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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하다, 스마트 폰!
신아연 2013년 06월 07일 (금) 00:47:04
엊그제 스마트 폰을 장만했습니다. 그간 주위에서 왜 스마트 폰 없이 사냐고 물을 때면 “ 사람이 스마트하니 전화는 좀 덤(dumb- 모자란, 멍청한)해도 괜찮습니다.”라며 농으로 넘기곤 했습니다.

실은 붙박인 듯 일상이 단순하기 때문에 스마트 폰이 없어도 아무 불편을 못 느낀다는 것이 진짜 이유이지만요. 오는 전화 받고, 필요한 전화 걸 수 있는 것으로 휴대 전화기의 용도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또 다른 이유입니다.

지인 중에는 스마트 폰은 고사하고 휴대 전화 자체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그분은 스스로 이 시대의 마지막 아날로그 형 인간으로 남고자 하는 몸부림 같은 거라고 했습니다. 휴대전화를 지니지 않음으로 해서 거기에 매이지 않는 ‘참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말을 덧붙여.

그 정도는 아니라 해도 저 역시 시간을 도막내고 종당엔 가루로 만들어 버릴 듯, 매 순간 집중력을 흩트리는 스마트 폰에 이리저리 끌려다니지 않으려고 지금껏 구식 전화기를 고수해 왔던 게 사실입니다.

스마트 폰을 가지는 순간, 스스로 더 외로워지고, 더 허전해지고,더 공허해진다는 것을, 주변을 더 외롭게 하고, 더 허전하게 하고, 더 공허하게 만든다는 것을 타인들을 통해 충분히 확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누군가와 당장 급하지도 않은, 긴요하지도 않은 메시지를 주고받느라 한 공간에 있는 가족, 친구와는 눈 한 번 맞추는 것에도 인색한, 대화의 중턱을 자르고 끼어드는 무례한 신호음에 오히려 반색을 하는, 함께 식사를 하면서도 눈길과 손길로 전화기를 수시로 애무하는, 터무니없으나 이미 현대인의 일상이 되어버린 관계의 피폐함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독서는커녕 제대로 된 글 한 줄, 완성된 한 문장을 읽는 인내심마저 잃은 채 , 멍하니 있으면 차라리 유익할 것을 전화기를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시간을 죽이고 삶을 축내는 그 무서운 중독성에 진저리를 칠 때가 있습니다.

이역만리 떨어져 고국의 가족들과 보름 걸리던 서신교환에 황감하던 때가 엊그제 같건만 메일의 ‘엔터’ 키를 누르는 동시에 수신확인을 기대하는 염치는 또 얼마나 황당한지요.

육필 편지의 답장을 기다리는 설레임, 간절함, 부푼 상상력, 기대감 등을 잃어버린 지는 이미 오래지만 겨우 1 시간 내에 오지 않는 답신에도 간조증을 내는 그런 졸갑증, 그런 삭막함이라니요…

그렇게까지 스마트 폰을 ‘증오’하면서 뭣 때문에 전화기를 바꿨냐고 물으신다면, 사진을 찍고 싶어서라고 말씀드리렵니다. 이 아름다운 호주의 자연을 사진에 담아 글로 묘사하고 싶어서입니다. ‘사진이 있는 글’을 써보고 싶은 욕심 때문입니다.

이제 스마트 폰을 가지니 김흥숙 시인의 한영시집 <숲>에 나오는 시, ‘기다림’이 문득 생각납니다.김 시인님께 미리 용서를 구하지 않은 채 매우 외람되지만 그 시를 이렇게 패러디해 봅니다.



<기다림>

숲이 너무 아름답다고
애인에게 전화하면 안 된다

그가 가겠노라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기다림이 시작된다

나무들처럼 기다릴 수 없다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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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너무 아름답다고
남편에게 사 달라면 안 된다

그가 사 주겠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기다림이 시작된다

육필 서신처럼 기다릴 수 없다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



이제 저도 ‘오지도 않을’ 전화, 이메일, 문자 메시지, 쪽지, 카톡 등을 기다리며, ‘오지도 않은’ 전화, 이메일, 문자 메시지, 쪽지, 카톡 등을 습관인 양, 일없이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내 블로그에 몇 명이나 들어왔나, 내 글을 얼마나 읽었나, 댓글이 몇 개나 달렸나를 시시때때로 점검하며, 이상한 허전함과 초조함과 조바심을 갖다가 급기야 묘한 소외감과 알 수 없는 서운함, 자잘한 원망마저 드는 그런 나날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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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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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맨 (203.XXX.XXX.16)
"사진이 있는 글" 기대됩니다. 신작가님의 글이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방망이질을 하는데 사진까지 곁들어진다면
살아서 춤추는 내 이야기가 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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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8 20: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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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39.XXX.XXX.180)
초등학교후배가 예전에 전화도 흔치않던 시절
친구가 집까지 찾아와 기다리다 돌아가면서 남긴 쪽지를
뒤늦게 받아보곤 한달음에 그 친구집까지 찾아가선
서로 얼굴 한 번 처다보고 별 할말도 없이 돌아서 오면
어느 덧 해가 지더란 얘기를 들으며 맘이 따뜻 해졌던 일이 새삼 그립습니다.


