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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반칙, 호주 '옐로 카드'
신아연 2015년 02월 06일 (금) 03:31:37
“화끈하게 지는 것보다 구질구질하게 이기는 게 낫잖아, 어제 경기 말이야...”

지난 1월 31일 토요일 저녁, ‘2015 호주 아시안 컵’ 결승에서 한국이 진 것에 통탄하며 길을 지나는 두 젊은 남녀의 대화입니다. 워낙 축구에 관심이 없는 데다 마침 같은 시간에 조촐하고 아담한 한 음악 명상회에 초대를 받아 갔더랬습니다. ‘그날의 축구’를 못 봤다는 뜻입니다.

경기가 도대체 어떻게 펼쳐졌길래, 어떤 아쉬움과 ‘뒤끝’이 있었길래 저런 구차한 표현까지 쓰면서 안타까워할까 궁금했습니다. ‘화끈하게 지는 것’은 뭐며, ‘구질구질하게 이기는 것’은 또 어떤 것인지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결과에 깨끗하게 승복하기보다 반칙을 해서라도 이겼어야 한다는 뜻일까, 더구나 젊은 사람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온다는 것이 혼란스럽고 약간 무섭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축구에 관한 얘기가 아닌데 공연히 제가 착각한 건지도 모릅니다. 가령 어떤 말 끝에 곧바로 축구 이야기가 이어진 걸 지나가던 제가 그 말을 경기 결과에 대한 소감으로 오해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찌됐건 한 편의 구호 같은, 표어 같았던 그 표현에 저는 지금껏 ‘꽂혀’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 사회와 현 세태를 극명하게, 상징적으로 함의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런 말이 공공연히 돌아다니는지 인터넷 검색까지 해 봤습니다.

과정이야 '구질스러워도' 결과만 좋으면 그만이라니… 살다 보면 구질구질해질 때가 있습니다. 매사 당당하고 의연하고 떳떳할 수 있다면야 ‘당근’ ‘폼’나겠지만, 때로는 졸렬, 용렬해지는 순간도 있지 않습니까, 아니 '있는 정도'가 아니라 다반사지요, 속된 말로 ‘스타일 구기는’. 하지만 그것 역시도 인생의 한 변주 아닌가요.

문제는 그런 구질구질한 상황이 내 쪽의 승리로 결론이 났을 때 십중팔구 요즘 유행하는 ‘말짝’으루다 ‘갑질’을 하기 쉽다는 거지요. 구질구질하게 이긴 것을 ‘캄푸라치’하기 위해서, 측근의 질투나 혹은 정의의 이름으로 폭로나 망신을 당할까 보아 철저히 ‘갑질’로 무장해야 할 필요가 있는 거지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조리한 현상에 ‘갑질 덤터기’를 씌우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쨌거나 호주와 축구를 한 다음 날 그런 말을 들었으니 호주 이야기를 좀 하겠습니다. 백호주의가 폐지된 이후 호주는 250개가 넘는 나라의 이민자들로 구성된, 흩어진 퍼즐 조각처럼 각양각색, 천차만별의 가치관과 관념과 의식과 문화를 가진 ‘인종 박물국’으로 변모했습니다.

졸지에 지구촌 모델 하우스 내지는 축소판이 된 나라, 어지러이 각기 따로 노는 퍼즐 조각을 ‘섬대륙’이라는 거대한 퍼즐 판에 끼워맞춰야 하는 난제에 순간순간 봉착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와 같은 '퍼즐 국가'의 존립과 정체성의 핵심 근간은 ‘fair and justice’입니다.

‘fair and justice’가 ‘기준!’을 외치면 지구촌에서 모여 든 각종 인종과 민족이 그때그때 ‘헤쳐, 모여’를 하는 것입니다. 신자유주의 경향으로 지금은 상당히 오염되었지만 호주에서는 “fair 하지 않다”는 말을 듣는 것이 가장 치욕적이며 모욕적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갈등과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될 때 “not fair!” 라고 외치는 순간 ‘꼬랑지를 내리는’ 모습을 지난 21년간 호주에 살면서 여러 번 경험했습니다. 저는 이른바 ‘정의 사회’의 시민이었던 것입니다.

탐욕 자본주의로 인해 퇴색되고 빛 바랬다 할지라도 ‘fair and justice’는 여전히 가슴을 울렁이게 하는 호주의 통치 이념입니다. 이념은 이념일 뿐이라 해도 이념이 존재하는 것과 존재하지 않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인간 정신은 비록 제한적일지라도 관념과 이념으로 빚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갑’은 있을지언정(당연한 거 아닌가요? ‘갑을’은 관계나 계약의 용어이니) ‘갑질’은 없는 사회, ‘갑질’을 맞닥뜨리는 순간, ‘not fair’라는 ‘옐로카드’를 코앞에 들이밀 수 있는 사회에서는 화끈하게 질 일도, 구질구질하게 이길 필요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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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1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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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우스 (112.XXX.XXX.157)
호주선수들이 거칠게 경기를 한건 사실이지만, 그것이 그들의 투박한 운동문화가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럭비라든가 그들이 즐기는 구기종목이 대부분 위험할정도로 거칠거든요. 그런종목에 비하면 축구는 신사적인 운동인데... 아직 그들에게 뿌리가 내려지지않은것 같은 느낌입니다. 사실 우리의 축구가 너무 신사들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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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6 22:2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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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옥 (39.XXX.XXX.180)
갑은 당연히 있지만 갑질은"not fair!”인 사회라면
을도 을의 당연한 도리를 다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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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6 21:4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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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12.XXX.XXX.157)
각자 역할 가운데 fair 한 것, 그것이 되야 하는데..

