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철이면 괴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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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철이면 괴로워

오마리

2013년 09월 16일 (월) 05:12:38

벌써 날씨가 선선해지는 것이 가을임을 피부로 느끼게 해줍니다. 이곳 캐나다의 본격적인 관광 시즌은 지금부터입니다. 빨갛게 물든 나뭇잎들과 어우러져 드넓게 펼쳐진 때 묻지 않은 광활하고 평화로운 자연, 가장 아름다운 시기이기 때문입니다. 구월 중순 온타리오 북쪽 수센 머리에서부터 시작하는 단풍은 시월 중순 남쪽 토론토와 온타리오 호숫가로 내려와 그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그러니 이때쯤이면 오히려 여름 못지않게 많은 관광객이 찾아오는 곳이 캐나다입니다. 나도 이 계절이 오면 언제나 절친한 사람들과 어디론가 여행을 휙 가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하고 어느 한적한 시골의 카페에 앉아 차 한 잔 나누며 담소도 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시골에 묻혀 살고 있는 나는 누군가 많이 그리워지는 계절이기도 합니다.

어느 미국인이 내게 자기는 죽기 전 평생소원이 그랜드 캐년을 한번 다녀오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미국인이 자국의 유명 관광지를 한번 가는 게 소원이라니요. 그럼에도 나는 가끔 답답할 때마다 그랜드 캐년 주변의 지방과 사막 위를 달리고 싶은 생각만 있을 뿐 그랜드 캐년 자체를 가고 싶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습니다. 그랜드 캐년을 방문한 것이 12차례도 넘으니까요. 그뿐이 아닙니다. 모두들 가고 싶어 하는 디즈니랜드도 저에겐 별로입니다. 디즈니랜드는 아마 스무 차례도 더 갔을 것입니다.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곳들을 지겨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국에 거주하고 있었을 때, 한국에서 찾아오는 손님들을 모시고 가는 단골 명소가 로스앤젤레스에서 가까운 라스베이거스, 그랜드 캐년(자동차로 편도 12시간 운전)과 디즈니랜드(자동차로 1시간 반 운전, 종일 디즈니랜드 내 가이드해야 함)이었습니다. 찾아오시는 손님들은 처음 관광이니 무척 즐겁겠지만 매번 거절을 할 수도 없어 가이드를 해야만 하는 사람은 고역이었습니다. 금쪽처럼 시간을 아끼며 살던 시절, 사실 공부하며 돈 벌며 살기에도 바쁜데 친척뿐 아니라 친척의 지인까지 소개 받고 와서 관광 가이드를 기대할 때는 보통일이 아니었습니다.

십여 년 전 이곳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어느 날 나의 지인이 친구가 한국에서 도착하는데 밴쿠버를 갔다 와야 한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의 친구가 토론토로 오는 비행기를 타면 될 것을 태평양 연안의 도시까지 친구의 마중을 위해서 가야만 한다는 그의 말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이곳 토론토는 북아메리카 오대호수 중 온타리오 호수 주변 동부에 있는 도시입니다. 이곳에서도 5시간 비행시간이 걸리는 서부의 밴쿠버까지 데리러 오라는 지인의 친구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습니다. 세계지도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인가?

결국 내 지인은 그 친구를 데리러 자신의 비행기 값을 아끼기 위해 밴쿠버까지 차를 몰고 떠났고 왕복 운전 장장 20여일 만에 토론토로 돌아왔습니다. 밤 낮 쉬지 않고 달렸다는 그의 얘기를 듣고 나는 포복절도했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했습니다.

올해도 또 여름이면 괴롭다는 교포가 한두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해외여행이 자유화되고 쉽게 해외 나들이를 할 수 있게 된 이후 많은 한국 관광객이 몰려오는 여름과 가을에 한인 교포 가정에서나 볼 수 있는 고민거리입니다. 해마다 방학이면 한국서 친지·친구 방문으로 숙박에 여행 가이드·택시기사 노릇까지 하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먹고 살기에 바쁜 이곳, 거의 부부 모두 맞벌이를 하는 가정이 많음에도 이곳으로 관광 오는 내국인들은 이곳에 살고 있는 교포들이 당연히 해야 하는 것처럼 여겨서 고민이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거기에 문제는 자신의 휴가까지 뺏기며 방문객들을 대접하다보면 일부 가정은 부부싸움까지 가는 경우도 있고 손님접대에 시달리고 있는 교포들에 대한 고마움보다는 접대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도 야속하다고 하소연합니다. 방문객들이 교포들의 일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는 것입니다. 교포뿐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점점 살기가 어려워지는 현실이지만 특히 이민사회에 적응하며 살아야 하는 교포들은 시간적인 여유가 거의 없습니다. 한국에서 온 관광객들은 모두 구경하고 온 관광지조차 이곳에 거주하는 교포들은 이민 온 후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경우가 많을 정도로 생업에 종사하느라 바쁜 것이 이민사회의 현실입니다. 그런데 대다수는 아니지만 어떤 방문객들은 자신들이 끼치는 민폐를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오히려 서운하다는 생각에 언짢아하며 한국에 돌아가면 뒷말을 한다는 것이지요.

이곳 토론토 외곽 시골에 사는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특히 지하철과 버스 노선이 발달되지 않은 미국의 대도시나 이곳 메트로폴리탄 토론토처럼 대중교통(지하철 버스 열차)이 쉽지 않은 곳에 거주하는 교포들은 한국 방문객들의 뒤치다꺼리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길지 않은 숙박은 어렵지 않겠으나 매일 방문객들을 운전으로 안내하는 일은 어렵기 때문입니다.

