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프집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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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집에서 생긴 일

김수종

2013년 11월 18일 (월) 01:06:57

얼마 전 서울 마포 뒷골목에서 지인(知人)들끼리 저녁 식사를 했습니다. 식사가 끝나고 2차가 이어졌습니다. 모처럼 만났으니 호프나 한잔하며 얘기를 나누자고 해서 찾아간 곳이 ‘골뱅이집’이었습니다.

늦가을 저녁의 싸늘한 바깥 공기 탓인지 밤 9시가 지났건만 골뱅이집에는 테이블 곳곳에 생맥주를 즐기는 사람들이 둘러 앉아 있었습니다. 술집 분위기란 게 좀 웅성거리거나 떠들썩하기 마련이고, 또 그런 분위기에 사람들이 찾는 것입니다. 우리는 생맥주와 골뱅이 안주를 들며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이야기를 하기 어려울 만큼 주변 테이블이 시끄럽다는 걸 느꼈습니다. 우리의 테이블을 놓고 통로 건너편 테이블에서 어른과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했습니다. 젊은 부부들 네댓 쌍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고, 그들 사이에 유치원 다닐 정도의 아이들 네댓 명이 서로 떠들어 대는 것이 가관이었습니다. 아이들이 의자 위에 올라갔다가 바닥으로 뛰어내리며 고함을 내질렀고, 젊은 엄마들은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로 자기네 대화가 방해 받자 한 옥타브를 높여 소리를 크게 지르는 바람에 홀 안은 난장판 같았습니다.

지인 중 여성 한 분이 “이건 아니야. 한마디 해야겠어.”라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그리고 젊은 엄마한테로 다가갔습니다. 나머지 일행은 “항의하다가 싸움 벌어지겠다.”고 걱정하면서 사태를 주시했습니다.
항의는 점잖았습니다. “너무 목소리가 커서 옆에서 얘기를 나눌 수 없으니 좀 소리를 낮춰주십시오.”
“아이들이야 그렇게 떠드는 게 아닙니까?” 젊은 엄마가 되레 항의조로 나왔습니다.
“그게 아니라 엄마의 목소리가 더 커서요.”
그 때 아빠인가 싶은 젊은 남자가 눈을 부라리며 항의했습니다. “애들이 그런 거지, 얼마나 떠든다고 그러는 겁니까?”
지인은 조용히 그러나 힐난하듯 말했습니다. “아이들의 목소리보다 엄마 목소리가 너무 커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 남자는 씩씩거리면서도 더 이상 점잖게 말하는 여성을 상대로 항의하지는 못했습니다. 떠드는 사람이 아이가 아니라 어른이라는 지적에 편들 의지가 꺾인 모양입니다.

약간 조용해지는가 싶더니 다시 애들이 난리를 피우며 고함치기 시작했습니다. 덩달아 젊은 부부들의 목소리도 홀이 떠나갈 듯이 커졌습니다. 우리는 고개만 가로저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 바로 우리 옆 테이블에서 맥주를 마시던 그룹의 중년 남자가 “애들 좀 떠들지 못하게 하세요.”라고 큰 소리로 항의했습니다. 그러자 젊은 아빠들이 집단으로 일어서서 애들이 좀 노는 데 무엇이 잘못됐냐며 대드는 것이었습니다.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항의하는 그룹에서 머리가 허연 사람이 일어서서 “됐으니 이제 그만합시다.”고 진정시키려 하자 젊은이들은 이번엔 이 어른을 향해 거친 말을 쏟아냈습니다. 다행히 그 이상 다툼은 악화되지는 않았고, 잠시 후 젊은 부부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사라졌습니다.

그들이 사라진 후 우리들은 젊은 부부들의 자녀교육에 대해 한바탕 토론을 벌였습니다만 마음이 영 개운치 않았습니다.

