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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구 예찬 3
신아연 2013년 01월 28일 (월) 00:15:02
탁구를 시작한 지 4개월째, 상대의 공을 넘기는 데만 급급하다가 요즘은 넘기되 제대로 넘기려고 애를 씁니다. 폼나게, 멋있게 받아치자는 뜻이 아니라 정말이지 ‘제대로’ 말입니다.

엉성하거나 과장된 자세,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몸짓, 자기식의 편집적 스윙, 우스꽝스러움은 고사하고 아예 마구잡이식 치기 등, 연수나 구력이 깊어갈수록 제대로 된 폼, 정자세를 고수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그간 다른 사람들을 지켜보면서 알게 되었기에 그렇습니다.

죽자고 노력했건만 기예에 가까워야 하는 밸란스와 집중력을 시나브로 잃어버리고, 정도만 다를 뿐 세월이 갈수록 ‘자기식’의 탁구를 할 수밖에 없는 탁구장 사람들 사이에서, 어린이는 나라의 새싹이듯이 저는 새싹입니다.

남편의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남편하고만 탁구를 하던 저를 드디어 다른 사람이 상대해 주마 하던 날, 저는 마치 엄마품을 떠나 처음 아기방에 맡겨지는 서너 살배기처럼 불안하고 두렵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남편은 먼발치에서 온화한 웃음을 띤 채 무언의 격려를 보내는 엄마의 표정을 지으며 일견 대견한 눈길과 함께 용기를 내어 어서 자기를 떠나라는 손짓을 합니다.

그들에게 저는 처음처럼, 처음부터 정석대로만 한다면 ‘제대로’ 할 수 있는 잠재력이자 무한한 가능성입니다.
그런 연유로 틈만 나면 이 사람, 저 사람들이 돌아가며 제게 자신들만의 노하우, 비장의 가르침을 베풉니다. 마치 이 풍진 세상, 저를 통해서라도 자신들의 못다 이룬 꿈을 펼치겠다는 듯.

그러나 탁구장에는 그깟 폼이 대수냐, 무조건 상대를 이기기만 하면 그게 바로 실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남들이 자기 폼을 비난하든 비웃든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오직 승부에만 집착합니다. 그들은 결과만이, 승자만이 말할 수 있을 뿐, 패자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죄다 변명거리로 치부합니다. 실상 시합에서 이길 확률은 이런 사람들 사이에서 월등 높습니다.

아예 기본기를 배운 적이 없다면 모를까, 일부러 처음부터 나쁜 자세를 골라 연습했을 리는 만무하지만, 어쨌거나 세월 속에 굳어져서 기본기를 고수하는 자들 사이에서 ‘ 탁구를 하지만 탁구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개중에는 탁구 정법에서 하지 말아야 할 것만 ‘모아모아’자기만의 비법으로 써먹는, 구제불능인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제게 한 수 가르쳐 주마고 접근할 때는 고마운 마음보다는 경계심이 생깁니다.

한편 상대를 이기려는 집착 때문에 시합 중에 자꾸 폼을 망가뜨리면 나중에는 습관으로 굳어질까 두려워, 당장 지는 한이 있더라도 기본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의식적, 의지적으로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정도를 벗어날수록 결국 그 피해가 자신에게 온다는 혜안으로 매번 유혹을 넘깁니다.

그러나 탁구의 세계에서는 비록 승률이 낮고 실력이 느는 속도가 느리다 해도 정석이 몸에 익은 사람이 궁극적으로는 승리한다는 사실은 매우 감동적입니다. 이 원칙에는 예외가 없다고 하니 얼마나 단호한지요.

구력이 깊고 승률이 뛰어난 ‘편법자’를 애숭이 ‘정법자’가 제압하려면 부지하세월이겠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정법자’가 이긴다는 것인데, 편법으로는 결코 정상에 오를 수 없다는 뜻도 되고 올라갈 수 있는 한계가 있다는 뜻도 되겠습니다.

