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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솟는다
박상도 2012년 10월 29일 (월) 00:33:28
초등학교 5학년 때 담임 선생님의 별명은 ‘득팔이’였습니다. 선생님 존함의 가운데 자가 ‘득’자였는데 이런 선생님을 학생들은 ‘득팔이’로 불렀던 것입니다. 지금 생각하면 가슴 아픈 기억입니다만 촌지를 너무나 사랑하셨던 선생님의 모습이 어린아이들 눈에 ‘똥파리’처럼 보였던 것 같습니다. 수업 중에 학생의 어머님께서 찾아오시면,

“자습해.”

라고 달랑 한마디를 외치고 곧바로 복도로 달려나가서 한동안 어머님과 말씀을 나누십니다. 아이들이 복도로 고개를 빼쭉 내밀어 보고는 “영수(가명)야, 너네 엄마 오셨다.”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영수는 고개를 숙입니다. 영수 엄마가 학교에 온 이유를 영수도 알고 우리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수 엄마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시고 교실로 들어오는 선생님의 손에는 하얀 봉투가 들려 있습니다. 칠판 옆 선생님 자리에서 손가락에 침을 바르면서 봉투 안에 들어 있는 천 원짜리 지폐를 세십니다. 그러고 나서 봉투를 서랍에 넣습니다. 돈의 액수에 따라 선생님의 표정이 달라집니다.

어린 마음에도 선생님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염치가 너무 없으신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소한 우리들이 보는 데서 돈을 세는 것은 자제하셔야 하는 것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그렇게 촌지를 받고 나면 조금 전까지 천하에 둘도 없는 문제아였던 영수가 금세 천하에 둘도 없는 모범생으로 탈바꿈합니다. 문제아와 모범생은 선생님의 세 치 혀에 달려 있었던 것입니다.

촌지에도 약효가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폭력을 통해 약효가 떨어졌음을 알려주셨습니다. 선생님은 매를 들지는 않으셨습니다. 무조건 따귀를 때리셨습니다. 왼손으로는 학생들의 오른쪽 뺨을 꼬집어 잡으시고 오른손으로 냅다 후려갈기시면 “짝!”소리가 교실에 울려 퍼집니다. 약효가 한 달인 아이는 반에서 반장이나 부반장을 하는 아이였고 대부분의 학생은 약효가 서너 달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육성회비를 내는 것도 버거워서 촌지를 바칠 수 없던 아이들은 일년 내내 멸시를 받아야 했습니다. 지독하게 운이 없던 저는 5학년과 6학년을 모두 그 선생님 반에 배정을 받았습니다.

선생님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하루는 수업 시간에 당신이 어렸을 때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우리 집은 동네에서 제일 잘사는 집이었어. 왜냐하면 할아버지가 친일을 하셨거든.”

저는 무척 혼란스러웠습니다.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가 바로 친일 행각인데 당신은 그걸 떳떳하게 자랑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야 선생님이 당신이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것을 자랑했던 이유를 알았습니다. 우리는 역사에 부끄러운 짓을 한 사람들을 단죄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오늘날 친일파의 후손들이 그들의 조상이 친일로 축재한 땅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하는 지경을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지켜보게 된 데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우리 세대가 어른이 되면 촌지가 사라지는 평등한 사회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촌지로 인한 아픔을 너무 많이 겪었기 때문에 우리 자식에게는 그 아픔을 물려주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으로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상은 내 생각보다 더 영악하게 진화하고 있었습니다.

용산의 한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의 일화를 전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신입생을 받고 나서 며칠 후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이런 말씀을 하신다고 합니다.

“우리 반에서는 철수(가명)가 가장 큰 문제야.”

이 이야기를 들은 같은 반 아이들은 집에 가서 엄마에게 말합니다.

“엄마, 우리 선생님이 그러시는데 우리 반에서는 철수가 가장 큰 문제래요.”

그 이야기를 들은 엄마들은 아이에게 대부분 이렇게 말을 한다고 합니다.


“너는 앞으로 철수랑 놀지 마라.”

