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청ㆍ탁음을 가릴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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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청ㆍ탁음을 가릴 줄 안다

황경춘

2014년 01월 28일 (화) 01:15:01

1923년 9월 1일, 일본 수도 도쿄(東京)를 폐허로 만든 대지진으로 10여만 명의 희생자가 났습니다. 한때 무정부 상태에 빠진 사회 혼란 와중에서 소위 ‘조선인 대학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수천 명의 우리 동포가 지진이 아닌 폭도에 의해 무참한 죽음을 당했습니다.

조선인이 우물에 독약을 풀고, 혼란을 틈타 독립운동 시위를 벌인다는 등 유언비어로 시작된 이 소동 속에서 조선인을 가려내는 묘책의 하나가, 길 가는 사람에게 어려운 일본말 발음을 시켜보는 것이었습니다. 일본말로 ‘주고엥 고짓셍(15圓50錢)’이나 ‘가기구게고(がぎぐげご)’를 발음케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일본말의 탁음(濁音)을 제대로 발음 못하는 것은 사실입니다. 일제강점 시 그것 때문에 얼마나 많은 동포들이 일본인의 조롱과 멸시를 받았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일본에도 유독 탁음 발음이 서투른 지방이 있습니다. 2011년의 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이 대량으로 유출되어 온 세상을 놀라게 한 후쿠시마(福島)현을 포함한 동북지방이 그렇습니다.

이 때문에 1923년 대지진 때 조선인으로 오인되어 죽은 사람이 공식적으로도 59명이나 되니, 실지로 희생된 수는 더 많을 것입니다. 농촌의 피폐와 인구과잉으로 일자리를 구해 도시로 나온 이들도, 직장이나 사회생활에서 조선인만큼이나 차별과 멸시를 받았습니다.

10여 년 전 일본 규슈(九州)에 갔을 때 열심히 한국말을 배우는 고등학교 교사를 만났습니다. 그 친구는 일본 공영방송 NHK의 한국말 강의를 매일 듣고 공부하여, 간단한 회화는 할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 친구로부터 한국말 어두(語頭)에서는 맑은 음을 왜 탁음으로 표기하는가라는 질문을 받고, 어리둥절하였습니다.

음성학(音聲學)이나 어문학(語文學)을 배운 일이 없는 저로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였습니다. 그 뒤, 일본의 한국말 학습 교과서에서 이런 사실이 설명되어 있는 것을 보고, 이것이 한국인이 일본말을 배울 때 겪는 어려움의 하나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한국말에는 '킨카쿠지(金閣寺)'와 '긴카쿠지(銀閣寺)'는 똑같이 '긴카쿠지'로 표기한다고 되어있었습니다.

주로 영문을 사용하는 직장에서 일하다가 은퇴한 제가 우리말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한 후, 정부에서 제정한 외래어 표기법이나 관련 설명 등을 읽으며 이 사실을 확인하고, 이 문제에 약간의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도회지에서 전학해 온 한 친구가 물통의 일본말 ‘バケツ(bucket)'를 제대로 발음하지 못해 교실에서 웃음을 산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살던 경상남도 시골 아이들과 달리, 이 친구는 ’바케스‘ 혹은 ’바케츄‘로밖에 발음하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탁음문제 외에 한국말에는 일본말의 ＇ツ(tsu)'에 해당하는 소리도 없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쓰’로 표기하게 되어 있습니다만, 대마도(對馬島)의 일본 발음은 ‘쓰시마’가 아니고 로마자의 ‘tsushima'입니다. 국립 국어원은 '쓰'로 쓰라고 하면서 한국인이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발음 중의 하나가 ＇ツ’라고 했습니다.

1964년 도쿄로 올림픽을 취재하러 갔을 때, 다른 회사에서 온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하루는 시내 번화가 어느 술집에서, 어디서 왔느냐고 묻는 호스티스에게 ‘칸고쿠(한국)’에서 왔다 하니 소스라치게 놀라더라는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말로 ‘칸고쿠’는 감옥이란 뜻이고, 한국은 ‘칸코쿠’라고 탁음 없이 발음해야 합니다.

우리 정부가 제정한 일본말 표기법에 의하면, 일본말의 글머리에 있는 ‘かきくけこ’ 등 청음(淸音)은 ‘가기구게고’로 옮긴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東京은 ‘도쿄’로, 東大寺는 ‘도다이지’로 표기합니다.

그러니 ‘からす(까마귀)’와　‘がらす(유리)’의 우리말 표기는 다 같이 ‘가라스’로 됩니다. 우리말에도 같은 발음의 낱말이 무수히 있고, 이는 글의 문맥으로 금방 알 수가 있다고 합니다. 한글전용 글 속에 같은 발음의 한자(漢字) 낱말이 얼마나 많으냐고 반문합니다. 그러나 이 예외규칙은 영문의 우리말 표기에는 없습니다.