모국의 방문객들이 이곳에 와서 지인이나 친지의 집에 머무르는 것도 경제적인 여유가 없어서일 것이니 그 또한 탓만 할 수 없겠지만 서울이나 유럽처럼 스스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다닐 수 있다면 숙박을 제공하는 것이 무슨 큰일이겠습니까? 평소에 허물없는 사이라면 공항에서의 픽업과 간단한 안내, 호텔비에 낭비하느니 껴 자더라도 자주 있는 일이 아니라면 숙박비를 절약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이지요. 그러나 여유 없는 생활을 하는 교포들은 한국의 아파트와 달리 넓지 않은 콘도와 아주 작은 아파트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한 집에 오래 머문다는 것도 객이나 주인이나 쉽지는 않은 일일 것입니다.

요즘은 형제도 내 집에 와 잠시 기거하거나 숙박하는 것도 싫어할 정도로 무서우리만치 달라진 세상입니다. 하물며 지인이나 지인의 친구라는 이름으로 서슴없이 민폐를 끼치는 행동을 의식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주 정말, 정말 피를 나눈 그 이상으로 가깝다고 생각되는 사람이 없다면 아예 다른 곳에 숙박하며 관광 스케줄을 짜는 게 서로를 위하여 속 편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홍송자 (24.XXX.XXX.229)

저도 호주에 온지 35년이 되었는데 공감합니다. 쓴 글과 똑같은 시간을 빼았기다가 언제부터인가는 부모님 촌수의 가까운 분만 빼고는 집에 숙식을 안 받고 미리 모텔을 정합니다. 그 돈이 없다면 기권하겠지요. 야박 한 것 같지만 이곳도 일년에 교민 한 사람당, 10명의 고국 손님을 치룬다고 하니 그 폐해가 알 만 합니다. 예의 바른 삶이라면 수긍하고 받아 들이겠지요. 좋은 글 계속 쓰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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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6 11: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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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24.XXX.XXX.229)

오래전에는 그래도 외국 나들이가 쉽지 않아 많은 한인 관광객이 없었지만 요즘은 해외여행 자유화 외환도 자유롭게 쓸 수 있어 정말 많은 관광객이 오지요. 어떤이들은 인터넷을 통해서 일부러 친숙해진뒤(관광을 목적으로) 해외의 동포 집에 숙식하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놀랐습니다. 물론 극히 소수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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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6 11: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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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맘 (1.XXX.XXX.211)

독일에 사는 아는 지인이 언제가 반갑지 않은 방문객 때문에
이혼 할 뻔 했다는 이야기가 이해가 가네요
염치 없는 친구 가족이 찾아와 한달이나 좁은 아파트에 기거하는데
나중에 아내가 우울증에 시달려 그 남편이 뒤늦게 알고는
그 친구 내외를 거의 내쫓다 시피 하였다고 고백을 하더라고요
명절에 부모형제지간 이라 할지라도
좁은 공간에서 하룻밤 함께 자는 것이 쉽지 않은데
한 집에 사는 것 외에 가이드 역활 까지 해야한다면
정말 기쁨이 아니라 고역이라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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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1 06: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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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24.XXX.XXX.229)

불편하더라도 자주만 생기는 일이 아니라면 방을 내주고 구경하도록 도와드리는 것도 좋은 일이지요. 그런데 운전을 계속해야하며 가이드까지 해야하는 것은 무리이고 민페에 해당하지요. 잠간 다녀가는 친한 분들이야 당연히 반갑고 또 도와드려야 되지만 저 같은 경우는 몸이 따라주질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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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6 11:4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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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주 (219.XXX.XXX.227)

살아가는 데 있어 좋은 인긴관계를 유지하는 방도는 서로가 염치와 예의를 지키는 일일 것입니다. 좀 안다는 이유 만으로 교민의 형편도 고려하지 않은 채 염치 없이 들이대는 일은 삼가해야 할 일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가끔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에서 현지에 사는 지인에게 연락하여 얼굴이라도 잠깐 보고 싶지만, 이동하기가 쉽지 않을 테고 번거로움을 줄까 봐 통화만 하고 맙니다. 선생님, 가을입니다. 하늘은 맑고 푸르며 오곡백화가 결실을 맺는 참으로 좋은 계절입니다. 건강 유의 하시고 아름다운 이 가을 행복하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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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6 15:5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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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24.XXX.XXX.229)

예의를 잘 아시고 조심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그렇지 않은 분도 계셔서 쓴 글입니다. 그래도 어렵게 여행하시러 오시는 분들에게 잠자리라고 해드릴 수 잇다면 그 이상 좋은 일이 없지요.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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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8 08: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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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용 (59.XXX.XXX.230)

현지교민의 입장에서 솔직하게 쓴 님의 글은 이곳 사람들에게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입니다. 상대에게 신세끼치지 않으려는 기본자세가 한국에서도 커가고있는데 관광가서도 연장되어야함을 일께우고 있습니다.다만 지인이나 친척이라는 것으로 아우르다보니 무리가 따를 수도 있었겠네요,합리적인 방안이 만들어져야겠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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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6 07:3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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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리 (24.XXX.XXX.229)

선생님 그래도 이젠 많이 좋아졌답니다. 그전보다 여러가지로 발전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일부 사람들이 아직도 그렇기도 하지만 사실 관광비가 많이 드니까 그런 점에서 이해가 되긴 하지만 지나친 점은 삼가해야 하겠지요. 오늘도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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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18 08:2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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