깊은 밤에 철없는 아이들을 데리고 맥주를 마시러 나온 이 부부들의 자녀 교육관도 이해할 수 없었고, 공공장소에서 아이들이 맘대로 뛰어놀게 내버려두는 그들의 태도도 못마땅했고, 그런 소란스러움에 항의하는 사람들에게 덤벼드는 젊은 엄마 아빠들의 행태도 무례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날 골뱅이 집의 소란이 자주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것이라 자위해보았습니다. 그러나 그날의 분위기로 봐서는 서울의 골목길은 물론 지방 어느 도시에서건 심심찮게 일어날 수 있는 충돌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공공장소에서도 절제와 남을 배려하는 사회분위기가 점차 사그라지는 판에, 술집에 애들까지 데리고 오는 부부들이 남을 배려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기보다 그 젊은 부부들이 사는 세계와 기성세대가 사는 세계의 가치 기준이 전혀 달라져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그들은 모처럼 주말을 맞아 친구 부부들과 어린아이들을 동반하고 호프집에 가는 것이 교육적으로 해가 될 것이 없다고 생각했을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어디서건 신나게 자유롭게 뛰어 노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당연히 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더구나 술집에서 자유롭게 떠들며 노는 젊은이들을 향해 “조용히 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케케묵은 투정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머릿속이 참 혼란스럽습니다. 우리 주변이 무서운 세상으로 변해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원기 (74.XXX.XXX.194)

이렇게 해 보시면 어떨까요? 그러한 소란을 보신다면 조용히 일어나셔서 그 호프집 매니져한테 정중히, 이성적으로 불만을 제기하고 그 호프집에서 더 이상 버티지 마시고 나오는 겁니다. 무엇이 매상을 더 떨어뜨리게 하는 것인지 알고, 스스로 업소 운영 방침을 정하게끔 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걸리지만, 조금씩 조금씩, 경제 논리가 시스템을 정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미국과 같은 나라는 물론 시스템이 잘 되어서 그런 면도 있지만, 소위 "총"이라는 것 때문에 질서가 유지되는 측면도 많습니다. 이걸 이해 하신다면 사람들의 마음속도 좀 더 이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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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6 00:2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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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mond1516 (221.XXX.XXX.173)

길게 보면 그게 가장 합리적인 최종 해결책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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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6 10:5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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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제 (221.XXX.XXX.173)

역사의 진보성 입장에서 보면 못마땅한 부분은 있지만,
그래도 젊은이들의 가치관이 발전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잖아요.
우리의 윗세대들도 저희에게 똑같은 것을 느꼈을 것입니다.
젊은이들에게도 역사는 진보하고 있다고 믿고싶습니다.
산소처럼 산뜻한 글 항상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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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25 10: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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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동 (221.XXX.XXX.173)

잘못한 젊은이들을 어른들이 꾸중할 수 있고 젊은이들이 이를 받아 들이고 자신의 행동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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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9 20: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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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택 (221.XXX.XXX.173)

기성세대와 신세대와의 삶의 가치관의 문제를 부인하고 싶진 않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의 정치의 현실과 교츅에 대한 정책의 문제가 더 심각한 문제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영업장의 주인의 의식 수준이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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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9 10:5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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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휘찬 (221.XXX.XXX.173)

여기저기 힐링 열풍이긴 한데, 세태가 각박해지니 안타깝습니다.
힐링 열풍이 불고 있는 것도, 그만큼 사회가 각박해지기에 나타나는 일 아닐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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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9 10:5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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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상 (221.XXX.XXX.173)

그렇게라도 하지않으면 이 불공평으로 가득찬 그래서 기득권자들만이 누리는 이 잘못된 세상에 그들은 미쳐버릴지도 모르는 분노가 곪을데로 곪은 한국의 대다수의 서민층이라는 우려를 지울수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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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9 10: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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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재윤 (221.XXX.XXX.173)

대단히 좋은 지적 사항입니다. 어차피 젊은 부부의 어린이를 대동한 일행과 별도의 공간이 없이 일반과 같이하는

공간이라면 자신만의 공간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점이 늘 부족합니다. 안타깝습니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은 부족하고 자신만의 입장을 펼치며 사는 것을 늘 보아옵니다.

