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와 모발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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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머리와 모발관리

이성낙

2012년 12월 17일 (월) 02:37:15

모발관리 하면. 아마도 적지 않은 사람은 실크처럼 윤기나면서 숱이 많아 멋있어 보이는 머리카락을 생각하겠지만 모발관리에 대하여 피부전문의인 필자에게 물어 보는 사람들은 자기의 모발관리가 올바른 방법인지 알고 싶어 합니다. 탈모현상을 염두에 두고 불안해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질문의 속내는 혹 머리를 잘 못 관리하여 머리숱이 엷어지고 가늘어지다가 더 심해져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합니다. 모발관리에 대한 일관된 지침이 일반인들에게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데다 근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비전문가들이 ‘모발관리전문인’임을 경쟁적으로 표방하는 바람에 혼란스럽기 그지없습니다. 모발관리라는 명목 하에 좋다는 샴푸 외에 각종 고가의 두피 및 모발관리제품을 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염려됩니다. 값의 고하를 떠나 「좋은 것이 좋다가 아니라, 좋다고 하지만 도움도 안 되고 장기적으론 유해할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걱정 되어서입니다.

샴푸 관련 한 에피소드가 떠오릅니다. 필자가 독일 유학시절인 1960년대 초에 샴푸가 시장에 처음 나왔습니다. 샤워를 하며 샴푸로 머리를 감으면 얼마나 상큼하였는지 아직도 기억이 새롭습니다. 그렇게 몇 년간 샴푸를 애용하던 필자가 2년차 레지던트로 주임교수의 외래진료보좌(Assistant)역할을 하던 시절의 일화입니다. 한 환자가 갑자기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머리숱이 눈에 뜨이게 엷어져 고민이 되어 교수를 찾아 왔습니다. 탈모증이란 어렵지 않은 진단이었습니다. 환자가 원인에 대하여 물어보자 교수는 환자에게 샴푸를 사용하여 세발하느냐고 묻자, 환자의 답은 예상한 대로 매일 그것도 아침저녁 하루에 두 번씩 샴푸로 철저히 세발洗髮한다고 조금은 당당하게 답하였습니다. 그런데 교수의 설명이 매일 두 차례씩이나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을 물리적으로 ‘뽑아내는’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샴푸로 세발하면 탈모과정을 촉진시키니 샴푸를 사용하지 말 것을 권장하는 것입니다. 그간 샴푸를 ‘신나게’ 애용하던 필자에게는 놀랍기도 하였지만 더 당혹스럽던 것은 친조부, 부친 및 숙부 그리고 남자 형제들이 하나 같이 대머리 또는 머리숱이 적은 편이라 언제인가는 필자도 ‘대머리신세’를 못 면하겠다는 잠재 위기의식을 가지고 있던 차라 내심 충격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진료시간이 끝난 조용한 시간에 교수님을 찾아가 “탈모 관련 너무 자주 머리를 감지 말라는 말씀은 이해하겠는데 <샴푸와 탈모현상>관계는 이해 못 하였습니다”하니 교수께서는 샴푸가 1960년대 초반에 시장에 나왔는데 이미 ‘중독현상’수준에 이르렀으며 샴푸의 성분인 계면활성제界面活性劑 SLS(Sodium Laureth Sulfate)가 피부에 해로울 수밖에 없는 공인된 피부자극제(skin irritant)가 아닌가라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런 교수의 설명을 들은 이후 지금까지 샴푸로 세발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필자에게 대머리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샴푸 없이 머리를 감을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기름때’는 모근의 일부인 지선脂腺에서 나온 더럽지 않은 피지입니다. 몸의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의 일부분입니다. 거기다 피지는 수용성水溶性이라 물에 잘 녹기 때문에 샤워할 때 따듯한 물로 세발하면 깔끔하게 ‘기름기’가 제거되기 마련이니 샴푸를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다는 뜻입니다.

여자는 대머리가 없다고 합니다. 대머리를 전문용어로 남성형탈모증(male pattern alopecia)이라고 하듯이 대머리는 남자만의 ‘특권’입니다. 그런데 내분비 관련 내과적 질환의 일환으로 탈모가 생기는 경우를 제외하고도 근래 머리숱이 엷어져 고민하는 중년 이후 여성들이 전문의를 찾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머리 파마과정에 가해지는 ‘가열’현상과 머릿결 형태를 만들기 위해 각종 화학물질들을 긴 세월 동안 바르고 또 바르면서 가해한 총량을 생각하면 머리카락이 견디는 것 자체가 신비하기까지 합니다. 여기에 샴푸도 한 몫 합니다.

머리숱이 엷어져 고민하는 분이 “대처방안이 무엇이냐”고 물어 보지 않을까 싶습니다. <너무 자주, 너무 많이, 너무 강하게> 모발이나 두피를 괴롭히지 말 것을 우선 권합니다. ‘샴푸 없는 세발’은 장기적으로 탈모과정을 지연, 또는 예방하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믿습니다.

대머리는 반드시 대물림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라는 뜻입니다.

차덕희 (121.XXX.XXX.66)

젊은 날의 추억들은 한갖 헛된 꿈이랴
윤기 흐르던 머리 이제 간곳 없으랴.
소녀 시절 아주 곱게 부르던 노래가 있었지요.
그 시절에는 흑발의 머리가 으뜸이고,언제 흰 머리가 올지 오만했던 나이였지요.머리 기름 때가 수용성인지 몰랐습니다
볼품 없어진 머리에 가끔 짜증이 나지만 백발이 스스로 알게해 주는 지혜도 있어 견딜만 하네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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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7 21:5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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