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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황새가 없어졌나?
서툰 사냥실력…피폐해진 환경 적응 어려웠을 것
박시룡 2007년 08월 29일 (수) 10:40:40
우리나라에서 텃새로 살았던 황새가 사라진 지도 벌써 37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습니다. 황새와 비슷한 새로 백로와 왜가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백로와 왜가리는 멸종되지 않고 아직 많습니다. 황새가 백로나 왜가리와 공통점이 있다면 습지와 논에서 물고기를 잡아먹고 살았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멸종된 황새 복원을 시작하면서 멸종 원인을 찾아보려고 나름대로 무던히 애썼습니다. 문헌도 찾아보고, 전문가들의 세미나에도 참석했습니다. 그동안의 문헌연구에 의하면 농약 때문에 습지와 논에 물고기가 사라진 것이 주요원인이라고 합니다. 
   
 

황새(가운데ㆍ부리 검정색)와 함께 먹이를 잡고 있는 백로(뒤쪽ㆍ흰색의 깃털), 왜가리(앞쪽ㆍ회색의 몸색깔)

 

나도 이에 대해 동의는 하지만, 그래도 그 이유가 내 의문에 대한 해답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백로나 왜가리도 함께 멸종돼가고 있다면 그 말이 맞지만, 아직도 백로와 왜가리는 사라지지 않고 그 숫자도 그리 많이 줄어든 것같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번에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그것도 내 연구를 통해서입니다. 지난 6월 15일 황새 실험방사가 있었습니다. 약 6천여 ㎡에 펜스를 치고 황새 두 마리를 풀어 놓았습니다. 물론 실험을 위해 날개깃 한 쪽을 잘라내 날지 못하게했습니다(날개깃은 1년 후 다시 정상으로 자람). 이 실험이 진행된 지도 벌써 두
>달이 됐습니다. 그런데 이곳에 황새 외에도 백로와 왜가리가 찾아왔습니다. 

관찰 결과 아주 놀라운 사실이 발견됐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황새의 냥실력이 형편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쇠백로와 왜가리는 아주 능수능란한 냥술을 갖추었습니다. 

황새는 습지 위를 걸어가면서 부리로 이곳 저곳을 찔러가면서 사냥을 합니다. 찔러대는 숫자는 5분당 10회 정도, 물론 먹이량에 따라 찔러대는 숫자는 다르지만 1㎡당 미꾸라지가 1.5마리였을 때 그렇습니다. 그 중에서 1회 정도 먹이를 낚으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마리를 잡기 위해 9번은 허탕치는 셈입니다.

이에 비해 쇠백로나 왜가리는 이곳 저곳 찔러대지는 않습니다. 쇠백로와 왜가리는 황새가 먹이 를 잡는 것을 지켜봅니다. 황새가 습지 위를 걷거나, 부리로 찔러댈 때 자극을 받은 미꾸라지가 꿈틀하고 반응을 보이면 진흙 위의 물이 미세하게 움직입니다. 이때 백로와 왜가리는 시각으로 감지하고는 일격에 먹이를 낚아챕니다. 

그러면 백로나 왜가리는 항상 황새가 판을 벌여 놓은 곳에서만 사냥을 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혼자 사냥할 때를 지켜보면 쇠백로의 먹이 잡는 기술은 명품 중 명품입니다. 어린 시절 개울에서 물고기를 잡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풀섶에 쪽대를 갖다 대고 한 발을 풀섶에 넣고 저어대면 풀섶에 숨어 있던 물고기가 밖으로 나옵니다. 

쇠백로가 이런 식으로 물고기를 잡습니다. 숨어 있는 풀섶에 한 발을 넣고 가볍게 저어대면 물고기가 나오는데, 이때 밖으로 나온 물고기를 재빨리 낚아챕니다. 황새는 이렇게 사냥하지 못합니다. 그냥 이곳 저곳을 찔러대면서 먹이를 잡습니다. 

이런 황새의 먹이 잡는 기술은 먹이가 많을 때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먹이가 줄거나 없어지면 생존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에 황새가 살았던 그 옛날에는 논에 먹이가 참 많았습니다. 먹이가 지천으로 있었으니 그냥 이곳 저곳 찔러도 쉽게 먹이가 잡혔으니까요. 

농약을 사용하면서 먹이가 줄었습니다. 흔했던 황새가 우리나라에서 멸종된것은 논에 물고기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황새와 비슷하게 먹이 잡는 새들은 따오기, 저어새, 노랑부리백로입니다. 우연히도 이 새들은 모두 멸종위기종입니다. 

우리 자연에 먹이가 풍부했을 때는 사냥실력이 좋은 새나 나쁜 새 모두 함께 살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먹이가 없어지자 사냥실력이 나쁜 새들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사냥실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진화하기 위해서는 먹이가 사라진, 불과 50~60년이라는 세월이 황새들에게 너무 짧았던 것입니다.

박시룡 :경희대 생물학과 졸, 독일 본대학교 이학박사.
현재 한국교원대 교수ㆍ한국황새복원연구센터 소장.
대표 저서「동물행동학의 이해」, 「과부황새 이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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