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고영회 산소리
     
성탄일, 쉬긴 했지만
고영회 2012년 12월 26일 (수) 01:29:11
어제 잘 쉬셨습니까? 어제 성탄일은 공휴일이었습니다. 공휴일은, 대통령령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정해 놓았습니다. 국경일은 법에 다섯 날(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이 정해져 있지만, 국경일이라도 모두 공휴일이 아닙니다. 지금 다섯 국경일 가운데 제헌절과 한글날은 공휴일이 아닙니다. 그제(12월 24일) 국무회의에서 한글날을 공휴일에 포함시키는 안을 통과시켰다고 하니 내년부터는 한글날도 공휴일로 바뀝니다. 한글단체들이 적극 요청하였고 국민이 많이 공감하기에 정부가 받아들여 위 규정을 고친 것이죠. 한글날은 성격으로 볼 때 온 국민에게 공통으로 해당합니다.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한 것은 올바른 결정이라 생각합니다.

현재 공휴일을 살펴보면 일요일 새해 첫날, 설날, 추석, 어린이날, 현충일, 선거일 등인데 국민 대다수에게 해당하는 날입니다. 석가탄신일(석탄일)과 기독탄신일(성탄일)은 종교 기념일인데, 공휴일로 들어왔습니다. 성탄일은 옛날부터 공휴일이었고, 석탄일은 불교인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공휴일로 지정한 것 같습니다.

종교 기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한 것을 볼 때마다 자연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그 종교를 갖지 않았기에 그럴 거라고 할 지 모르지만, 이치를 생각해봐도 그렇습니다. 종교 기념일은 국민 가운데 대략 20% 종교인에게만 해당할 뿐입니다.

대한민국은 종교국가가 아닙니다.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 나라입니다. 국민은 어느 종교든 가질 수 있습니다. 불교와 기독교를 믿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많겠지만 다른 종교를 갖거나 종교를 갖지 않는 사람도 많습니다. 다른 종교를 갖거나 종교를 갖지 않는 사람에게 그 종교 기념일은 의미가 별로 없습니다. 그런데도 종교 기념일을 공휴일로 한 것은 이치에 어긋납니다.

만약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이 내 종교 기념일도 공휴일로 만들어 달라고 요구한다면 정부는 그렇게 할까요? 거부하려면 어떤 이유를 내걸 수 있을까요? 그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헌법에서 정한 기본권이나 평등권을 침해당했다고 헌법소원을 낸다면 헌법재판소는 어떻게 결정할까요?

신도가 많은 두 종교의 기념일을 공휴일로 인정했다면, 다른 종교를 갖거나 종교를 갖지 않는 사람도 자기가 기념할 날 하나를 골라 쉴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즉 석탄일과 성탄일을 공휴일로 했으므로, 다른 종교인이나 무교인은 자기가 고른 날 또는 따로 정한 날에 그들 나름대로 기념할 기회를 주어야 형평에 맞습니다. 이렇게 요구하면 정부는 그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거나 쉬도록 조치할까요? 그렇게 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특정 종교기념일을 공휴일로 지정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제 석탄일과 성탄일을 공휴일에서 빼는 게 좋겠습니다. 종교 기념일은 그 종교를 가진 사람이 개인 휴가를 내어 쉬어야 맞습니다. 종교 기념일 대신에 국민 대부분에 공통되는 날을 공휴일에 넣는 게 좋겠습니다. 법정기념일들을 보니 공휴일로 삼을 만한 날이 여러 개 보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기념일, 문화 날, 어버이날, 과학 날 등 이런 날을 공휴일에 넣는다면 국민 대부분에게 해당하여 뜻이 깊을 겁니다.