아니면 정말 곤란하지요. 그렇게 되면 오만과 비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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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7 10: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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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광 (220.XXX.XXX.98)
슈틸리케 감독의 '늪축구'를 이해해야 그 뜻을 알 수 있어요!!하지만 늪축구가 절대 구질구질한 승리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나름 감독들의 머리 굴리기 싸움이지요. 결국 노련하고 영리한 슈틸리케 감독이 이긴거고 그건 또한 '정도를 따르신 결과였다고 생각되죠! 더티 플레이나 반칙은 절대 없었거든요! 바야흐로 축구도 머리가 좋아야 이기는 시대가 된거죠~옛날 말 그른 것 없어요. '머리 나쁘면 손 발이 고생한다자나요 ㅎㅎ' 지금 인생 고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좀 더 현명하게 머리 좀 돌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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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6 20: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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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12.XXX.XXX.157)
늪축구라... 물귀신 작전 같은 건가요?^^ 축구에 대해 전혀 모르니, 더구나 그날 경기를 본 것도 아니니... 맞는 말씀으로 '믿슙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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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7 10: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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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욘 늑대 (203.XXX.XXX.178)
축구시합이 있던날에 제가 중간자리정도에 있었는데... 아무튼 호주응원단들때문에 기가눌렸었어요. 거기서 느끼기에는 응원나온 사람들의 비율이 1:9 정도랄까요. 그래도 "대~한민국"을 외치기는 했지만 바위에 계란던지기 같더라구요. 우리 선수들이 지기는했지만 잘했고 박수보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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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6 17: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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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식 (112.XXX.XXX.157)
맞아요,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은 더 존경을 받아야 합니다. 1등도 2,3등이 없으면 가치도 없고, 재미도 없지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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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6 11:3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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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화 (112.XXX.XXX.157)
사람이란 참 희한합니다.
자기에게는 관대하죠.
모든 것이 다 부족하니 진 것인데...
'멋진 패배'라니!
그런 거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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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6 10: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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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광 (220.XXX.XXX.98)
과거 열대 강국 사이에서 항상 눈치 보며 큰 소리 한 번 못치고 살아 온 우리 민족에게 그런 것이 가능했겠나요? 하지만 현재 여전히 그것이 불가능 하다면 그것은 우매한 우리 국민 탓이지 누굴 탓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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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6 20:4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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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12.XXX.XXX.157)
반드시 좋아집니다. 그러기에 진통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아예 불가능하다면 무감각이겠지요. 다만 손가락이 남으로만 향하고 있는 것, 그것이 걸림돌입니다. 각자의 마음부터 돌아보는 것이 선행된다면 한꺼번에 확 좋아질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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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7 10: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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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12.XXX.XXX.157)
저도 동감, 동감입니다.^^

문제는 실천이지요, 호주는 다른 건 몰라도 정치권이 그나마 깨끗한 편입니다. 정권 다툼이야 위정자의 본질이자 생리이지만 우리 같은 방식은 아니지요. 원칙이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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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7 10:2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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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석 (112.XXX.XXX.157)
요즘 사회는 정도를 가기위한 노력은 찾아보기 힘들어지는것 같고 "구질 구질"하게라도 목적 달성만 하면 되는 비굴한것이 당당해지는 사회로 변화되어지는것 같아 슬퍼집니다. 민주화를 이루기위해 목숨 걸었던 시대의 사람들은 요즘 사회를 어떤 시각으로 봐야되는지 헷갈리며, 복음을 외치던 사람들중 대형교회를 이룩한 목회자들은 변질되어있고.... 새바람이 불어야할때입니다. 맑고 깨끗한 바람을 원하는 사람이 오히려 한심하게 비쳐지는 시대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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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6 08: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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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오 길기백 (112.XXX.XXX.213)
‘not fair’라는 ‘옐로카드’를 코앞에 들이밀 수 있는 사회! 아주 중요한 사회 기본질서 유지 원칙이 유지되는 사회로군요!
요즘 우리 사회가 위 아래 좌 우 구분 없이 원칙과 기준이 모호한 현상이 미래지향적 지속발전에 치명적인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창조경제정부의 대선공약 지키지 못할 공약이었다는 대국민 사과, 무차별 무상복지 선심으로 표를 구걸하다가 꽁지 내리는 모습, 대안도 없으면서 인기영합적 포퓰리즘으로 진실과 거짓이 일정기간동안은 오리무중으로 명확하게 식별되지 않는 사회, 사후약방문의 뒷북행정 사회, 누구하나 명쾌한 해답 묘책 하나 없이 제몫지키기에만 혈안이 된 극한 갈등 만연사회.
21세기 국운융성기 평화통일 민족웅비 세계평화 상생화합의 시대를 열어야 할 새 역사창조의 역사적 사명을 다 함께 상기해야 할 시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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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6 08:3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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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112.XXX.XXX.157)
문제는 기대심리 같기도 합니다. 뭐랄까, 우리는 비정상적으로 외형, 물질 성장에만 치우쳐 왔지 않습니까. 사람으로치면 조로증같은. 몸은 어른인데 정신적 성숙은 이뤄지지 않은 어린아이같은.

그런 진통인 것 같습니다. 몸이 너무 일찍 커버려서, 실제는 아이인데 자꾸 어른 노릇을 하라고 요구하니 당연히 안 되는 거지요. 서서히 서서히 성장할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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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7 10: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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