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보는 쓰시마의 지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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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쓰시마의 지정학

정달호

2013년 12월 13일 (금) 02:37:07

대마도다, 쓰시마다 하면서 서로 다르게 부르긴 하지만 이 섬의 이름에 관한 논쟁은 없습니다. 대마(對馬)의 일본식 발음이 쓰시마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말 두 필이 서로 마주한다는 의미의 대마란 이름을 어느 쪽에서 처음 부르기 시작했을까요?

일본서기에 646년 대마도에 국사(國司: 일본 중앙 정부가 지방을 감독하기 위해 파견한 지방관)를 파견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또 고려 때인 1085년 대마도주를 대마도 구당관(句當官)으로 불렀다는 기록도 있다지만, 이 시점에서 대마란 이름의 연원(淵源)을 밝혀내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쓰시마라 부르는 대마도의 이름을 두고 동해냐 일본해냐, 하는 소위 지리적 명칭에 관한 논쟁도 존재하지 않으므로 대마란 이름의 연원을 굳이 찾아야 할 일도 아닐 성싶습니다.

한편 우리 사회 일각에서 대마도에 대한 영토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든지, 또는 독도에 대한 일본의 영유권 주장을 억지하기 위해 대마도 영유권 주장을 일부러라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세종 때인 15세기 초에 대마도를 정벌하고, 매우 짧은 기간이지만 이를 경상도의 속주로 편입한 적이 있고 그 후에도 대마도와는 조공무역이라는 특별한 정치 경제적 관계를 유지한 시기가 있었던 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막연하게나마 대마도가 우리나라에 속한다는 인식이 있어왔던 것입니다. 그러나 대마도는 임진왜란을 계기로 소위 막번체제(幕藩體制)에 편입되어 지금까지 일본 영토의 일부로서 그 실효적 지배하에 있음이 엄연한 사실입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초고속선으로 부산에서 겨우 1시간 만에 닿게 되는 대마도를 보면서 왜 이 섬을 우리 땅으로 만들지 못했던가 하는 회한은 누구나 가질 만합니다. 대마도가 한반도뿐 아니라 동북아 지역의 움직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거대한 레이더 기지가 돼 있다는 사실을 알면 더욱 그런 아쉬움을 느낄 것입니다. 지금 동북아 바다 상공에 한․중․일 3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제각기 선포함으로써 살벌한 느낌까지 감돌고 있는 시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우리 영토인 마라도 위까지 이웃 국가의 방공식별구역이 그어져 있는 현실인데 만약 대마도가 우리 땅이라면 우리의 전략적 이점이 얼마나 더 크게 돼 있을까요?

반대로 생각하면 대마도가 일본 영토가 돼 있음으로써 일본의 이 지역에서의 전략적 우월성이 엄청나게 강해져 있는 것입니다. 대마도 땅 한 끝에, 부산 방향으로 가장 가까운 곳에 구형의 거대한 흰 물체가 솟아나 있는 것을 보는 순간 섬뜩한 느낌까지 듭니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대마도는 한반도와 대륙의 해안 주민들을 괴롭히던 왜구의 소굴이기도 하였고 임진왜란 때는 왜군의 전초기지이기도 하였습니다. 그 전으로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려시대 몽고군이 일본을 2차(1274년, 1281년)에 걸쳐 침공하면서 대마도에까지 상륙을 하고 본토인 규슈에도 진입은 했지만 가미카제(神風)로 명명된 태풍으로 인해 실패하기만 했습니다. 그 전 삼국시대에도 나당(羅唐)연합군이 대마도 인근까지 와서 백제군을 퇴치한 적도 있어 이에 대비하기 위한 성을 쌓은 유적이 가네다성이란 이름으로 남아 있습니다.

아주 근대인 1900년대 초에 와서는 대마도 해역이 소위 쓰시마 전투라고 하는, 러일전쟁을 결판 지은 결정적 전투 지역이 되었고 이 전투에서 발틱 함대는 그 3분의 2가 침몰되고 수만 명의 러시아 병사들이 이 바다에 빠져 죽었습니다. 쓰시마 전투는 최초의 거대한 전함들 간의 격돌로서 세계 해전사에 기록되고도 있습니다. 당시 일본군 사령관인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는 해전사에서 가장 위대한 인물로 이순신 장군을 꼽았다고 하는데, 그가 러시아 함대를 궤멸한 것은 이순신 장군의 전법을 답습하였기 때문이라고 술회했다는 일화가 있을 정도입니다.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러시아를 제압하고 나서 새롭게 강대국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물론 그 후 탄탄대로의 상승세를 타면서 한반도를 강탈하게 된 것은 우리로선 가장 아픈 역사의 시작에 불과하였습니다.

일본이 이처럼 대마도를 전략적으로 잘 활용한 데서 더 나아가 독도까지 그 전략적 거점의 일부로 삼으려는 야욕을 지금껏 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고 모두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는 처사입니다. 이번에 독도, 마라도, 홍도를 넘어 이어도 남쪽 해역에까지 한국 방공식별구역(KADIZ; Korea Air Defence Identification Zone)을 확장함으로써 우리의 영공과 해역을 지켜내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은 참으로 잘한 조치라고 봅니다. 다만 이를 유지해나갈 수 있는 국방력을 갖는 한편 이 지역의 관련 3국 간의 평화를 유지해 나갈 시스템을 구축하는 외교적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습니다.

아울러 일본이 지리적으로 우리 땅에 훨씬 더 가까운 대마도를 자기 영토로 선점하고 굳혀 온 사실을 잘 살펴서 우리도 독도 영유권 유지는 물론 앞으로 해양진출에 있어 적극적이고 용의주도한 행보를 취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정달호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후 직업 외교관으로 일했으며 주 이집트 대사를 역임했다. 현재 제주 소재 유엔국제훈련센터(UNITAR)소장으로 재직 중이며, 제주특별자치도의 외국인자문위원회 위원장으로 외국인거주환경개선을 위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라산 자락에 텃밭과 나무를 가꾸며 자연의 품에서 생활의 묘미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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