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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위로하는 예술
안진의 2014년 05월 06일 (화) 01:03:31
“저기 떠나가는 배 거친 바다 외로이...언제 다시 오마는 허튼 맹세도 없이 봄날 꿈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그곳이 어디메뇨.”

세월호의 허망한 죽음 앞에 많은 행사들이 취소되었지만 한 시인의 북콘서트는 고통을 끌어안고 희망을 만드는 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예정된 무대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콘서트 장에 울려 퍼진 정태춘의 ‘떠나가는 배’는 자리에 함께한 모두의 나지막한 목소리로 경건하게 불렸습니다.

“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요 그 깊은 바다 속에 고요히 잠기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눈앞에 떠오는 친구의 모습 흩날리는 꽃잎 위에 어른거리오.” 김민기의 ‘친구’를 찾아 듣는 사람들도 많아졌습니다. 노래를 듣고 읊조리는 동안 눈시울이 붉어지고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우리에겐 상 문화라는 것이 있어 왔습니다. “아이고 아이고” 소리 내어 곡을 하고, 밤을 새우고 상가에서 웃고 시끌벅적 떠들었습니다. 음식과 술을 함께하고 인정을 나누었습니다. 상을 당한 가족들은 슬퍼할 겨를도 없이 손님맞이에 정신이 없었습니다. 슬픔을 승화하는 오래되고 현명한 방법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장 온 국민이 삶의 현장을 떠나 상가로 갈 수 있는 형편도 아니고, 차디찬 바다, 주검도 모두 찾지 못한 현실 앞에서 슬픔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애도의 표현 앞에 고민이 깊어집니다. 노란 리본을 달고 희망을 잃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뉴스나 매체에서 세월호 이야기만 나오면 이젠 더 이상 보는 것도 힘겨워집니다. 상처가 너무나 깊습니다.

슬픔을 극복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망각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이번 세월호의 침몰처럼,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들을 데리고 간 비극은 쉽게 잊힐 것 같지 않습니다. 이 슬픔은 누르면 누를수록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입니다. 슬픔을 누를 것이 아니라 풀어야 할 것입니다. 고통을 흡수하고 희망으로 바꾸지 않으면 우리의 상처는 더 깊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애도를 사회화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다시 이 끔찍한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추모는 사회화되어야 합니다. 세월호의 희생자에 대한 위로 뿐 아니라 남겨진 가족과 이를 보는 온 국민의 가슴도 치유가 필요합니다. 성금을 모으고 자원봉사로 뜻을 함께하고 있지만 더불어 가슴의 한을 풀어낼, 공동체가 애도할 수 있는 문화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작곡가 윤일상은 세월호 희생자의 넋을 위해 ‘부디’라는 헌정 곡을 받쳤습니다. 부디 그곳에서는 행복하기를 바란다는 글과 함께 그 음악이 마지막 가는 길에 작은 동반자가 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담았습니다. 이처럼 새로운 음악, 새로운 춤, 새로운 그림, 한을 마음에 담지 않고 예술로 뚫어내는 힘이 필요합니다.

종이배를 접어 시냇물에 띄우던 것은 이제 더 이상 유년의 놀이로 즐겁게 기억될 것 같지 않습니다. 물과 배만 보더라도 가슴이 울렁거리는 사건 앞에서 치유가 필요합니다. 따듯한 세상의 온도를 느낄 수 있게 하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세월호의 슬픔을 함께 나누며 풀어낼, 모두가 부를 수 있는 노래가 필요하며 춤과 그림이 필요합니다.

예술가의 사회적 역할이 중요한 때입니다. 예술이 한 개인의 순수한 창작물의 형태로서 미적 차원의 영역이기도 하지만 이를 뛰어넘어 사회적 기능도 함께함을 알고 있습니다. 예술이 주는 위로가 필요합니다. 일상의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잃어가는 시대에 인간사의 아픔을 도려내고 희망을 주는 문화가 필요합니다. 함께 생각하는 온도, 우리의 체온을 높여줄 예술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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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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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16 16:5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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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거사 (175.XXX.XXX.174)
국민적 애도의 분위기 속에서 많은 행사들이 취소되는 것도 안타까운 일입니다.
전에 있던 회사에서 자선 바자회까지 취소했다는 소식에 좀 벙벙하기도 합니다.
또 연극,오페라, 클래식 연주는 되고 디너쇼는 안 된다는 것도 좀 이상하게 들리네요.
울면서도 할 건 해야 세상이 사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예술을 통한 슬픔의 승화. 역시 안 화백님의 창의적인 발상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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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7 21: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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