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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무얼 먹고 사나
서재경 2007년 06월 27일 (수) 00:32:44
미국에 사는 아들과 아침저녁으로 화상통화를 하는 재미가 보통이 아닙니다. 우선 공짜인데다 서로 얼굴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니까 만족감이 특별합니다. 아들을 처음 미국에 유학 보낸 90년대 초에는 국제통화만이 유일한 소통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요금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습니다.

매주 화요일 아침 내가 전화를 걸었는데 몇 마디 안부 인사를 주고받고 데 들어가는 돈이 1만 원 쯤 되었습니다. 돈이 비싸서 전화를 할 때마다 아들과 외식 한 끼 한 셈 쳐야 했습니다. 당시 우리 부자는, 센 불에 고기 구워 먹는 사람들처럼, 황급히 대화를 주고받았습니다. 국제전화요금이 센 불 이상으로 뜨겁게 느껴졌으니까요.

그러던 것이 불과 10여 년 만에 세상이 바뀌어 이제는 돈 걱정 없이 느긋하게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눕니다. 무슨 물건을 사면 카메라로 보여주기도 하고, 집에서 키우는 개들을 보여주기도 하며 읽고 있는 책의 한 대목을 보여주면서 그것을 주제로 대화를 이어가기도 합니다. 아직 약간의 잡음이 끼기는 하지만 통화품질도 비싼 돈 내던 시절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공짜로 나눈 대화를 예전 요금으로 환산한다면 아마 수백만원이 넘을 것입니다.

이런 혜택을 누리기 위해 투자한 돈은 소형 마이크와 카메라 일체형 기기를 사는데 쓴 2만원이 전부입니다. 이 일을 통해 정보통신기술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우리 식구들은 실감하고 있습니다. 토플러가 언명한 제3의 물결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공짜 전화를 쓸 때마다 확인하게 됩니다.

공짜 전화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가끔은 “이제 KT는 무얼 먹고 살까?” 를 화제로 삼곤 합니다. KT가 전화요금만으로 살 수 있는 시절은 이미 지났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KT가 국제전화 손님 좀 없기로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기업환경에 빠른 변화가 닥쳐온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래서 KT의 미래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우리 부자만은 아닐 것입니다. 보도에 따르면 콘텐츠 공급자로서의 변신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공무원문화에 젖어있던 KT가 창의성을 요하는 콘텐츠 사업에서 효과를 얼마나 거둘지는 미지수입니다. 10년 후 KT의 주력 사업은 무엇이 될 것이며 자유무역시대에 국제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요?

때마침 비즈니스위크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로부터 세계 2만8000개 IT 기업의 데이터를 넘겨받아 매긴 성적표가 공개되었습니다. 평가항목은 매출액과 매출액 성장률, 자기자본이익률, 주주수익률, 순이익 등 5가지였는데 KT는 2005년에 LG전자(3위) 삼성전자(5위)와 함께 47위를 마크했으나 올해는 100위권 밖으로 밀려났습니다. 이런 평가는 항목에 따라 석차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에 전적으로 신뢰할 것은 못됩니다. 그러나 이런 평가에서 나쁜 성적을 받으면 전략적 제휴라든지, 기술도입이라든지, 혹은 돈을 빌리는 조건이 아무래도 불리해진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도 없습니다.

경영혁신에 관해 많은 충고를 던져주는 하버드의 마이클 포터교수는 경영혁신이 성공하기 위해서 중요한 두 가지 조건이 있는데 하나는 조직전체가 위기의식을 갖는 것이고 다음은 혁신이 일상화되도록 기업체질을 바꾸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밖에서 보기에는 KT야말로 주력사업의 위협으로 창사 이래 가장 큰 도전에 직면해 있습니다. 만약 임직원들도 이런 위기감을 공유한다면 최소한 KT는 성공할 첫째 조건은 갖춘 셈입니다.

만약 임직원들이 위기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쩌면 우리는 몇 개 되지 않는 국민기업을 잃게 될 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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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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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eddulnal (168.XXX.XXX.66)
뭔지 좀 헷갈리네요.넓은 지식을 갖고 계시는 분 같이 느껴지는데(제가 잘 모르는 분이라서),단지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에게 "국민 기업"의 임직원이 위기의 식을 느끼지 못한다면 위험 하다는 말을 하고 싶으셧다면 간단한 대안이라도 제시 해 주심이 옳을 듯 싶네요.그리고 그 "국민 기업"이라는 표현이 뭔지,토플러도 그런 말을 했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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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6-27 08:3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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