거나 얼굴이 요즘 아이돌 가수들처럼 인위적인 미남이었다면 노래와 분위기가 잘 어울렸을까요?

세계적인 언론 통신사인 AP통신사는 '괴짜 스타가 어떻게 세계를 정복(conquered)했나' 라는 기사에서 국내 음악 평론가들의 말을 이렇게 인용했습니다.

“싸이의 실력은 물론 소탈한 성격도 비결이겠지만 전형적인 미남이 아닌, 덜 다듬어진 스타일이 더 인기를 누리게 하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고 꼽았다. 그동안 인기를 끈 K팝 스타의 경우 전형적인 미남형으로 매끈하게 꾸며진 아이돌로 일부 외국인들은 이들을 불편하게 느끼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싸이의 경우 이연걸이나 성룡처럼 멋지지만 편안한, 아시아적 가치를 지닌 편안한 외모로 사람들에게 다가서게 한다는 것이다."

성형수술을 만능처럼 생각하는 젊은이들, 키를 키우기 위해 자식들에게 외국에서는 하지도 않는 키크기 호르몬제를 맞히는 부모들도 있습니다. 물론 성형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요새 한국사회에서는 비스켓처럼 같은 느낌의 얼굴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그 코가 그 코이고 그 눈이 그 눈, 양 옆턱은 모조리 잘라내 삼각형으로 만든 인조 얼굴들을 TV에서 볼 때마다 정말 섬뜩할 때가 많습니다. 거기에 남성들이 여성적인 얼굴로 성형을 하는 것도 징그러운 현상입니다. 외국에서는 키와 외모 때문에 사람을 평가하거나 저울질하지 않습니다.이런 기현상은 외모지향적인 사회, 병든 한국사회에서만 볼 수 있는 사회적 문제입니다.

그러면 싸이가 눈을 크게 만들고 코를 세웠다면(요즘 남자들의 성형이 부쩍 많아짐) 어땠을까요? ‘아니올시다’입니다. 싸이의 완벽하지 않은 '선머슴' 같은 모습과 멋진 춤, 가창력이 그의 매력이었던 것이지요. 외모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개개인이 지니고 있는 개성과 매력입니다. 키가 큰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그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색깔, 분위기입니다.

젊은이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내 아들에게도 말하고 싶습니다.
인위적인 모습이나 큰 키를 동경하지 말고 싸이를 닮으라고.

그림 (110.XXX.XXX.58)

ㅎㅎ제가 막 들어오자 마자 이글이 올라온 것 같네요
싸이는 우리교회 4살짜리 어린아기들부터 시작해서 70대 할아버지까지 다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유아부 아이들과 함께 강남스타일 춤도 추곤한답니다.
무엇보다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는건 아마도 군대를 두번이나 다녀올만큼
얍삽하지고 않고 따지지않는 성격이라 더욱 인기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한국인들의 정서는 이런것이라야하는데
언제 부터인가 그렇게 얍삽해지고 계산하고 그러는지 ...
그런면에서 미국유학까지 다녀온 싸이가 순수성과 단순한 멜로디로 인기 있는건 아주 기분 좋은 일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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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5 14: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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