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세상_(오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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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세상

오마리

2013년 02월 19일 (화) 01:02:16

서울을 방문할 때마다 항상 고민에 빠지는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게 무슨 고민이냐고 웃을지 모르지만 내겐 고민이었습니다. 서울 거리를 다니며 들고 다녀야 할 핸드백 때문이었는데 활보하는 20대 여성들의 많은 수가 가짜가 많은, 명품이라고 불리는 핸드백을 들고 다녀서 어떤 핸드백을 들고 나갈지 신경이 쓰였던 것입니다. 나 역시 과시욕의 대열에 끼는 철부지로 보이기가 싫었기 때문입니다.

서울 거리를 걷거나 지하철을 타다보면 결혼하지 않은 미혼 여성의 수입이 얼마인지, 기혼인 30대 여성들의 남편이 벌어다 주는 수입이 얼마인지 궁금했습니다. 길거리마다 수백 만 원 하는 가방을 들고 다니는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많아 그들의 수입이 과연 그런 상품을 살 만한지 항상 고개가 갸웃해지곤 했습니다. 어떤 때는 저게 가짜겠지, 하는 생각도 하는데 이런 명품병은 일본 여성들과 비슷하지만 일본 여성들은 가짜를 좋아하지 않아 거리에 가짜를 들고 활보하는 일본 여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짝퉁의 천국이라고 불릴 수 있을 만큼 우리나라에선 여기저기 가짜 명품을 버젓이 팔고 있습니다. 수요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곳 토론토의 다운타운에서는 명품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고 가짜도 거의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최상급 백화점엘 가면 고급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여성들이 간혹 눈에 띄며 뉴욕의 5번가나 7번가에선 더러 많이 보입니다. 파리에서도 길을 걷거나 지하철을 타면 명품 백이라 불리는 핸드백을 가진 파리 시민들은 보이지 않고 그런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관광객들이 나타납니다. 런던, 프랑크푸르트 중심가와 백화점을 돌아다녔지만 이런 핸드백을 들고 활보하는 사람이 드물었습니다.

내가 최초로 명품이라는 상표의 핸드백을 산 것은 미국 의상회사에서 수입이 좋았던 시절이었습니다. 30여년 전 내 직업의 전성기 때였는데 실제로 사용해보니 좋은 점이 많았습니다. 자신의 능력이 있으면 이런 핸드백을 구입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래 사용해도 변함이 없을 정도로 품질과 디자인성이 뛰어나고 언제나 수선이 가능했으니까요. 그러니 수입이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상품을 구입하는 것은 나무랄 일도 아닙니다. 정당하게 벌어서 자신의 위치에 걸맞게 소비를 하는 것이 죄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박근혜 당선인이 최근 주요 행사에 들고 나오는 회색 가죽가방의 제조 회사와 가격을 놓고 네티즌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으며 이 타조 가죽으로 만들어진 국산 핸드백이 100만 원대의 고가품이라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100만 원대의 가격이라면 명품이라고 불리는 외국산 핸드백 가격의 반값이나 삼분의 일 값밖에 되지 않습니다. 프랑스 명품으로 가격이 3,000만 원대에 이르는 에르메스 타조백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고가 논란을 피하긴 어려워 당선인 대변인은 "최근 박 당선인이 사용하는 가방은 국산 고가 브랜드 제품이 아니다" "국내 한 영세업체가 만든 저렴한 가격의 제품으로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알려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요즘 국내 생산 수공예품이나 소량 생산 위주의 장식용 상품들과 패션 상품 중 판매가가 낮은 상품들이 견고하고 질이 좋은 물건이 있을지 그것이 궁금합니다. 싼 게 비지떡이라고 싼 상품은 몇 달만 매일 들고 입고 다니면 후줄근하게 변하고 바느질이나 장식에 문제가 생깁니다. 한국 디자이너의 생산품인 여성 패션 의류도 입을 만한 것들이 너무 비싸서 살까 하다가 깜짝 놀라 내려놓았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판매가가 20만 원 정도이면 충분한 가격대의 국산 재킷이나 스웨터 스커트 단품 가격이 한국에서는 50만 원 정도를 주어야 입을 만했습니다. 미국이나 캐나다보다 훨씬 비쌉니다. 백화점에 지불해야 하는 입점 수수료율이 비싸서 소비자 가격이 비쌀 수도 있습니다. 이곳 백화점은 수수료 매장이 아니기 때문에 세일이나 각 브랜드에서 특별 판매가에 파는 상품들은 값에 비하여 그 질이 뛰어납니다. 한국의 소비자들이 자국에서 생산되는 상품에 지나치게 비싼 값을 지불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놀랄 것입니다.

