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칼럼 | 게스트칼럼
     
인생은 공평하지 않다
양광모 2015년 01월 19일 (월) 00:52:02
빌 게이츠가 고등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이야기한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는 10가지 조언은 1996년 9월 19일, 미국 교육자 찰스 시키즈(Charles J. Sykes)가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Some rules kids won't learn in school)’이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기고한 글입니다. 여기에 나오는 첫 번째 조언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생이란 공평하지 않다. 그 사실을 받아들여라(Life is not fair; get used to it.).”

찰스 시키즈의 말처럼 인생이란 공평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빌 게이츠의 인생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는 명문가의 자손으로 태어났으며 20대의 나이에 마이크로 소프트를 설립하였습니다. 그리곤 별다른 실패나 역경 없이 무려 560억 달러가 넘는 재산을 보유한 세계 최고의 부자가 되었죠. 이처럼 인생은 공평하지 않으며, 오히려 매우 불공평합니다.

만약 당신이 20,30대의 나이라면 이런 사실에 분노하거나 잡다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일도 자연스러울 것입니다. 그렇지만 불혹과 지천명의 나이에 접어들었다면 인생이 불공평하다는 사실쯤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오히려 다음과 같은 말에서 삶의 지혜를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슬픈 일이 닥칠 때마다 ‘오 하필이면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 것일까?’라고 말하지만 기쁜 일이 일어났을 때도 똑같은 질문을 하지 않는 한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2002년 6월 3일, 나는 야심만만한 꿈과 원대한 포부를 품고 출마한 지방선거에서 낙선하고 말았습니다. 이로 인한 후유증은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 없었죠.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려니와 사람에 대한 불신으로 대인기피증이 생겼고, 인생과 세상의 불공평을 원망하며 매일 밤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자나 깨나 내 머릿속에 맴도는 생각은 ‘왜 하필이면 나에게 이런 불운이 찾아온 것일까?’라는 의문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랜 친구 한 명이 전화를 걸어와 자신과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하였습니다. 아무런 대책이 없던 나는 강남역 인근 사무실로 출근하였고 리모델링이 진행 중이던 한 대형빌딩의 상가와 오피스텔을 분양하는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부동산경기가 가라앉아 있던 시기라 그리 밝은 전망은 아니었는데 며칠 후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일어났습니다. 점심시간 무렵, 한 중년 남성이 사무실로 들어오더니 건물 한 층 전체를 분양받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곤 2개월 후,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마침내 정식으로 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대략 70억원이 넘는 분양금액이었기 때문에 나에게도 ‘억’에 가까운 돈이 인센티브로 지급되었습니다. 정말 이 당시의 나로서는 하늘의 도움과 같은 천만다행스런 일이었습니다. 선거 출마를 위해 대출을 받았고, 여기저기 주변 사람들에게 급전을 빌렸기 때문에 금전적인 어려움이 심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계약 덕분에 여기저기 채무를 정리할 수 있었고, 모처럼 삶의 여유를 되찾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내 머릿속에 ‘왜 하필이면 이런 행운이 나에게 찾아온 것일까?’라는 질문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내가 기울인 노력의 결실, 또는 그동안의 불운한 삶에 대한 보상처럼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는 공평하지 못한 태도였습니다. 인생에서 행운이 찾아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면, 불운 또한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행운이 찾아오는 것을 불평하지 않는다면, 불운이 찾아오는 것에 대해서도 불평할 자격이 없다는 사실을 훗날에서야 나는 깨닫게 되었습니다.

독일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1877~1962)는 《수레바퀴 밑에서》,《데미안》,《유리알유희》등의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청소년기는 대표적인 질풍노도의 시기였죠. 정신적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신학교를 뛰쳐나왔고, 15세 때는 실연의 아픔으로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이후 신경쇠약으로 정신요양원에 입원했으며, 결국 고등학교를 중퇴한 후 시계부품 공장 견습공과 서점 점원을 전전하였습니다. 다행히 30대 무렵에는 문학적 성취를 이루며 큰 명성을 얻게 되죠.

그렇지만 40세가 되던 1916년부터는 아버지의 죽음, 막내아들의 중병, 아내의 정신병 악화와 입원, 아내와의 이혼, 재혼과 두 번째 이혼, 자신의 신병(身病) 등 수많은 고통과 불행을 겪어야 했습니다. 이 당시 헤세가 쓴 대표적인 작품이 ‘새는 알에서 깨어나기 위해 투쟁한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리지 않으면 안 된다’는 문장으로 유명한 《데미안 Demian》입니다. 194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작가로서 최고의 명예를 차지한 헤세, 그는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삶이 밝을 때도 어두울 때도, 나는 결코 인생을 욕하지 않겠다.”

인생을 살다보면 생각지 못했던 불운과 불행, 슬픔이 찾아옵니다. 정반대로 기대하지 않았던 행운과 행복, 기쁨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어느 경우든 우리는 공평하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불운이라고 해서 불평할 수 없으며, 행운이라고 해서 당연한 것으로 치부할 수도 없습니다. 삶이 밝을 때나 어두울 때나 결코 인생을 욕하지 않으며 그저 담대하게 나의 길을 걸어가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며 깨뜨려야 할 또 하나의 알이요, 세계일 것입니다. 지금 “인생은 공평해야 한다.”는 알에서 깨어나세요. 마지막으로 제가 좋아하는 말 하나 덧붙여 놓습니다. 자주 막막하고 이따금 먹먹해도 늘 묵묵하게.

시인 작가. 경희대 국문과 졸. SK텔레콤 노조위원장, 한국기업교육협회장, 청경장학회장 역임. 2010년 한국HRD 명강사대상 수상. 시집 <나는 왜 수평으로 떨어지는가>, <한 번은 시처럼 살아야 한다>, <그대 가슴에 별이 있는가>, <내 사랑은 가끔 목 놓아 운다>, <썰물도 없는 슬픔>. 인생지침서 <비상> 등 출간.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1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양광모 (122.XXX.XXX.29)
오마리 선생님, 반갑습니다. 칼럼도 감사히 잘 읽고 있습니다. 늘 행복하십시요.
답변달기
2015-01-24 10:04:11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