우리 주변에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지적을 하면 받아들여야 하는데 이 또한 거부합니다.

대단히 슬픈 사안입니다. 그 때 그 때 넘어갈 뿐입니다. 마음은 편치 않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내일 태양은 떠오르니, 건강하게 생활해야지요. 고맙습니다.
고재윤 람사르환경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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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8 17:5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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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221.XXX.XXX.173)

며칠전 지하철에서 경험한 일입니다.

젊은 아가씨가 귀에 이어폰을 끼고 비트 음악을 듣는데 옆에 앉은 저에게도 불편할 만큼 크게 들려와 '소리 줄여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약간 줄인듯 하지만 여전히 비트음악이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그래서 '좀 더 줄일수 없느냐'고 하자 눈을 부라리며 '무얼 어쩌란 말이에요' 라며 흥분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처구니가 없어 제가 자리를 피했습니다.

언젠가 레스토랑에 부부가 함께 갔습니다. 평일 점심인데 젊은 엄마들이 아이들과 함께 와서 수다를 떠는데 아이들은 천방지축이어서 식사 분위기가 아니었지만 엄마들은 수다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직접 이야기하면 곤란한 상황이 생길듯하여 웨이터를 불러 '아이들 제제해 달라'고 하자 '저희도 곤란합니다. 이해 바랍니다'라고 하더군요. 무얼 이해해 달라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웨이터가 엄마들에게 이야기하면 필경 '아이들이 그렇지요'라고 눈을 부라리며 이야기 할 것이고 손님 떨어지니 이해해 달라는 의미로 들렸습니다. 이런 젊은 부모들조차 어려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탓이고 우리 사회가 이런 무례함에 너무 관대한 탓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식당이나 호프집에 이런 규정이 없는게 문제이고 설령 규정이 있어도 지켜지지 않겠지요.

주말 목욕탕에 가면 수영장을 방불케 합니다. 분명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왔을 터인데 수건을 탕 속에 던지고 점프하고 가관이 아닙니다. 누구하나 제제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남에 대한 배려가 '없어도 너무 없는' 한국 사회입니다. 개인 소득이 늘어간들 이런 기본 윤리 교육이 안되어 있다면 우리의 미래가 걱정이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이용웅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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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8 14: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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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순 (221.XXX.XXX.173)

님의 글을 고맙게 받기만하다 이렇게나마 고마움을 전합니다. 특히 이번 칼럼은 제자신을 뒤돌아 보게도 하네요. 혹시 님께서 지적하신 그런 결례를 나도 모르게 범하지나 않았을까 하는 반성도 함께 해봅니다. 요즈음은 너무나 이기적인 삶을 살아가다보 내가족, 내자식, 내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그 조직에서는 오히려 훌륭하게 비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저를 포함해서 말없는 다수는 님과 같은 사회지도층의 가르침에 조용한 그러나 강력한 지지의사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함께 알아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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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8 14:4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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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국 (221.XXX.XXX.173)

ㅎㅎㅎ 그냥 그 사람들도 얼릉 늙어보아라고 하는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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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8 14:4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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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민 (221.XXX.XXX.173)

자주 목격하는 일입니다.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부모가 가정 교육을 포기하고 학교고가 공동 생활 교육을 포기한 마당에 무엇을 기대하겠습니까? 암담한 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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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8 14:4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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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 (221.XXX.XXX.173)

그 젊은 부부에게 그들의 잘못된 행동을 지적해준 용기(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세태에 울화통 터지지만)에 갈채를 보냅니다. 반발한 그들도 지금쯤은 반성하리라 믿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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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8 10:4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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