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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J”의 1박 2일
김양수 2007년 10월 04일 (목) 10:45:58
서늘한 바람도 싱그러운 10월 중순 어느 날 아침 미스터 J는 신명이 났습니다.
아버지 고향이기도한 제주도 여행길을 늘 그리다가 마침내 약혼자와 단 둘이서 1박 2일의 일정을 시작하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여행 일정이 잡히자 이미 신분 카드 하나로 제주도 방문에 따른 모든 절차가 자동으로 체크가 돼 있어서 평소 스피드를 즐기던 오픈카에 간단한 소지품만을 챙기면 그만입니다.

전라남도 완도항, 어림잡아 300여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으로 진입하자 차량번호를 인식한 차단기가 자동 입장을 유도하면서 19번 주차장을 배정해 줬습니다. 주차장에는 “당신의 현수교 진입 순서는 12분후 은색 왜건 차량번호 000 다음입니다“라는 전광판 글씨와 음성 안내가 동시에 이뤄집니다.

차량에 부착된 지리정보 시스템이 데이터 전송망을 통해 곧 출발을 앞 둔 제주도의 지리, 특산물, 관광지 진입 등의 필요한 정보가 자동으로 가시화되는 것을 확인만 하면 됩니다.
제공 되는 정보들을 일별 하는 사이 “빨간색 오픈 카를 이용하시는 J 님께서는 좌회전 진입로로 이동 하십시오, 은색 왜건과는 5미터 간격을 유지하셔야 합니다“ 라는 낭랑한 목소리의 지시가 여행길의 편안함을 보장 해 줍니다.

시동을 걸고 엑셀레이터를 지긋이 밟으면서 앞차와 간격을 어림하는 동안 차량은 주차장 경계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부교를 건너 현수교 아치를 지나기 시작 합니다.
“당신의 제주도 방문을 환영합니다.”
“당신은 지금부터 주행속도 시속 100 킬로미터를 지켜야 합니다.”
“당신이 방문하는 제주도까지는 총 연장 109킬로미터 65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지시에 따라 차량은 바다로 향해 거침없이 이어진 다리 안으로 미끄러지듯이 스며듭니다.

한려수도 중간에서 바다 가운데로 뻗어나간 현수교 난간이 주마등처럼 스치고 올망졸망한 섬을 끼고 출렁거림도 없는 현수교는 노화도 건너 넘실거리는 파도를 타고 고산 윤선도가 칩거 했던 보길도에서 추자도로 이어집니다. 한 점 거리낌 없는 4차선 도로가 일반 고속도로 보다 더 쾌적한 승차감을 안겨 줍니다.

차량중량 4 톤 이하로 제한된 도로를 일정한 간격을 두고 교차하는데 거칠 것 없습니다.

주행 속도를 재확인하면서 바닷바람에 밀려드는 오존 내음으로 온 몸이 헹궈지는 기분을 만끽하는 사이 현수교가 끝나는 곳 중간 기착지로 휴게 시설이 마련된 추자도에 이릅니다. 가을빛으로 넉넉한 추자도는 뉘엿해지는 햇살을 받아 찬란한 금빛을 부챗살처럼 펼치는 파도가 섬 자락을 간질이며 흥얼거리는 아이들처럼 한가롭습니다.


추자도에 머문 10여분 , 가을초입 서늘한 갯바람에 동행이 여간 즐겁지 않은지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약혼자가 청한 커피 한 모금에 여행의 기분이 사뭇 고조를 느끼기도 잠시, “지금부터 제주도 까지 해저 400미터를 관통하는 터널로 이어집니다”라는 지시를 따라서 터널로 진입하자 상큼한 터널 천장에는 차량 운행 요령이 명료하게 제시됩니다.


조금 느닷없어 보이지만 2030년 가을쯤을 겨냥해 해상교량과 해저 터널을 이용한 여행의 패턴을 구성 해 본 것은 20여년 뒤 완도와 제주도를 잇는 왕복 4 차선 해저터널 건설이 구체화된 때문입니다.


전라남도와 제주도 도지사가 공동으로 발표한 연육 구상에 따르면 공사비 24조원을 투입해 완도에서 보길도까지 36Km는 현수교로, 보길도에서 추자도를 거쳐 제주도까지 73Km는 해저터널을 건설한다는 구상이 정부 최종 검토 과정만 남겨 놓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주도가 연육의 꿈을 이뤄 육로여행이 가능해진다는 것은 천지개벽이라 하겠지요. 한반도의 연장이 남해안에서 제주도까지 길어지면 모든 면에서 큰 변화가 예상은 되지만 망망대해 바람 타는 섬 제주도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설 것인지 예측이 쉽지 않습니다. 어쨌든 미스터 “J”와 같은 1박 2일 여행이 일상적인 일로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김양수 : 현재 JIBS(제주방송)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1978년 KBS에 입사한 후 보도본부 문화부차장, 제주총국 보도국장, 제작 부주간, 시사보도팀장을 역임했다.1990년 시인으로 등단했으며 ‘바람도 휴식이 그리울 것이다’ 등 4권의 시집을 냈고 국제펜클럽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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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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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 (116.XXX.XXX.223)
아직은 피루로 느껴지지 않지만 어느 날엔가는 정말 이렇게 되겠죠.
차를 타고 터널을 지나 제주도로 가는 날이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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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5 12: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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