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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小說) 네트워크 서비스

김홍묵

2013년 05월 15일 (수) 00:15:58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가 지구촌을 하나로 엮어 가고 있습니다. 퍼스널 컴퓨터 기능이 모바일 폰으로 확대되면서 사람들은 앉으나 서나, 밤이나 낮이나 정보의 홍수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넘치는 정보는 사람들을 웃거나 울거나, 박수치거나 눈 흘기거나, 혹은 동지나 적을 만드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욕망을 충족시키는 리비도(Libido) 아니면 혼돈 상태의 아노미(Anomie)로 몰아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23일 AP통신은 공식 트위터에 ‘백악관 폭발, 오바마 대통령 부상’이라는 긴급 뉴스를 올렸습니다. 접속자 수가 200만 명이나 되는 AP의 이 뉴스로 인해 뉴욕 증시는 단 2분 만에 시가총액 1,360억 달러(약 152조 원)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10여 분 후 “우리 트위터 계정이 해킹당한 것 같다. 백악관 관련 트윗은 가짜다”라는 AP 측의 해명으로 사태는 수습되었지만 가공할 해프닝이었습니다.

우리 코앞에서도 경악할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한 건설업자의 별장에서 벌였다는 난잡한 파티에 초청받았다는 저명인사들의 실명 리스트가 카톡을 장식했습니다. 소문이 진실처럼 확산되었습니다. 한 관련자는 “사실이면 할복 하겠다”고 결백을 주장했고, 다른 관계자는 “너무 억울해 자살까지 생각했다”며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사실 여부는 차치하고 억장 무너지는 사람이 한둘이 아닌 것 같습니다. 입이 열 개 있어도 할 말이 없는 이도 있겠지만.

소셜(Social: 사회적인, 사교적인)이 소설(小說)에 압도되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후한(後漢) 시대 반고(班固)가 지은 한서(漢書)에는 ‘소설이란 군주가 일반 서민의 풍속을 알기 위해 하급 관리에게 명하여 고하게 한 것이 시초다. 세상 이야기나 길거리의 소문은 도청도설(道聽塗說)하는 자들이 만들어낸 것이다’라고 씌어 있습니다. 저자거리에서 들은 말을 바로 남에게 옮기는 신빙성이 없는 말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소설이란 말은 원래 ‘패관(稗官: 하급관리)문학’을 뜻했습니다. 민간에 떠도는 이야기를 윤색하여 문학 형태를 갖춘 것입니다. 오늘날 소설은 민간에서 수집된 소문의 영역을 훨씬 뛰어넘어 무한한 상상으로 가공된 문학의 한 장르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역사는 사실로 존재했던 소설이며, 소설은 존재할 수 있었던 역사’라고 함축한 말처럼 소설은 결코 사실(fact)이 아닌 허구(fiction)일 뿐입니다.

현대인은 정보의 고속도로 격인 SNS를 통해 쏟아져 들어오는 정보의 바다에 살고 있습니다. 정보화 사회는 특정인이나 집단에 편중되어 있던 수많은 지식과 비밀을 인터넷 공간에 공개해 보통사람들의 권익과 기회를 넓혀 주었습니다. IT 기술은 사무실의 종이 서류를 몰아내고, 인쇄 매체를 밀어내는 등 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것도 비행기나 미사일에 버금가는 속도로.

3년 전 북아프리카의 튀니지를 기점으로 한 ‘재스민 혁명’을 우리는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과도한 단속에 항거한 젊은 청년의 분신이 기폭제가 되어 튀니지 국민은 벤 알리 대통령의 24년 독재정권을 무너뜨렸습니다. 민중의 봉기는 이웃 리비아와 이집트를 거쳐 중동의 시리아 등으로 번졌습니다.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WiKiLeaks)가 폭로한 이들 나라 독재자들의 부패상이 혁명에 불길을 댕겼다고 외신들은 전했습니다.

지난달 140여 명의 사상자를 낸 보스턴마라톤 폭발 사건 때도 SNS가 큰 공을 세웠습니다. 폭발 당시 시민들이 찍어 보낸 동영상은 범인 검거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합니다. 또 경찰이 폭탄 원격제어를 우려해 시 전역의 휴대전화 서비스를 차단하자 구글 퍼슨 파인더(Google Person Finder)는 ‘사람 찾기’ 서비스를 제공해 재난지역 사람들의 생사 확인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습니다. 2년 전 동일본 대지진 때처럼.

최근 국내에서는 포스코 계열사의 ‘라면 상무’ 사건과 남양유업의 ‘욕설 우유’ 사건이 풍파를 일으켰습니다. ‘갑’의 ‘을’에 대한 횡포가 SNS를 타고 흘러나오자 전례 없는 규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포스코 측은 바로 당사자를 해임하고 사과했지만 엄청나게 이미지가 손상되었고, 남양유업은 이틀 만에 주가가 10% 이상 떨어진 데다 불매운동의 확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소셜 미디어의 순기능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역기능입니다. 인간이 사는 사회와 그 구성원들에 관련된(social) 유익한 정보의 광장에 근거 없는 소문, 남에게 들은 소리, 자기만의 생각들을 여과 없이 쏟아 버리는 행위들 때문입니다. 그것은 양잿물로 해삼 부풀리기, 고속도로 역주행하기, 개울에 중금속 폐수 버리기, 송유관 뚫어 기름 빼내기, 공연장 안에서 호루라기 불기 같은 행태와 다를 바 없습니다.

SNS를 이용한 범죄도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있습니다. 거짓 정보나 야한 동영상 앱(application)을 올려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빼낸 뒤 소액 결제 방식으로 수억 원을 가로챈 일당이 검거됐습니다. 중국 동북지방의 북한 정찰총국 해커들은 한국 금융기관의 사이버 방화벽을 뚫고 들어가 개인 계좌에서 돈을 훔치고 있다고 합니다. 작년 12월 이후 그들이 빼 간 돈이 무려 1,000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조달청의 전자입찰 시스템에도 구멍이 나 관급공사를 불법으로 따내는 사례도 있습니다. 건설업체가 관공서가 정한 낙찰 하한가를 알아내 그 가격보다 불과 수십 원 또는 천여 원 높은 응찰가로 수백 억 원대의 공사를 수주했다고 합니다. 더욱 놀랄 일은 전자입찰 시스템 해킹 프로그램을 제작한 자가 당초 입찰 시스템을 개발한 IT업체였다는 것입니다. 2006년부터 범행을 저질렀다니 그동안 불법 낙찰 비리가 얼마나 빚어졌을지.

우리 사회는 그동안 사실에 근거하지 않거나 왜곡된 소설 같은 정보의 범람으로 적잖이 몸살을 앓아 왔습니다. 광우병 괴담, 천안함 괴담, 전쟁 괴담들은 엄청난 사회 불안과 갈등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별 생각 없이 또는 재미로 악성 댓글을 달아 남의 자존심과 마음에 상처를 입히는 일도 거침없이 저질러지고 있습니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익명성에 힘입어.

그렇다고 위조지폐나 병아리 감별 전문가처럼 난무하는 정보의 진위를 가려내기도 쉽지 않으니 걱정입니다. 강물을 흐리게 하는 미꾸라지가 한두 마리가 아니고, 올가미 없는 개장수가 속출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소셜의 개념에는 개인의 자유보다 집단의 질서가 우선하는 사회계약(Social Contract)의 정신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소설로 사회 정의를 구현하고 개혁을 이룩한 나라는 온 세상에 하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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