그러면 철수 엄마는 어떻게 될까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처음에는 깜짝 놀라다가, 가슴을 쓸어내리고 죄인처럼 담임 선생님을 만나러 가겠지요.

그 선생님의 반에선 3월엔 철수(가명)가 문제고, 4월엔 순이(가명)가 문제고, 5월엔 영철(가명)이가 문제 학생이 되어 갈 겁니다. 애초에 선생님이 “우리 반에서는 철수가 가장 큰 문제야”라고 말씀을 했을 때 철수 엄마가 아닌 다른 엄마들이 선생님께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에게 문제아라고 얘기를 하는 것은 교육적이지 않습니다'라고 이의를 제기해 주지 않는 이상 선생님의 이런 횡포는 계속될 것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학교에 맡겨놓은 엄마들은 이런 용기를 내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국립 한국 경진학교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정서, 행동 장애가 있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 시설인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한층 더 높은 수준의 배려와 관심을 베풀어야 함에도 중학교 담임 교사의 악의적인 폭행에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합니다. 인턴교사가 이런 충격적인 모습을 보고 교장에게 신고를 했으나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아 일주일간의 폭행 일지를 작성해서 학부모에게 전달하게 되면서 사건이 알려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학부모가 학교에 항의를 하자 학교 측에서는 징계 없이 해당 교사를 다른 곳으로 파견해서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이같은 사실을 알고 강하게 징계를 요구하자 3개월 무급정직이 내려졌다고 합니다. 얼핏 보면 중징계처럼 보이나 3개월 후에는 이 교사가 다시 학교에 돌아와서 교편을 잡을 수 있습니다. 학부모 입장에선 더욱 불안해지겠지요. 징계를 마치고 돌아온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곱게 봐줄 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는 얘긴가요?

가장 가슴 아픈 점은 학교에 시정을 요구하는 학부모의 애타는 마음을 그저 떼를 쓰는 것 정도로 폄하하는 학교의 태도입니다. 한 학부모는 마치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느낌'이라고 말합니다. 학교는 제대로 시정을 하지 않고 학부모는 계속 시정을 요구하는 상황이 계속됩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수개월이 지나면 학부모가 되레 무식하고 끈질긴 사람으로 비치고 이때 학교에서는 '이제 그만 좀 하시죠'라는 말을 한다고 합니다. 개인이 조직을 상대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일이 점점 더 힘든 세상이 되고 있습니다. 방귀 뀐 놈이 화를 낸다는 얘기가 생각납니다.

그렇다고 학부모가 대단한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학교에 CCTV를 설치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무슨 영문인지 묵묵부답이라고 합니다. 요즘 골목마다 널려 있는 것이 CCTV인데 그것이 교실에는 허용이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지 모르겠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조차 장애 학생의 인권과 교권을 고려해 CCTV 설치에 회의적이라고 합니다. 장애 학생의 인권은 폭력 교사에 의해 크게 침해당했는데도 말입니다.

장애가 있는 학생을 상습적으로 폭행해도 교직에 그대로 머물 수 있고 학부모에게 수백 만원의 촌지를 받은 교사와 체험 학습 업체로부터 대가성의 접대를 받은 교사가 솜방망이 몇 대 맞고 다시 교단에 섭니다. 심지어 제자를 성추행한 교사가 고소인과 합의를 했다는 이유로 자리를 보전합니다. 부모는 자녀가 받을지도 모르는 불이익이 걱정되고 학교는 추문을 감추기에 급급합니다.

서울시 교육감 법정 선거 비용이 35억 2,000만원입니다. 이제 12월에 또 교육감을 뽑게 됩니다. ‘망치가 가벼우면 못이 솟는다.’고 합니다. 묵묵히 책임감을 갖고 교육자의 길을 걷고 있는 많은 선생님들을 위해서라도 이제는 크고 무거운 망치와 다부진 팔뚝을 가진 집행자가 필요합니다. 국민의 혈세를 35억 2,000만원이나 들였으니 이제 우리가 그만한 요구를 해도 괜찮은 것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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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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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곡 (108.XXX.XXX.110)
촌지 얘기를 더 좀 써 주세요. 그런 글은 여러번 반복해도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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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29 07:5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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