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일요일 아침에 방영하는 ‘뽀빠이가 간다’를 애청하고 있습니다.

가끔 잊어먹으면 부엌일을 하던 아내가 소리치기도 한답니다. 방영 시작했으니 빨리 와 보라고. 그러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총알같이 달려가 같이 봅니다.

요즘 젊은 커플들은 시와 때를 가리지 않고 애정표현을 과감히 하지만 이 프로에 등장하는 분들은 상상도 못할 일일 것입니다. 오늘도 하나같이 사랑한다는 언어에 익숙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 짓궂은 뽀빠이가 사랑한다고 한번 해보라고 하면 처음에 주저하다가 여한이 있어서인지 용감하게 사랑한다고 외칩니다. 그리곤 말한 본인은 쑥스런 표정이고 보는 이들은 박장대소, 한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지금도 이 나이의 부부가 평소 사용하는 언어는, 일찍 고등교육을 받아 서구문화에 익숙해진 경우를 제외하곤 마찬가지이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사랑한다는 말 대신 “애 썼어”, “수고 했어”, “당신 참 예뻐” 등 간접적인 표현에 익숙합니다.
결국 그런 표현이 사랑한다는 말과 동일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어쩜 사랑한다는 단일표현보다는 다양하다고나 할까요?

오늘 3번째 부인과 함께 나온 노부부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첫 부인과 사별하고 맞이한 2번째 부인은 집 재산을 빼돌려 바로 헤어지고 지금의 부인을 61세에 만나 15년을 함께 살았답니다.
3살 연상의 부인에게 재혼하면서 무엇을 요구하였는가라는 뽀빠이의 질문에 대한 답이 퍽이나 인상적이었습니다.
첫 번째 닭 3마리, 뽀빠이가 놀라면서 “하루 3마리?” 하고 물으니 아니 한 달에 3마리랍니다. 한바탕 웃음판이 벌어졌습니다.
두 번째 돼지고기 5근
세 번째 3일에 담배 1갑

아마 지금 재혼하려는 분들이 들으면 기상천외의 답에 당황하고 의아해 하고 그 까짓것 할 것이 분명합니다. 그러나 표정으로 봐 거짓말은 아닐 것 같았고 어쩜 웃으려고 약간 부풀리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답니다. 이 얼마나 단순하고 작은 것에 만족하려는 마음입니까! 우리는 여기에서 하나의 교훈을 얻어야 할 것입니다.
* 남편은 성실히 약속을 이행했고 시골사정을 잘 아는 부인은 몇 달 후 그만 두라고 하였다합니다.

바다는 메워도 인간의 마음, 욕망은 채울 수 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 부인의 소박한 바람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요? 삶이란 그렇게 힘들거나 어렵지만 않다는 것을 가슴에 담아야 할 것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물질만능 풍조가 팽배하는 세태에선 더 더욱 소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물질과 행복은 비례하지 않는다고 말은 하면서도 하는 행동은 허례허식에 젖어 남을 의식하여 지나친 물질을 소비하면서 자기과시 내지 자기만족에 빠져있다고 봅니다. 물론 경제적 측면에서 어느 정도의 소비는 필수이긴 하지만.

가진 것은 별로 없어도 웃음을 잃지 않고 긍정적인 삶을 영위하는 것이 행복한 인생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편의 짧은 영상물을 통하여 더욱 공고히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 글쓴이 이상대님은 경북 영주태생으로 육군장교 출신의 농업인입니다. 1989년부터 15년간 전북 무주의 산간오지에서 혼자 염소, 닭 등 가축을 방목 사육하다가 개인사정으로 정리하고 뒤늦게 컴퓨터를 배워 포토샵과 연관하여 디카의 유용성을 알게 되어 이 공부를 재미나게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