즉 같은 이름인 ‘카토(加藤)’를 일본글에서 옮길 때는 ‘가토’가 되고, 영문의 경우 ‘Kato'는 ‘카토’로 두 가지로 표기하게 됩니다. 일본 차(車) ’トヨタ’ ‘Toyota'는 ’도요타‘와 ’토요타‘ 두 가지로 표기하게 됩니다. 실지로 일부 신문에 나오는 광고에는 ’토요타‘를 쓰고 있습니다. 토마토도 일본말에 나오는 것을 옮길 때는 ‘도마토’로 해야 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우리말 표준어를 사용하는 지역 사람들보다는 경상도 사람들이 일본말 탁음ㆍ청음 발음을 쉽게 잘 하는 것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북쪽으로 갈수록 된 발음 사용이 많은 것 같습니다. ‘ 경상도에서는 표준어에서‘뻐스’가 ‘버스’로 표기가 변경되기 전에도 ‘버스’라고 발음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음성학 전문가들이 심의하여 제정한 표기법을 평할 만큼의 교양이 없는 필자이지만, 많은 돈 들여 Pusan을 Busan으로, Taegu를 Daegu로 고친 예가 있지 않습니까. 실효성으로 볼 때, 글머리 탁음표기 문제도 언젠가는 재고할 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통일(統一)과 동일(同一)을 구별해 쓰는 우리 아닙니까. ‘도쿄(東京)’와 ‘도쿄(同鄕)'도 '토쿄'와 '도쿄'로 소리 나는 대로 구분해서 쓰게 되기를 바랍니다.

玄武 (115.XXX.XXX.87)

일본, 아무리 봐도 잔인한 족속 맞습니다.
우리글이 일본 언어보다 훨씬 뛰어나지만 상대를 제대로 알자는 의미의 글로 읽었습니다. 오늘은 대만친구 둘과 베트남 사람 셋, 그리고 한국 사람으로는 저 이렇게 여섯이서 골프장 사장집 뜰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었으니 바로 6개 국어가 난무했습니다.(베트남 사람 둘이 프랑스 어에 능란. 자녀들도 프랑스 학교 / 대만사람 하나가 일본어 조금)

그중에서 찌질 한 언어로는 당연 일본어를 들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 김치 : 기무치/ 어퍼컷 : 아빠 까도 / 인터내셔널 : 인터내쇼나루 / 이렇게 밖에 표현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본사람들이 젤로 영어를 못하는 민족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요즘 일본이 하수상해서 일본 손님들이 골프장과 골프장 리조트 임대 문의가 많이 온답니다. 그런데 영어가 안 되서 곤란하다고 하면서 저에게 시간나면 통역을 부탁해 왔습니다. 36홀 골프장과 백 여 채 빌라 소개하고 계약을 하면 소개료를 주겠답니다. 잘하면 금년에는 저의 기래 빠시 일본어 실력 가지고도 용돈벌이를 하게 생겼습니다.

관동 대지진때입니다. 일본어로 사과는 ‘링고’(リンゴ )인데 한국 사람들은 이 발음이 잘 안되는걸 알고 붙잡혀 오는 사람마다 책상위에 놓인 사과하나를 가리키며 물어봤답니다."고래와 난데스까?(이것은 무엇입니까?)
"링고데스 (사과입니다) 하고 대답하는 발음을 잘 듣고 발음이 다르면 무조건 끌고 나가 칼로 목을 자르거나 죽창으로 찔러 죽였습니다. 이렇게 "조센징들이 방화를 했다"느니 "우물에 독약을 넣었다"는 등의 헛소문을 퍼뜨리면서 자경단이라는 조직을 만들어 한국인을 붙잡는 대로 칼과 곤봉, 죽창으로 죽인 것이 무려 6,660명이 넘었답니다.

우리선조들의 18만 명의 귀 무덤은 지금도 오사카에 있습니다.
일본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전리품일 뿐입니다. 에고! 도솔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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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8 22:3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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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춘 (114.XXX.XXX.201)

고견 잘 읽었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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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9 17:4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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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武 (115.XXX.XXX.44)

황 선생님 즐거운 구정 쇠시길 바랍니다.
금년도 건강하시고 경륜 깊은 말씀으로 후학들을 이끌어 주시길 바랍니다.

이곳 베트남도 구정은 아주 큰 명절입니다. 저는 떡국은 못 먹을지라도 열대 과일을
차려놓고 조상님들을 기리고 나면, 생각나는 사람(이승을 떠난 분들)숫자대로
술잔 놓고 한잔씩 올리면서 저와의 인연을 떠올려보는데, 해가 거듭할수록
잔 숫자가 늘어만 가는군요.( 퇴주잔만으로도 취하게 생겼습니다.)

그 중에는 안타깝게도 저보다 늦게 가야 할 분들도 있습니다.
아무리 올 때는 순서가 있어도, 갈 때는 순서가 없다지만 슬픈 일이지요.
더구나 어린 자식들까지 두고 간 분들에 이르면 저의 능력이 부족함을
한탄하는 밤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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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30 20: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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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武 (115.XXX.XXX.44)

부모님께서 한때는 일본에 사셨습니다.
도공이셨던 할아버지를 따라 일본에 가신 것이지요.
해방이 되어서 귀국하셨다는데 그 사연이 좀 거시기 합니다.

일본이 패망하자 동남아에 퍼져있던 패잔병들이 일본으로
귀국하여 패망에 대한 울분을 한국 사람들에게 폭발하더랍니다.
잇본도를 마루에 꽂으며 필요 없는 물건을 강매 하더랍니다.

그 꼴 보기 싫다고 귀국하고 보니 고국은 36년 수탈로 껍질만 남았더랍니다.
그런데 아직도 어느 넋 빠진 인간들이 있어서 일본을 찬양하는 일에 나서는 걸 보면,
일제 잔재 청산실패가 우리민족이 대를 이어서 슬퍼할 천추이 한이 되어 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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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30 20:0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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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춘 (114.XXX.XXX.201)

이국 땅에서 우리 설을 맞이하는 심정 아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퇴주잔에
너무 취하시지 말고 뜻있는 설날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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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30 22: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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