그럼에도 20대의 여성들이 판매가가 200만~300만 원 하는 핸드백을 혼수로 원하고 버젓이 들고 다니는 곳이 서울 거리입니다. 이곳 토론토의 한인 타운에도 한국인 젊은 여성들이 비싼 핸드백을 들고 나타납니다. 그런데 하물며 일국의 대통령이 외국산을 들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100만 원대의 국산 핸드백을 들고 다닌다 하여 인터넷과 언론에서 문제를 삼고 떠들 필요가 있는지 의아합니다.

60대의 여성 대통령이 10대 20대 오피스 걸이나 대학생들처럼 20만~30만 원짜리 가방을 들고 다니며, 저가 상품을 입고 국정에 임하고 해외 나들이를 다녀야, 그렇게 초라한 모습을 보여야만 애국인지요. 그런 여성 대통령의 모습을 보고 만족하는 국민들이 있다면 그것은 국민 정서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 남 잘 사는 것이나 잘 되는 것을 못 보는 비뚤어진 심사가 아닐는지요.

어느 언론에서 박근혜 당선인과 미국 대통령 오바마의 부인 미셸을 비교하며 미셸이 중저가의 브랜드를 입으니 마치 우리의 대통령도 그것을 참고하라, 는 듯 그런 내용을 게재하였습니다만 미셸을 따라 한국의 여성 대통령이 시도 때도 없이 중저가의 상품을 몸에 걸치라는 법은 없습니다. 미국의 중저가 상품은 우리의 생산품보다 우수하기 때문이며 미셸 또한 매일 중저가를 애용하는 것도 아니고 그녀는 격식을 고려하여 옷을 입을 줄 압니다. 미셸은 퍼스트 레이디이지만 박근혜는 한국의 대통령입니다. 검소한 모습도 중요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품위 있고 우아한 모습도 필요합니다.

대통령은 국가의 얼굴이자 대표이지만 국가의 대표이기 전에 사람이고 여성이 아닌지요?
대통령의 봉급은 상위 봉급자 전문직종과 같거니와 자신의 능력만큼 사회적 업무와 격에 맞추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더욱이 해외 매스컴에도 대통령의 모습이 자주 등장할 터인데 국산 생산품이라도 훌륭한 상품을 들어야 그것이 자국 상품에 대한 훌륭한 홍보가 될 것입니다. 꼭 싸구려 핸드백을 들어라 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국가적인 홍보나 이미지 메이킹으로도 좋지 않습니다. 그런 요구는 대통령에 대한, 아니 한 전문직 여성에 대한 터무니 없는 시비입니다.

젊은 여성들이 능력에 맞지 않는 고가의 상품을 들고 다니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고 60대의 전문직 대통령 당선인이 그녀의 직위에 맞지 않는 상품을 들고 다녀야 한다는 것은 어떤 논리일까요? 이런 억지 논리가 군중심리를 불러일으키고 마치 엄청난 죄나 지은 듯 떠드는 곳이 한국입니다. 이상한 세상 속의 이상한 얘기입니다.

