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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적 소명(召命)과 업(業)의 본질(本質)
박상도 2014년 05월 09일 (금) 01:10:16
자동차로 필자가 사는 아파트에 진입하기 위해선 서울 성동구 독서당로의 언덕배기에서 좌회전 신호를 받아야 합니다. 이곳은 좌회전은 가능하지만 유턴은 허용이 되지 않는 곳입니다. 하지만 종종 불법유턴을 하는 차들이 있습니다. 며칠 전에도 같은 장소에서 필자 바로 앞에 있는 차가 불법 유턴을 하고 있었습니다. 워낙 자주 보는 광경이라서 별생각 없이 좌회전을 해서 아파트로 들어가려는데 맞은편에 경찰차가 경광등을 번쩍이며 서 있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차 앞에서 버젓이 불법유턴을 한 것이었습니다. 평소에 그 장소에서 불법 유턴을 하는 차들 때문에 불편을 겪어온 필자는 ‘드디어 정통으로 걸렸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사태의 추이를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경찰차의 태도는 뜻밖이었습니다. 법규를 위반한 차를, 그것도 자신들의 눈앞에서 보란 듯이 위반을 했는데도 마치 내 일이 아니라는 듯이 그냥 쳐다만 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경찰 앞에서 불법 유턴을 한 차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유유히 시야에서 멀어졌습니다.

   
‘도대체 저 경찰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무슨 생각으로 눈앞에서 벌어지는 불법행위를 그냥 방치해 버리는 걸까? 저 사람들은 자신이 경찰인 것을 잊고 있는 것인가? 혹시 무슨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단속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 별의별 생각을 다해봤습니다. 마음 속으로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싶었습니다. 경찰도 사람이니까 잠시 착각을 했을 수도 있을 거라든지 다른 업무를 위해 출동 중이었다든지 하는 식으로 애써 경찰 편에서 생각을 해보려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를 가정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미국에서 고속도로를 주행하다 모든 차들이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 전방에 사고가 났거나 경찰차가 나타났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미국의 도로에서 경찰의 권위는 상상 이상입니다. 작은 위반 하나라도 적발되면 그냥 넘어가는 일이 결코 없습니다. 가끔 과속 난폭 운전을 하는 차량을 엄청난 속도로 쫓아가는 경찰차를 볼 수 있었는데 세상 끝까지라도 쫓아갈 기세로 달립니다. 미국 생활 초기엔 ‘더 큰 사고가 날지도 모르는데 경찰이 저렇게까지 같이 과속을 하며 단속을 하는 것이 합당할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시스템에 예외를 하나 둘씩 인정하면 작은 구멍이 큰 댐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경찰에게 걸리면 빠져나갈 수 없다’는 인식을 그들은 고속도로에서 확실하게 심어주고 있었습니다.

업(業)의 본질(本質)에 대한 이야기를 최근에 많이 합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업의 본질을 꿰뚫어야 5년, 10년을 내다볼 수 있고 생존이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직업 역시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직업마다 그 업의 본질이 있을 것입니다. 경찰은 질서 유지를 통한 국민의 안녕을 위하는 것이 업의 본질일 것입니다. 경찰에게 귀중한 공권력을 부여한 것은 위험한 임무를 맡은 만큼 자신의 안위보다는 국민의 안위를 먼저 챙기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눈앞에서 법규를 위반하는 차를 그냥 보내는 경찰을 보며, “사람 좋네.”라고 칭찬할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요?

