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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예찬
신아연 2012년 10월 22일 (월) 01:13:10
탁구를 시작한 지 꼭 한 달째입니다.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어릴 적에 처음 라켓을 잡아본 후 중고등학교 때 몇 번 집적거리다, 결혼 전후 간간이 탁구장을 찾은 것이 저와 탁구간의 헤아려 본 인연의 전부입니다.

그러다 최근에 둘의 인연을 바싹 쪼매게 된 것은 나이 50이면 더 늦기 전에 한 가지 운동을 해야 한다는 주변과 스스로의 채근에 더는 견디지 못한 선택의 결과입니다. 혹자는 “호주에 살면서 탁구는 무슨…, 저 푸른 초원에서 골프를 할 일이지.”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여러모로 저는 탁구가 좋습니다.

우선 실내 스포츠라 얼굴 검게 탈 일 없어 좋고,같은 이유로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시드니엔 눈이 안 오지만) 바람이 불든 날씨에 상관 없어서 좋고, 골프보다 비용 적게 들어 좋고, 준비가 간편해서 좋고,장비가 무겁지 않아서 좋고, 탁구대 하나 들어갈 정도의 공간만 있으면 아무데서나 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골프에서는 공이 잘 안 맞으면 공연히 남 탓, 주변 탓하고 싶어진다지만 탁구는 상대보다 실력이 뒤져서 실점할 뿐이니 순전히 제 탓만 하면 되는 운동이라는 것도 맘에 듭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부부가 함께 할 경우 탁구대만큼의 거리를 둘 수 있다는 점이 좋습니다. 너무 붙어있어도, 너무 떨어져도 부부전선에는 이상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아무튼 속옷이 젖을 정도로 땀을 흘리고, 집중하고 열중하며, 동호인들과 유쾌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늦게 배운 도적질’에 요즘 제대로 ‘필’이 꽂혔습니다.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라는 말처럼,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에 의해서만 우리는 세계를 인식한다’는 말처럼, 탁구는 제게 새로운 언어 체계, 새로운 인식 세계를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어느 분야에나 ‘무림의 고수’가 있듯이, 지금껏 제게는 닫혀 있던 언어, 인식되지 않던 세계 속으로 들어가 보니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한 ‘진검대결의 장’이 펼쳐지고 있는 것을 직접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탁구는 구력이 말해 주는 곳입니다. 그러하기에 60 먹은 여성이 스무살 청년의 환상적 랠리 파트너가 된다거나 나이와 성별, 국적과는 무관한 ‘탁구 지존’을 만나는 것은 너무나도 흔한 일입니다.

내가 모르는 또다른 스포츠의 장마다 각각의 언어가 있고 따라서 나름의 세계가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습니다. 어찌 스포츠뿐이겠습니까. 음악이나 미술 등 예술 영역 역시 아는만큼 보이고 아는만큼 들리는 법이니까요. 악기를 배우는 것, 악기도 세분하여 피아노, 기타, 바이올린이 각각의 언어를 가지고 있고, 그림, 바둑을 시작하는 등의 모든 행위가 새로운 언어, 새로운 세계로의 입문이라 할 것입니다.

탁구라는 ‘새 언어,새 세계’를 알게된 후 삶이 보다 풍성해졌습니다. 제 삶의 메뉴 보드가 달라진 것입니다.일상의 메뉴가 바뀌니 삶의 의미와 가치, 결과물에도 차이가 날 수밖에요.

평균 주 5일, 어떤 때는 일주일 내내 하루 서너 시간을 탁구장에서 보내는 일상은 풍요로워짐과 동시에 단순해졌습니다. 단순함은 풍성함을 거스르는 개념처럼 들리지만 탁구를 하기 위해 시간과 물질의 우선 순위를 재조정하고, 필요치 않은 일, 덜 중요한 것을 과감히 삭제해 버린 결과 삶의 실속이 깊어지고 온전에 가까워진 것입니다.

지금 막 새로워진 일상이 습관으로 굳어지고 규칙성을 갖게 된다면 수행이나 영적 훈련에서 얻어지는 기쁨 비슷한 것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조차 있습니다.

머리가 아닌 '몸이 기억하는 행위’를 훈련시키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은 나이들어가는 자신과의 천진한 조우입니다.‘감’을 익힌다고 표현하듯이 반복 훈련된 직관과 반사 신경에 의존하여 자기 자신의 미지의 영역을 개발해 나가는 긴장과 흥분은 각별하고 신선합니다.

