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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門化光'을 어이할꼬
고영회 2013년 02월 08일 (금) 02:31:39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작년 12월 27일 광화문 현판을 한자로 달기로 의결했습니다. 회의자료를 보면 4개 합동분과위원회(사적분과 노중국 위원장 등 7명, 건축분과 박언곤 위원장 등 8명, 동산분과 김리나 위원장 등 7명, 근대분과 김정동 위원장 등 7명)를 열어 모두 29명(언론보도에는 28명)이 참석하여 한 사람만 반대하고 나머지는 모두 한자(임태영 글씨) 현판으로 다는 것을 의결했다 합니다. 보도기사에는 문화재위원 대부분이 “한글 현판은 문화재 복원 정신과 맞지 않는다.”라며 “광화문 현판은 경복궁 복원이라는 전체 틀에서 제작돼야 하므로 중건 당시 임태영 글씨로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한글단체들은 2005년부터 한글로 달아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문화재청은 한자 현판을 달아 2010년 광복절에 공개했습니다. 그 뒤 석 달 만에 현판에 금이 가 현판을 다시 만들어야 할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에 한글로 할 것이냐 한자로 할 것이냐는 문제가 다시 불거졌습니다. 이에 문화재청은 토론회, 여론조사 등으로 의견을 모아 결정하겠다고 했습니다.

2012년 4월 17일 언론재단건물에서 열린 공청회는 뜨거웠습니다. 주제 발표할 때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상대 쪽을 향해 삿대질을 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2차 토론회는 2012년 11월 7일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렸습니다.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 조사에서는 58%가 한글로 달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현판을 처음 달 때에는 복원 원칙 문제였는지 모르지만, 현판에 금이 가서 현판을 다시 달기로 한 때부터 복원원칙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한글 단체는 “광화문은 단순한 문화재가 아닌 이 시대를 상징하는 공간이다. 시대정신에 맞게 한글로 달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문화재청은 이런 이유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에 의견 모으기에 들어갔을 겁니다. 그렇다면 시대성을 판단할 있는 사람도 참여했어야 정상입니다.

의결에 참여한 4개 분과를 살펴보면, 사적분과는 사적지나 기념물을 다루면서 주로 고고학이나 건축역사를 다루는 사람이, 건축분과는 건조물을 다루면서 주로 한국건축사를 전공한 사람이, 동산분과는 고문서 등 고고 자료를 다루면서 주로 서지학이나 미술사를 전공한 사람이, 근대분과는 근대 시설물을 다루면서 주로 역사와 건축설계를 전공한 사람이 위원입니다. 이들 4개 분과 합동회의에 참여한 위원에는 한글 단체가 요구한 ‘시대성’을 고려할 수 있는 사람을 찾기 어렵습니다.

토론회에서 뜨겁게 논리 싸움을 벌이고, 몸 싸움까지 번질 상황에 갈 정도로 관심이 높았습니다. 12월 27일 회의에 참여한 위원 중에 토론회에 거서 찬반 양쪽의 논리, 여론조사 결과를 제대로 파악한 사람이 있기나 한지 의심스럽습니다.

보도에는 한자 현판을 27명이 찬성하고, 단 1명만 반대했다고 합니다. 토론회에서 그렇게 찬반이 팽팽했고, 여론조사는 한글 현판이 더 높은 데 이를 판단할 문화재위원회에서는 단 한 사람만 한글 현판이 좋다고 했다는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합니까?

지금 한자 현판은 희미한 사진에 나온 글자모양을 보고 쌍구모본방식(글씨를 그대로 베낄 때 그 획과 자형의 윤곽을 가는 선으로 그린 뒤 그 공간을 색칠하는 방식)으로 만들었고, 앞으로 이런 현판을 또다시 만들 것이라 합니다. 이렇게 만든 것은 모조품, 말하자면 짝퉁입니다. 모조품을 만들어 달아도 진정한 문화재가 될까요? 이렇게 베껴 만든 글자에서 힘이나 품격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자랑스러워야 할 광화문이어야 하는데 쳐다볼 때마다 어떤 느낌이 들까요. 지금 우리가 만든 광화문이 몇 세기 뒤에는 지금을 대표할 문화재가 되게 만들어야 할 텐데요.