탁구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그러할진대 아무리 기기묘묘한 재주를 부려도 정공법 앞에서는 하수라는 명명백백함이 경쾌하지 않나요?

흔히 골프를 예로 들면서 스포츠를 인생의 축소판으로 비유하곤 하지만, 도리를 지키며 상식과 합리로 살려는 사람들이, 편법을 쓰다 못해 법까지 뜯어고쳐가며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고 군림하는 자들에게 매번 낭패감과 자괴감을 느껴야 한다는 점에서는 비유가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탁구에서처럼 ‘제대로’ 인생을 살면 언젠가는 승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요즘 세상은 ‘제대로’ 살려고 할수록 삶이 각다분해져서 승리는커녕 초라한 종말을 맞게 되니 말입니다. 간교하고 거짓되게 살고도 결과가 좋으면 다 좋고, 마치 ‘제대로’해서 잘 된 것처럼 위장을 하거나 모르쇠로 일관하는 자세 앞에서는 또 얼마나 기분 나쁘고 허탈한지요.

혹여 잘못된 습관이 붙을세라 초보단계에 있는 저를 애면글면하다 못해 어떤 분은, 남자는 몰라도 여자는 특히 폼이 예뻐야 한다고까지 말씀하십니다.
회원들 중에는 잔꾀고 정법이고 견줄 것 없이 오직 ‘폼생폼사’하는 부류도 없진 않지만, 사람 사이의 예법에 비유하자면 여자에게 특히 ‘폼’을 강조하는 것을 삼종지도나 칠거지악쯤으로 해석해야 하는가 싶어 슬그머니 웃음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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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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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us (220.XXX.XXX.128)
'힘 빼고 3년'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운동에 관한 것입니다. 어깨에 힘들어가면 안된다는 뜻인가 합니다. 근육도 내공이 있다는 말로 들립니다. 그것은 욕심이라는 다른 말로도 들립니다. 내 자신 말로야 못하는 것도 안되는 것도 없지만 막상 현장에 들어서면 욕심이 발동합니다. 지나친 욕심을 빼는 일에 3년이 걸린다는 것이지요. 운동이고 뭐고 세상만사의 일이 다 여기에 연결되어 있어 보입니다. 힘빼고 살고 싶은데 이게 마음대로 안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내공의 길이 아직 멈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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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30 09:2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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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용 (60.XXX.XXX.96)
정석 선호가 궁극적으로 승리자가 된다는 사실을 익히고 있는 님에게 박수보냅니다. 모든 분야의 스포츠와 예술이 다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우리사회모든 분야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성원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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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9 09: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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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武 (115.XXX.XXX.155)
훌륭한 생각을 이제야 보았고, 정신이 번쩍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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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2 11:5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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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武 (115.XXX.XXX.155)
옳바르고 정확한 말씀 세겨 들었습니다.
많은 공부가 되엇습니다.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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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2 12:0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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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류 민 (60.XXX.XXX.96)
항상 좋은글 보내주심에 감사드림니다.

건강하시고 더좋은 이야기,재미있는 우리들의 만남이 오래오래 간직되고 이어지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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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8 12:5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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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식 (60.XXX.XXX.96)
기본적인 폼을 익히기 위하여 노력을 하는 것도, 엄청난 수고가 따르기 마련인데 ...... 혼자서는 어려워 결국 잘하는 사람에게 배우는 수 밖에 없는 것이 꼭 얘들을 어려서부터 양육시키는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잘 양육된 사람들은 설사 잘못된 길에 들어섰더라도, 곧 깨닫고 바른 길로 돌아오지만, 기본적으로 잘못 양육될 경우에는 무엇이 잘못된 줄도 모르고, 어떤 비난이 있더라도 깨우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즈음은 어찌된 셈인지 양육을 그것도 부모가 직접하는 것보다는 남에게 의탁하는 교육 그것도 죽어있는 교육에만 메달리다보니, 사실 국가의 장래가 심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저 만의 기우로 끝나기를 바랍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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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28 08: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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