사람은 어느 나이에나 살아가는 재미가 있다는 말을 요즘 저는 탁구를 통해 확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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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9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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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us (220.XXX.XXX.128)
“사람은 어느 나이에나 살아가는 재미가 있다는 말을 요즘 저는 탁구를 통해 확인하고 있습니다.” 신아연 님의 글입니다.
“ 얘들아, 즐겁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시몬느 보봐르가 그녀의 자전적 소설 “편안한 죽음”에서 한 말입니다.
몸을 움직인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징표이지만 평소에는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하나하나의 미세한 우리 몸의 움직임을 느낄 때 우리는 즐겁습니다. 그것은 생명의 아주 깊은 곳에서 내밀하게 우리에게 전달하는 신비의 음성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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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5 10: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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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중 (60.XXX.XXX.96)
별것 아닌것을가지고 그렇게 만족하고 또 행복해할수있는 마음과 실천력, 그기술을 실의에 빠저있는 많은 한국
사람에게도 좀 가르쳐 주시면 좋겠습니다.
늦게나마 시작한것이 늦지않았다.
눈 비 관계없이 비용이 적게 든다는것.
모든것 남 탓하지않고 자기탓이라는것.
무엇보다 부부가 일정 거리를 가진다는것.

어렵게 먼곳에서 행복을 찾으려하지말고 자기주변에서 실속, 기쁨, 즐거움, 재미등을 찾으려는 마음,
현명한 발견을 축하하며 우리나라 많은 사람이 배우면 좋겠습니다
좋은글 많이 쓰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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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4 08: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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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60.XXX.XXX.96)
인내천님, 국궁을 하시는 군요. 명칭만으로도 멋있게 느껴집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잠시 마음이 흔들리면, 순간의 자신감에 뭔가 균열이 가면 대번에 그 작은 공이 알아차리고 마는 데, 국궁에서는 활이 그러는 군요.

참 오묘한 일입니다. 인내천님도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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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4 07: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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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60.XXX.XXX.96)
김윤옥님, 답변달기가 제대로 되질 않아서 별도로 씁니다.

덧글 감사드립니다. 부럽긴요.^^ 그저 운동삼아 시작한 건데 의오로 재미를 느끼고 있을 뿐입니다.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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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4 07:3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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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정욱 (60.XXX.XXX.96)
저는 바둑을 하루라도 안두면 안달하는 바둑 마니아입니다.
바둑의 언어는 제가 좀 알죠.
놓여있는 돌 들 각자가 의미로 충만합니다.
탁구에 많은 진보가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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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4 07: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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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110.XXX.XXX.229)
부럽기 그지(?) 없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탁구많큼 효율적이고 신나는 운동도 흔치않을 것같습니다. 저도 몇 번 시도해 본 적 있습니다.
탁구대신 아무데서나 쉽게 할 수 있는 베드민튼도 해보았는데 꾸준히 하지 못한게 아쉽습니다.
열심히 하셔서 건강해 지시고 젊어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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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2 20: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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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완 (60.XXX.XXX.96)
신아연 선생님

선생님의 글을 흥미 있게 ㅤㅇㅣㄽ었습니다. 좋은 취미를 가지신 것이 부럽습니다. 저는 운동에는 소질이 없어 운동 잘 하시는 분들이 몹시 부럽습니다. 중국이 탁구 강국이지요.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정도니까요. 좋은 취미로 재미 많이 보시고 좋은 건강 류지하세요.

이종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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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2 15: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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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60.XXX.XXX.96)
어릴적부터 교회를 다닌 사람들은 당시 교회에 흔한 탁구대를 통해 탁구를 자연스레 익혔습니다. 저도 그 중 한사람이지요. 탁구는 한국 사람처럼 체격이 아담하고 땅이 비좁은 나라에서 안성맞춤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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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2 11: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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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식 (60.XXX.XXX.96)
반갑습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일상에서 받는 온갖 스트레스를 떨쳐내는 방법 중 가장 좋은 하나가 바로 땀을 흘리는 운동이 아닌가 싶습니다.

더욱 활력을 찾아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올려 주세요



이 완식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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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2 11: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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