우리는 자랄 때 ‘내가 무엇을 하고 싶다’는 생각보다 ‘어떤 직업을 갖고 싶다’라는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장래 희망이 뭐니?”라는 질문에 “의사요.” “변호사요.” “군인이요.” 라고 씩씩하게 외쳤던 아이들이 이제 어른이 되어있습니다. 대부분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를 했고 그 보상으로 ‘출세’를 바랐습니다. 직업적 소명의식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가치로 인식되었습니다. 당연히 ‘업의 본질’에 대한 성찰이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의사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치료를 해주는 것이 업의 본질입니다. 환자의 고통을 헤아리고 정성을 다해 치료해 주고 싶은 마음이 있는 사람이 의사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주위를 보면 환자보다 돈을 더 사랑하는 의사들이 많아 보입니다. 스킨 케어를 해주는 피부과, 살 빼는 처방을 해주는 한의원을 보면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정체성에 혼란이 옵니다. 강남에 성형외과는 넘쳐나는데 공장에서 일하다 손가락이 잘리면 달려가서 봉합 수술을 받을 재건성형외과는 전국에 몇 곳이 없습니다. 재건성형수술은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수술의 난이도에 비해 의사의 수입이 매우 적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공부했으니 나는 돈 많이 벌어야 해.”라고 말한다면 “그렇게 하세요.”라고 말해줄 수밖에 없지만 요즘 의사들이 옛날처럼 존경받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 돈 때문일 거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변호사 역시 그 업의 본질이 퇴색된 지 오랩니다. 신문에 실리는 변호사 개업 인사는 초·중·고등학교에서 대학교에 이른 학연과 어느 지역 부장 검사를 역임했거나 부장 판사를 역임했다는 홍보를 합니다. 이러한 개업인사가 전관예우를 바라는 것처럼 비치는 것은 필자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물론 수십 년을 박봉을 받아가며 격무에 시달렸으니 그만한 보상을 받아야겠다면 살짝 마음이 흔들릴 수는 있습니다만 애초에 돈만 벌 생각이라면 명예로운 법관의 길을 걷지 말고 장사를 했어야 옳은 것 아닌가요?

얼마 전 장인어른의 상중에 정부 부처의 이사관으로 재직 중인 고등학교 동창이 조문을 왔습니다. 꽤 늦은 시간이었는데 방금 전까지 일하다 왔다고 말하는 친구의 입술은 반이나 터져 있었습니다. 조문을 온 친구에게 오히려 제가 위로를 해야 할 정도로 몰골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건강 잘 챙기면서 일해라. 너 그러다가 쓰러지면 큰일 난다.” 고 말하고 나서 “너 같은 친구가 장관이 돼야 하는데.”라는 덕담을 했더니 그 친구가 손사래를 치면서 하는 말이 “우리 마누라는 지금이라도 사표 쓰고 나와서 돈 벌라고 얘기한다.”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그 친구가 돈의 유혹을 이기지 못해 사표를 쓸 친구가 아닌 것을 굳게 믿고 있지만 고위직 공무원이 옷을 벗고 유관 기업이나 로펌에 스카우트되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일을 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것이 과연 ‘업의 본질’에 충실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른바 관피아의 일원이 되어 일신의 영달을 추구하는 것이 공무원의 ‘업의 본질’인가요?

제 3부라고 일컬어지는 언론은 어떻습니까? 이번 세월호 보도와 관련해서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고 합니다.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입니다. 출입처의 보도자료에 의존해서 리포트를 작성하던 습관에 젖어, 사실 확인은 뒷전으로 밀려나다 보니 세월호 침몰 초기에 정확하지 않은 보도가 많았던 것입니다. 권력을 견제하고 재난 상황에서 피해자와 그 가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보도윤리가 재난 초기에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언론의 ‘업의 본질’은 ‘사실보도’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어떤 이해관계와도 자유로워야 합니다. 그런데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정계에 진출하고 기업의 홍보담당자로 스카우트되는 기자들은 왜 이리도 많은 걸까요? 미꾸라지 몇 마리만 있어도 웅덩이는 흙탕물이 됩니다. 그리고 기자라는 신분을 다른 위치로 넘어가기 위한 교두보 정도로 생각하는 잠재적 미꾸라지들도 많아서 이런 흙탕물을 자체적으로 정화해 나가는 능력을 상실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는 ‘업의 본질’을 지켜내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들 덕에 우리 사회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업의 본질’을 지켜나가는 사람들이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나의 진심을 알아주겠지’라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다가도 변칙을 통해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을 보며 ‘내가 못나서 이 길을 계속 고집하는 거 아냐?’라는 회의가 들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돈이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 돼버린 세상’에서 직업적 윤리와 사회적 책임의식을 논하는 것은 신자유주의를 외치는 시대상황과 맞지 않다고 강변하며 직업적 일탈을 합리화하고 싶어집니다.

1:29:300의 법칙이라고 불리는 하인리히 법칙은 큰 재해와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사고의 비율이 1:29:300의 비율로 발생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불법 유턴은 사소한 위반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눈 앞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위반을 그대로 넘기는 횟수가 많아지면 틀림없이 사고를 불러 올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사고에도 바뀌는 것이 없다면 더 큰 사고를 불러올 것은 자명합니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얼마나 많은 불법과 부조리를 눈감아주며 살아왔습니까? 조그만 눈앞의 이익에 현혹되어 직업적 소명의식을 저버리는 일은 또 얼마나 많았습니까?