종교를 갖지 않았기 때문에 공휴일에서 빼자한다고 할지 모릅니다. 이런 주장은, 종교에서 말하듯, 구원받지 못할 사람의 푸념일 뿐일까요?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5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김상학 (211.XXX.XXX.68)
성탄일 석탄일 모두 평일화해서 서울에 몰린 돈 지방으로 분산하고 노동절, 어버이날, 제헌절과 4.19를 공휴일로 승격했으면 좋겠습니다. 2개 빼고 4개 늘리면 실질적으로 2개 늘리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아니면 크리스마스 대신 연말 한 주를 통째로 쉬게 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김상학 드림
답변달기
2017-04-07 15:41:25
0 0
의견 (119.XXX.XXX.227)
종교일을 하나 정하면 어떨까요?
--------------------------------------
그래도 웃고 사는 김재화 드림
답변달기
2013-01-17 14:58:07
0 0
의견 (119.XXX.XXX.227)
>>양지원 2012-12-27 02:44:36
고 변리사님께서 보내주신 글 잘받았습니다. 지식인이라고 하며, 문화에 휩싸여 있는 지금의 저를 발견하며 다시 생각하게 하는 오늘입니다. 책임을 느끼고 언어 선택하나 신중한 자세임을 다시 한번 알게 하는 칼럼원고 보내주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12년 한해 동안 보내주신 깊은 그리고 따듯한 사랑. 글로 깨우침을 주셔서 다시한번 감사드리며,2013년 기쁜 새해가 되는 마음 준비하겠습니다. 양 지원 드림.
답변달기
2013-01-02 09:30:45
0 0
의견 (119.XXX.XXX.227)
>>김근례 2012-12-26 11:46:48
정치권에서 받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타당한 의견이라 생각합니다. 두 종교휴일 대신에 가정의날, 국민행복의 날을 제정했으면 좋겠습니다.ㅎㅎ
.
>>김세민 2012-12-26 11:07:42
저는 종교를 갖고 있지만 평소에 제가 주장하는 바여서 전적으로 동감입니다. 그리고 어버이날이 공휴일로 지정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날만이라도 밝은 낮에 부모님을 찾아뵈어야 하지 않까요? 공휴일이 너무 많다면 어린이 날을 빼서라두요. 삼백육십오 일이 어린이 날인 이 시대에 웬 어린이 날?
.
>>하장춘 2012-12-26 10:35:47
언제나 개혁성향이 필요하지만, 역사성이라는 면에서 지정 할 당시의 의견과 사정이 있었을 것이고 종교의 중요성과 필요성 이랄까 하는 면도 함께 생각해 보면 좋을 듯 합니다.
.
>> 하한기 2012-12-26 10:12:18
저도 고대표님 의견을 지지합니다. 국민의 대다수가 노동, 근로자이므로 근로자의 날, 노동자의 날, 메이데이 5월 1일을 휴일로 하는게 맞지않나요?
.
>>강철중 2012-12-26 09:25:00
동감입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같습니다. 어릴 때부터 크리스마스하면 선물을 떠올렸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습니다. 맞는지 모르겠지만, 미군정의 잔재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정치인들은 도저히 위 필자의 뜻을 따르지 못할 것입니다. 종교인들의 표가 무서우니까요.
.
>>신현덕 2012-12-26 08:43:19
잘 읽었습니다. 저는 1990년대 초반부터 각종 선거를 일요일에 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일해야 하는 날 하루를 쉬면 우리 경제에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 오는데 우리의 대표를 뽑으면서까지 스스로가 경제적 손해를 자초해서는 안되리라 생각합니다. 주 5일제가 실시되고 나서 중간에 하루를 쉬면 그 주는 생산성이 엄청 저하된다고 들었습니다. 잘 쉬는 것도 필요하지만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연말 잘 지내세요. 신현덕 드림
답변달기
2012-12-27 11:26:32
0 0
의견 (119.XXX.XXX.227)
<이준섭 2012년 12월 26일 수요일, 07시 50분>
고영회님, 안녕하세요
오늘 공감이 가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저도 석탄일, 성탄절 쉬는 것은 잘못이라 생각합니다.
그보다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일 등 모든 국민들을 일깨워 애국심을 고취시키는 행사일을 쉬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새해에도 늘 건강 건필을 빌면서, 가정에도 행복이 넘쳐나길 빕니다. 이준섭 드림
...
<작은거인, 2012년 12월 26일 수요일, 09시 11분>
좋은말씀이네요. 우리의 독창성과 정신세계를 대표할수있는 한글과 민요등 묶어서 문화의 날을 공휴일로 정해 한국인의 우월성과 자부심을 한층 드높일 수 있도록.......아이구!고영회 산소리에 한글날은 공유일로 제정됐겠네요.
답변달기
2012-12-26 13:13:32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