아연님의 그림 담긴 아날로그적 감성 에쎄이,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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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8 17:5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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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203.XXX.XXX.16)
들려주신 이야기가 한폭의 수채화 같습니다. 그렇게 느리게 살던 때에도, 아니 그렇게 느리게 살던 때가 더욱 삶의 본질에 가 닿는 느낌이었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기왕 가진 전화기이니 좋은 사진, 좋은 글, 저의 내면을 드러낼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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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9 13:0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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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숙 (60.XXX.XXX.96)
"맞습니다. 문명의 발달과 기계로 인해서 우리의 생활은 너무나 편해졌지만 그로인해 우리가 치뤄야할 댓가 또한 큽니다.....사람사는 모양새가 날로날로 바뀌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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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8 07: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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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60.XXX.XXX.96)
안녕하세요. 시드니에 살면서 자유칼럼 애독중인 독자입니다. 오늘 나온 글에 스마트폰을 사셨다기에 도장 찍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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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7 22:2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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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태석 (60.XXX.XXX.96)
스마트폰을 가지신 것을 축하합니다. 저는 73세의 노령에도 스마트폰을 가지고 지인들과 카톡으로 재미를 느낍니다. 어릴적 온 동네에 전화하나 없어서 시외전화를 하려면 우체국까지 차를타고 가야하던 시절과는 정말 격세지감이 듭니다. 그리고 참으로 아름다운 도시에 사십니다. 부럽고 글솜씨도 대단하십니다. 좋은 작품을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가족과 더불어 행복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드립니다. 저는 화가로 수필흉내를 내는 노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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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7 22: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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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식 (60.XXX.XXX.96)
아하 축하드립니다.


어쩌면 개인의 사고를 뛰어넘어 아예 통째 집어 삼켜버리는 마성 때문에 고민이 많답니다.

편리하고, 기특한 반면 제 자신이 조그마한 놈에게 메어사는 것 같아 거시기 할 때도 많답니다

잠에 들때도 쉴 새없이 본분을 다하는 고놈 때문에 잠을 설치기 일수라서

이제는 아예 발 밑이나 아니면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방치(?)하기도 합니다 만 ....

잘 사용하시면 아마도 해보다는 득이 많으시리라 믿으며, 항상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많이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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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7 22: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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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푸른소나무 (60.XXX.XXX.96)
스마트폰이 있기에 컴 앞에 쪼르르 달려가 쪼그리고 앉아 자유컬럼 읽으러 일부러 시간 안 들여도 길가던중 짬내서 이글을 읽었지요
때론 쪽시간 알뜰하게 잘사용 하고 있는겁니다 결코 바보스럽진 않아요
이 긴글 바쁜 일상에 일부러 시가래서 다읽기란 어떤때는 짜증 날 때도 있었지요
다 읽지 않을때가 더많아요
지하철 타면 보통 한 시간인데 그시간 활용 하면 아주 유용 하게 많은걸 읽고 정보 얻고 일석이조라 할까요
적절히 잘사용 하는 결코 바보스럽지 않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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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7 22: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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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203.XXX.XXX.16)
제가 최근에 읽은 책에 어떤 장면에서 핸드폰을 장만했다고 하는 말이 나옵니다. 시대의 첨단이며 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그런 맥락의 문장이었는데, 그 핸드폰이란 그 때 묘사로 하면 무전기 같은 거였을 텐데... 격세지감이지요...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시대의 흐름대로 살아갑니다. 다만 인내천님 말씀대로 절제하지 않는다면 '바보'가 되는 거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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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8 14: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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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예종 (123.XXX.XXX.246)
주변을 공허로 채우고,
허무한 기다림이 시작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 또한 일상을 사진에 담고싶은 마음에 구입했으나,
스마트폰이 주는 편리함에 중독된적 있습니다.
어느순간 남편과 서로 대화도 소원해지고,
아이의 재롱과 애교도 귀찮아지더군요.

무엇보다 아이가 먼저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스마트폰을 하면 울음을 터트리고 보채더군요.
엄마를 스마트폰에게 뺏기기 싫었던 모양입니다.

그후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방해요소를 제거하고
지금 현재의 시간을 누리기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함께있어도 공허함으로 가득하다면,
그 시간은 이미 잃어버린 상실의 시간입니다.


Ps
그러나 따끈따끈한 글 읽을 수 있는 지금 누리는 편리함에
또 빠져듭니다 ㅎㅎ 그리고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소중한 글 너무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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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7 08:5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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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203.XXX.XXX.16)
아이가 반응을 보였다는 말씀..., 충격입니다. 어쩌면 인간 본연의 모습, 삶의 본질에 가장 닿아있는 아이의 영혼이 그 폐단을 가장 먼저 감지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티비가 처음 나왔을 때 바보상자라는 말로 사람을 멍하게 만들거라는 경고를 했는데, 지금은 스마트 폰까지 나오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무엇이든 양날이 있는 법이지만 어떤 쪽의 날을 사용하는가는 언제나 우리의 선택이지요. 저도 모처럼 큰 마음을 내고 바꾼 전화기로 '순기능'의 결과물을 만들어 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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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6-08 14: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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