세월호의 침몰과 그 이후에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우리가 얼마나 잘못 살아왔나를 뼈저리게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이 땅에 살고 있는 어른은 크든 작든 간에 이 참혹한 사건에 책임이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떳떳할 수 없는 비극 앞에서 나만 옳다고 큰소리를 내는 것은 누워서 침을 뱉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매우 힘든 일이 되겠지만, 끊임없이 내가, 우리가 각기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를 돌아보며 내 직업의 소명과 사회적 책임이 어떤 것인지를 아프게 성찰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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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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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k (14.XXX.XXX.1)
한국인이 유난히 정에 약한 민족이라 불의를 보면서도 지연 ,학연등 또는 골치 아프다 눈 감아주는 것이 오늘 날 사회 곳곳에 문제투성인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가정 사회 이웃 등 불법과 불의를 볼 경우 신고의식이 높아질 때
조금씩 개선되거나 질서 의식도 향상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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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27 22:13:15
0 0
인내천 (183.XXX.XXX.46)
논지에 동의합니다
그래서 일찌기 공자께서도 나라의 근본은 먹을것과 군대와 신의라고 하셨는데 굳이 한 가지를 버려야 한다면 군대(치안)이고 다음이 먹을거리이며 맨 마지막까지 지켜야할 것은 신의라고 일갈하셨습니다!
신의가 무엇일까요?
바로 사회적인 계약이고 약속이고 본분이고 정의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가장 핵심인 신의가 무너졌습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국가의 안위를 위한 국정원은 오히려 국민을 사찰하고,간첩을 조작하고,선거에 개입하고,정상회담 대화록을 까발리며 정권의 충견 노릇을 하고 있는데도 수장은 무사합니다.

사회정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는 스스로 위법하면서 대선무효소송 법정 시한인 6개월을 두 배나 넘기면서 손 놓고 있습니다
입법,행정을 견제하는 검찰은 정권의 개가 되어 권력이 손가락질 하는 사람만 물고 있습니다

입법기관인 국회는 세월호의 참사 뒤에 숨어서 온갖 악법(TPP협정,철도민영화,노령연금복지,의료민영화 등)을 날치기하고 있습니다

행정의 수반인 대통령은 제1수출국인 중국을 적으로 돌리는 한미일국방안보협정과 일본의 지역적방위를 추진,인정하면서 제2의 을사늑약(우리의 허락 없이 주한 미군이나 우리가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지 군대를 파견할 수 있음,이미 지금도 국민 몰래 한일 해군은 연합훈련을 하고 있으며 이번 세월호 사고 지역에서도 15일부터 18일까지 한미일해군의 독수리연합훈련이 있었음)을 추진하고 있고,우리에겐 무용지물이지만 일본 오끼나와와 괌의 미군과 일본을 지키는데 유용한 미국의 MD체계에 편입하여 막대한 국고를 탕진시키려 합니다. 안보라는 미명하에,

제 4권력인 언론은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 국민의 눈과 귀를 막고 댓글과 개표기 조작으로 대통령을 훔친 박근혜씨의 홍보기관으로 전락했습니다.

이렇게 사회적 계약이 지켜지지 않는데,약속을 헌신짝처럼 버리는데,본분을 버리는데,이렇게 사회가 불의한데 세월호 선장만 독야청청해얍니까?
천안함의 장병이 46명이나 희생되었는데도 누구하나 처벌은 커녕 진급하는데 선장이라고 겁날께 있겠습니까?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에서 20초 동안이나 촬영하고 군 부대가 다 찍혔는데도 아무도 처벌 받지 않고 떨어진 3대의 무인기가 북한게 맞다는 발표만으로 땡입니까?
선장을 위한 변명이 아니라 이번 세월호 사건은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얘깁니다!
세월호는 대한민국이고 선장은 박근혜이고 가만 있으라는 안내방송은 조중동이고 얌전히 가만히 있다 희생된 학생들은 국민이라고 SNS상에선 널리 회자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불의한 사회를 향해 침묵하며 코 앞만 쳐다보고 살았던 우리 모두가 공범입니다!
이제 3가지중 하나를 선택해야 합니다
가만히 있다가 죽든가
조국을 떠나든가
싸우든가
저는 3번째 사회불의와 싸우는 쪽을 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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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5-09 06:59:08
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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