뜨거운 논쟁, 공청회, 여론조사 등 힘든 과정에 비해 문화재위원회 의결 “심의결과(1건): 한자(임태영 글씨)로 한다.”는 너무 가볍습니다. 나라의 중요 결정이 거의 이런 식으로 결정될까요? 한글이냐 한자냐를 두고 국민의 관심이 뜨거운 만큼 결정 과정도 진지했을까요? 진지하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다시 결정하면 좋겠습니다. 감사, 행정심판, 행정소송이 그 길을 열어줄지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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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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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119.XXX.XXX.227)
<한승국 2013-02-22 09:38:13>
재청이오! 짝짝짝!!! 감사, 행정심판, 행정소송... 길이 있다면 과감히 추진합시다. 우리 함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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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7 10:3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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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 (119.XXX.XXX.227)
남대문이 불탔을때는 민족 자존심이 내려앉는 아픔을 느꼈습니다.그만큼 상징성이 커다는 것이지요.
미래 한국 이미지를 줄 수 있는 광화문입니다. 문화재청,기타 정부 관리청은 지금이라도 다시 숙고하여 선택하면 좋겠습니다. 고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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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1 0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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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j56 (1.XXX.XXX.211)
저두 광화문이라고 한글로 달았으면 좋겠네요
어차피 광화문 자체가 새롭게 중건한 것인데
글짜를 옛것을 흉내내어 만들어 다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자랑스런 한글로 달면 한국에 온 관광객에게도 더 좋을텐데 ...
이 참에 덕수궁, 남대문, 동대문 다 재건할 때 마다 한글로 바꾸면 어떨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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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2 11: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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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27)
맞습니다. 공감하는 의견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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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2 13: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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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5) (119.XXX.XXX.227)
>밝한샘 2013-02-11 00:52:28
문화재청은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모르는 사대주의에 물든 사람들의 집단입니다. 멀쩡한 것 떼어내더니 짝퉁을 만들어 역사를 희롱했습니다. 이제 답은 하나 복원을 위한 철거 당시의 것 즉 박통의 한글현판만이 정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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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무성 2013-02-09 02:39:11
너무 좋은 의견의 글 공감하고 잘 읽었슥니다. 새로 지은건 그 시대에 맞는아름다운 한글로 후세에 전하여 세종대왕과 맥을 잇는게 옳은 것 같아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보았으면 좋겠어요. 고선생님 감사합니다 이무성시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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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중 2013-02-08 11:18:32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결정한 사람들의 성향은 뻔하겠네요. 여론조사가 가장 무난한 결정방식이라고 봅니다. 집자를 하든 디지털 복원을 하든 진정한 복원은 못되고 짝퉁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 전의 한글 '광화문' 현판도 지나다니면서 볼 때 힘차고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글 현판은 우리 국민의 자존심 문제이며 관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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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익님 2013-02-08 08:32:29
그렇지요 중국인이 우리 나라를 하나의 성으로 여길수 있게 하려면 한자로 해야요. 한글은 자주 독립국이나 하는 일이지 않나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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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용 2013-02-08 08:04:25
고영회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그 방면에 문외한인 저로서는 논리적인 주장을 할 수 없습니다만 님의 그에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옛날 그대로를 보존해 내려가는게 좋다는 생각입니다. 후세 사람들이 아 그 옛날에는 저렇게 했구나하는 본보기로.....건축물도 포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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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2 08: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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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회 (119.XXX.XXX.227)
박경용 선생님.
옛문화재라면 당연히 원형을 보존해야 합니다. 지금 광화문은 세종 때 지은 그 광화문이 아니고, 1800년대 모습을 원형삼아 오늘날 다시 지은 건축물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2012년에 완공한 현대 건축물이되, 옛모습을 지닌 것이죠. 현대 건축물은 여러가지에서 착안하여 설계합니다만, 어디까지나 현대건축물입니다.
현대에 지은 광화문에 옛글자를 달 이유가 없고, 현대 광화문이 가진 시대성, 장소성, 국가 위상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할 때 한글로 달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죠.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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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2 08: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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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천 (183.XXX.XXX.10)
한글이 창제된 후에 복원된 것이니 현판은 한글로 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안내판에 유래를 소상히 기록함 되는 것 아닌가요?
우리 민족의 주체성을 살려야지 중국인지 미국인지 헷갈리는 간판을 허하면 위신이 손상되는 것 아니냐구요!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와서 우리 것을 보려고 왔는데 한문과 영어가 범벅이 되어 있다면 어찌되겠습니까! 이건 상식 아닌가요? 우리 것을 천하게 비하하는 식민사관에 찌들어서, 토론도 필요없는 당연한 한글 간판을 토론씩이나 해서 한문간판으로 했다니 어처구니 없습니다! 비틀거리는 조국의 지성들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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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9 00:07:09
0 0
고영회 (119.XXX.XXX.227)
맞습니다. 안내판에 그 역사를 자세히 적어두면 되겠군요.
2012년에 완성한 건물에 짝퉁 글자로 현판를 달았다... 이렇게 기록되겠군요. ㅎ
안내천 님, 의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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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1 11:53:31
0 0
임영자 (159.XXX.XXX.15)
현판은, 더구나 광화문의 현판은 광화문이 가지는 상징성을 생각할때 지금 우리가 살고있는 시대의 정신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합니다. 과거 조선시대에도 과거의 주요 건물들이 복원되었는데 현판글씨는 당대의 명필들의 글씨라고 알고 있습니다.문화재 복원이니 과거의 글자를 집자하거나 모본이라도 해서 그대로 가져와야 한다는 것은 너무 좁은 틀의 사고 방식이라 생각합니다.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인 한글로 광화문이라고 우리시대의 명필이 쓴 현판이야말로 다음세대레 물려줄 문화유산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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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08 11:30:49
0 0
고영회 (119.XXX.XXX.227)
한글이냐 한자냐를 떠나서, 당대 명필이 쓴 글씨를 달아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또는 시대상을 반영할 수 있는 글자여야 한다는 제 생각도 덧붙입니다. 의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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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1 11: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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