패션은 T.P.O., 시간, 장소, 격에 맞추어 연출해야 합니다. 자신의 위치와 품격에 맞게 패션을 소화 잘 하는 센스 있는 대통령은 자랑스러운 대통령입니다. 내 능력이 되지 않으면서, 빚을 지면서까지 과소비를 하는 과시욕과 허세가 문제이지 논란거리가 되지도 않을 것조차 논란을 삼는 한국사회의 단면이 우려됩니다.

방랑자 (113.XXX.XXX.7)

패션전문가의눈으로본 여자대통령의상과 우리나라패션에미치는영향의 글을써주시면 어떨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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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09 11: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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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자 (24.XXX.XXX.229)

잘 읽었습니다 역시 마리씨다운 소재 입니다. 허영심,때론 필요 하겟지요 때론 돈 많은 사람들의 소비도 필요 악이지요 그러나 관심도가 문제이겠지요 진짜 이든 가짜이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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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1 1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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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용 (24.XXX.XXX.229)

오마리님의 글 읽었습니다/공감합니다 뭔가 비뚤어진 한국사회의 가치관에 일침이 되었습니다. 그건 바탕이 약해서 나온 결과라 여겨집니다. 이제는 우리도 자신감과 품위 그리고 우아한 센스를 갖춘 국민으로 다시 태어나야한다고 봅니다. 이런시각에서 오마리님의 패션에대한 솔직한 견해를 자주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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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0 06: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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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택 (24.XXX.XXX.229)

저도 오마리님의 의견에 동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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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0 05: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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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한 (24.XXX.XXX.229)

오늘도 시원~하게 풀어주시어 감사합니다. 저도 대통령당선자의 핸드백 관련 같은 생각을 품고 있었는데 표출할 길이 없었거든요. 마리님의 의견에 108%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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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0 05:5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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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운식 (24.XXX.XXX.229)

우리 사회의 이상한 논법은 참으로 시급히 개선되어야할 나쁜 버릇입니다. "남이 하면 안되고, 자기가 하면 정당한 이분 법 논리는 너무나 지나친 이기심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제는 마음을 바꾸고 행동도 바뀌어야 합니다.일제의 식민사관 탓?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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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20 05: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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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맘 (1.XXX.XXX.211)

참~! 몇년 전 S 대 다니는 어느 대학생이 여학생 생일선물로 명품가방을 사 주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자기장기(신장)를 하나 빼어 판돈으로 사주어 한동안 난리가 났었답니다. 그남학생은 대구에서 서울로 유학 온 학생인데 서울에 사는 명문대 여학생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그런 아찔한 일을 저질렀답니다.
그런데 이제 중년남성들은 대통령 당선인이 국산 고급핸드백 들었다고 난리를 피우니 도대체 우리나라 남자들은 어리나, 나이를 먹었으나 상황판단을 어찌 이리 못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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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9 21:2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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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맘 (1.XXX.XXX.211)

ㅎㅎㅎㅎ 시비를 걸라면 머리끝부터 발끝가지 문제가 안 되는 것이 하나도 없겠지요. 저는 5년 전 롯데슈퍼에서 만원주고 산 비닐가방이 주머니도 많고 얼마나 편하고 가벼운지 내내 그것만 들고 다닌답니다. 그래 친정 언니가 고급가죽 가방 뭐~ 준명품이라나..하며 갔다 주었는데 스마트폰 꺼내기도 불편하고 키작은 나한텐 크기가 맞질 않아 아얘 들고 다니질 않는답니다.
핸드백이란 여자 들에게 필수품인데 무슨 명품, 브랜드를 따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박근혜 당선자께서 자신에게 손익은 핸드백을 그냥 들고 나오셨겠지
한가한 사람들 처럼 가격이 얼마이고 부도 직전 회사 제품인지 어찌알 수 있겠습니까 ? 이제 청와대 들어가시면 이런 저런 비서 내지는 코디가 적절하게 맞추어 줄텐데 우리 국민들 내 얼굴에 침 배 ㅌ 으는 일- 우리 초대 여자 대통령 그만 흉하고 조금 만 더 기다렸으면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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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2-19 21:0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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