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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색의 씩씩한 걸 그룹, 크레용 팝
안진의 2013년 09월 09일 (월) 00:36:11
   
요즘 흔하게 들리는 아이돌 음악이 있습니다. “다 같이 원! 빠빠빠빠 빠빠빠빠”로 시작되는 크레용 팝의 <빠빠빠>라는 노래입니다. 앨범 공개 44일 만에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으며, 2013년 8월 2주 연속 빌보드 K-Pop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현재 크레용 팝은 미국 빌보드와 ABC News, ABC소속 방송국인 KTNT에서 '제2의 싸이'로 지목받는 신생 5인조 걸 그룹입니다.

크레용 팝의 인기 비결은 기존 걸 그룹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이미지를 역발상으로 바꾸었다는 데 있습니다. 봉 춤을 추는 것도 아니고 <내 다리를 봐>와 같은 섹시 코드 노래도 아닙니다. 걸 그룹을 지칭하던 “미각(美脚)부대”처럼 늘씬하고 쭉 빠진 다리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교복치마 아래 체육복 바지를 덧입고 헬멧에 장갑을 끼고 섹시함이 아닌 재미와 귀여움을 내세운 것입니다.

가사를 보더라도 ‘다 같이, 날 따라, 신나게, 소리쳐, 점핑’과 같이 특별한 내용이기보다는 마치 응원가 마냥 구호를 외치는 듯합니다. 안무도 개다리 춤을 연상케 하고 단순한 동작들은 마치 유치원의 율동시간을 떠오르게 합니다. “이게 뭐야? 이것도 노래야?”라고 묻지만 곧바로 선율보다는 리듬에 집중된 <빠빠빠> 음원의 중독성과 유머코드를 발견합니다.

또한 건강하고 당돌한 모습도 보입니다. 안무의 기본 동작인 달리기 동작에서는 유년시절 체육대회를 떠올리는 건강함과 발랄함이 느껴지며, ‘직렬 5기통 춤’이라고 불리는 점핑 동작은 저 높은 곳을 향해 끊임없이 뛰어오르는 당돌함을 보입니다. 어쨌거나 이들은 이전 걸 그룹과는 다른 귀여움, 건강함, 발랄함, 당돌함이란 가치와 남다른 전략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크레용 팝이 헬멧, 추리닝, 이름표까지 일본의 걸 그룹 ‘모모이로 클로버 Z’의 콘셉트와 비슷하고 안무에서는 ‘파워레인저’와 닮아 있음으로 표절 구설수에도 오르고 있습니다. 사실 닮은 점도 보입니다. 하지만 예술창작을 콘셉트 방향과 과정에 대한 이해 없이 무조건 단면만을 집어내어 비교한다면 창작에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화가들도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기존에 있었던 것들을 재창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태양을 등지고 멋지게 달려가는 주인공 캐릭터를 속도감 있게 그리려면, 주인공 모습 뒤로 해는 동그랗게 햇살은 방사 형태로 힘차게 뻗어가는 직선으로 그린다는 것은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보고 욱일승천기라고 한다면 창작하는 사람으로서는 억울하기 이를 데가 없을 것입니다. 창작의 과정, 맥락에 따라 바라보는 각도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크레용 팝이 입고 있는 추리닝에 치마는 동네 좀 논다는 언니들의 모습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거기에 헬멧을 쓰고 혼자이든, 노는 오빠의 스쿠터에 올라타든, 신나게 달려볼 준비도 되어 있어 보입니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을 소유했다고 자부하는 사람도 한번쯤은 상상해 보았음 직한, 고급스럽고 아름답고 섹시한 A급이 아니라 B급 문화의 전형적인 코드입니다.

그렇게 단순하고 유치해 보이는 안무에 이들이 입고 있는 의상의 색도 잘 어울립니다. 멤버들이 각기 다른 색의 옷을 입을 때는 빨강, 주황, 노랑, 분홍, 파랑을 기본으로 하고, 단체로 색상을 맞출 때는 이외에 초록색을 추가하여 무대의 분위기에 따라 색깔을 정합니다. 원색의 통통 튀는 ‘즐거움’이라는 색채 코드는 무대에서 ‘재미있게 놀자’라는 코드와 일치하고 있습니다.

빨강, 주황, 노랑, 분홍, 파랑과 같은 색은 우리의 눈에 익숙한 기본색입니다. 이렇게 채도가 놓은 색들은 활동적인 느낌을 주고 이런 색들의 배색이 주는 대표 형용사 이미지도 ‘귀여운’과 ‘경쾌한’입니다. 물론 ‘귀여운’에는 ‘재미있는’, ‘쾌활한’, ‘사랑스러운’ 등의 이미지 형용사가 포함되어 있으며 ‘경쾌한’에는 ‘자유로운’, ‘율동적인’, ‘다양한’과 같은 이미지 형용사가 들어 있습니다.

결국 귀엽고 건강하고 발랄하고 당돌한 코드는 색깔을 통해서도 완성이 된 셈입니다. 색은 사물을 규정짓는 여러 요소 중에 가장 강력한 요소입니다. 이름이 없는 꽃을 잎이 네 장인 꽃, 혹은 다섯 장인 꽃 또는 큰 꽃, 작은 꽃 등 형태를 따라 부르지 않습니다. 먼저 색깔을 따라 빨간 꽃, 노란 꽃 등으로 부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크레용 팝이 차용하고 있는 원색의 색깔은 자신들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입니다. 신명나게 놀기 좋아하던 민족성이 드러나듯 화려한 원색이 주는 경쾌함, 색동옷이 주던 화사한 기억도 묻어 있습니다. 크레용 팝이라는 팀명은 “도화지에 멤버들이 갖고 있는 다양한 색상을 입힌다.”는 의미라고 합니다.

이미 무대에서 ‘재밌게 놀기’를 작정한 만큼 속살이 보이지 않도록 추리닝을 덧입은 편한 복장에, 언제든 ‘고고~씽’ 할 수 있는 준비된 안전모를 쓰고, 빨갛고 노랗고 파랗게, 재밌게 한판 놀아본다는 것이 유쾌합니다. 섹시미만 강조하는 기성 걸 그룹과는 다르게 새롭고 씩씩한 걸 그룹 아이돌의 탄생이 반갑기도 합니다. 앞으로도 우리 가요계 아이돌 스타들이 좀 더 다양한 방법론과 내용으로 우리의 삶을 건강하고 즐겁게 만들어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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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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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복 (14.XXX.XXX.10)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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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0-04 13:3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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