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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의 시간 - 7
장주익 2013년 04월 10일 (수) 02:23:52
서울 성북구에 있는 K 대학이 2002년 3월, 정문을 들어서면 바로 떡 버티고 있던 8,400여 평의 대운동장과 잔디 스탠드에 뚜껑을 덮습니다.
그곳에는 분수가 솟는 광활한 광장이 새로 태어나고 지하 3개 층에는 1,000여대의 주차장과 1,100여석 규모의 학생열람실이 새로이 만들어졌습니다.
중형 강의실 5개와 학교측의 각종 행정시설도 들어서고 학생들을 위한 서점, 문구점, 카페, 패스트 푸드점 등이 들어서면서 효용성이 떨어지고 방치되다시피 해왔던 운동장 부지가 캠퍼스 문화의 변화를 가져오는 새로운 공간으로 창조된 것입니다.

각 대학의 총장과 관계자들의 탐방이 이어지더니 신촌의 이화여대가 발빠르게 움직입니다.
이대의 경우 설계와 시공을 분리하여 우선 설계 부문에서 15명의 해외건축가를 대상으로 국제 초청현상공모를 실시합니다.

그리고 최종 결선에 3명이 오르는데 이란계 영국 여성건축가인 자하 하디드(동대문 디자인 프라자 설계), 스페인 출신의 알레한드로 자에라 폴로, 그리고 프랑스 건축가인 도미니크 페로입니다.

설계안 중 도미니크 페로(Dominique Perrault 1953년 생)의 Campus Valley 안이 당선되어 2005년 5월부터 2008년 1월까지 국내 설계회사(범 건축)의 실시설계와 국내 건설회사의 시공과 국산 마감재로 공사가 완료됩니다.

ECC(Ewha Campus Complex)는 도미니크 페로의 표현에 의하면 "하나의 건물이 아닌 하나의 풍경을 창조한 것” 이라고 합니다.

정문을 들어서며 있던 운동장과 야트막한 언덕 공간을 계곡 형식으로 크고 넓게 파내서 폭 20m의 넓은 통로를 만들었습니다.
이 통로는 정문쪽은 지상에서 시작하여 점진적인 경사로로 내려가다가 끝부분에서는 131개의 계단으로 올라가 지상의 대학본부 정문으로 향합니다.
그리고 통로 양측에는 길이 252m의 6층 철근콘크리트 건물을 서로 마주보게 지은 것입니다.
지상에서 자연스레 비스듬히 연결되는 건물 옥상에는 녹색의 키 작은 수목들, 자연친화적인 산책로와 통나무 의자 그리고 잔디가 넓게 깔린 기다란 형태의 정원이 양쪽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6층의 양쪽 건물은 전혀 지하라는 느낌이 없이 자연채광이 되도록 전면을 32mm두께의 이중유리 커튼월로 마감하였습니다.

지하 5,6층에는 750여대의 대형 주차장이, 연면적 2만 평의 양쪽 마주보는 건물 지하에는 갖가지 교육문화시설들 (학생열람실, 교수연구실, 세미나실, 학교행정지원부서, 갤러리, 극장, 서점, 커피숍, 은행, 헬스장 등)이 새롭게 자리를 차지하며 대학의 공간경쟁력을 크게 높이게 되었습니다.

건물에는 모두 10개의 출입문이 넓은 통로쪽으로 나 있으며 폭 1m 정도의 미로(Thermal Labyrinth)를 유리 커튼월 안쪽에 두어 외부기온이 내부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였습니다

한편,1989년 프랑스의 당시 대통령 미테랑(1916~1996)은 프랑스혁명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그랑 프로제 (Grand Project)'의 일환으로 '세계에서 제일 큰 도서관'을 짓기로 하고 건물 설계를 현상 공모합니다.
무명이었던 36세의 도미니크 페로의 설계안이 당선됩니다.

파리의 동쪽 끝, 센강 하안, 공장 철거지에 세워진 미테랑 도서관은 1992년 착공하여 1995년 완공됩니다.
약 2만평(6만5,300평방미터)의 넓은 대지에 직사각형의 기단 건물이 자리하고 있으며 그 직사각형 건물 위 네 귀퉁이에 각각 책을 펼쳐 놓은 듯한 'ㄱ'자 형의 22층 짜리 높은 건물 4개가 서로 마주보며 솟아 있습니다.
기단건물 가운데 부분을 직사각형으로 파서 약 3,000평(1만782평방미터)의 중정(Sunken Garden)을 만들고 250그루의 나무를 심어놓았습니다.

건물 네 귀퉁이에 마주보며 서 있는 22층 높이의 4개의 유리빌딩을 포함하여 도서관 전체 서가의 길이가 400Km 로서 서울-부산 거리에 버금갑니다. 이곳에 약 2,000만 권이 넘는 책들이 진열 보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건축가의 탁월한 발상의 샘은 발원지가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한국의 여류 역사학자인 박병선 박사(1925~2011)는 프랑스 유학중 13년 동안 이곳 파리 국립도서관에 근무하면서 외규장각 의궤 191종 297권을 찾아냅니다.
끈질긴 반환교섭 끝에 1866년 '약탈(掠奪)' 되었던 의궤들이 145년 만인 2011년 돌아옵니다.

145년의 시공(時空)을 건너뛰어 두 나라가 신촌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한국은 건축주로 그리고 프랑스는 건축가로 말입니다.
세계 6위의 무역대국 프랑스와 8위인 한국의 만남입니다.

장주익
제물포고, 고려대를 나와 직장 (애경, 현대중공업, 현대건설, 금강개발, 뉴코아백화점 등)에서 근무. 정년퇴임 후 젊어서부터 관심 있던 건축분야에서 건축물의 이해를 돕는 해설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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