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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11월을 생각한다면
이동식 2007년 10월 06일 (토) 09:24:52

가짜 박사학위로 대학교수가 됐고 비엔날레 감독까지 올라갔던 한 여성이 일으킨 파문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를 아직 아무도 모른다. 당초 가짜 학위를 만들 수밖에 없는,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가 문제의 핵심인 것 같다가 어느덧 한 여성과 한 중년 남성의 스캔들에다가 여기에 얽힌 권력형 비리 쪽으로 틀어진 느낌이다.

애당초 이 사건이 학벌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 때문에 생긴 것이라기보다는 한 개인의 야심이 학력위조와 권력동원의혹의 측면이 강했던 만큼, 우리 사회의 관심의 초점이 돌아간 것에 대해서 그리 애석해 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모처럼 일기 시작한 학벌문제에 대한 관심은 그 불씨를 계속 살려나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곧 ‘잔인한 11월’이 오기 때문이다.

왜 11월이 잔인한가? 잔인한 달은 4월이 아닌가?

그렇다. 우리가 잘 아는 대로 T.S. 엘리어트의 시 「황무지」에서 규정한 대로 4월이 잔인한 달이지만 수험생들에게는 수능시험이 치러지는 11월이 잔인한 달이란다. 수능시험을 위해 일 년, 아니 몇 년 가슴을 졸이고 밤잠을 못자는 것은 그렇다고 치고, 성적이 나쁘다고 자살하는 수험생들까지 있지 않은가? 그것을 자살하는 개인의 나약함에만 돌릴 수 없는 것은, 그 바탕에 우리 사회를 뒤에서 지배하는 ‘학벌’이란 그림자가 엄연히 있기 때문임은 당연하다.
명문대에 들어가지 못하면 마치 인생이 끝나는 듯이 주위로부터 부지불식간에 강요받고, 그러다가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11월에 우리는 잔인한 소식을 가끔 접하고 망연자실하게 된다.

우리 사회의 학벌문제를 파헤친 책으로 유명한 「한국의 학벌, 또 하나의 카스트인가」(김동훈, 책세상. 2001)는 학벌이 우리 사회의 일부분, 즉 교육에만 국한되는 범주가 아니고, 사회학적으로는 변형된 신분제적 가치와 원리가 지배하는 사회, 정치학적으로는 사회적 권력의 배분이 학벌이라는 네트워크에 의해 파당적으로 분배되는 붕당적 사회, 경제학적으로는 한 사회가 생산해내는 부와 권력을 소수의 학벌집단이 독점으로 차지하는 독과점사회, 문화적으로는 학벌이라는 집단적 편견이 개인의 인간관계의 형성, 결혼, 취업, 자긍심 등 일상의 모든 영역에 파고들어 문화적 심리적 갈등을 빚어내는 갈등사회를 뜻한다고 정의한다.

그렇게 구체적이고 거창한 사회구조적 문제를 들지 않더라도 가장 가깝게는 학벌이라는 구조가 만들어내는 학생의 면면이 창의력을 상실하고 이미 출제된 문제에 대한 기계적인 모범답을 산출하는 답안기기로 만든다고 원로 물리학자인 김정욱 고등과학원 명예교수가 우려한다.

최근 '사이언스 타임스'에 실린 대담에서 교사들이 모든 걸 만들어 제공하고, 그 제공한 것을 그저 암기하듯이 외워 좋은 성적을 받은 인재들이 모여든 곳이 서울대학이라면 우리나라 미래에 별 희망을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대학은 전문적인 학문이 시작되는 곳이고 과학을 비롯한 학문의 본질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내는 데 있는데, 주입과 베끼기 식의 교육은 모방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것은 결국 창의성 있는(creative) 인재를 키울 수 없다는 이야기라고 단언한다.

더구나 서울대가 학문의 출발점이 아니라 목적지로 전락했다는 사실이 더 큰 문제라고 말한다. 간판으로서의 서울대학, 거기에 최고의 인재들이 한꺼번에 모여 획일적이고 주입식 교육을 받는다면 훌륭한 과학이 탄생할 수 없다고 말한다. 결국은 우리 사회가 최근 점점 정체되어 발전이 이뤄지지 않으며, 외국에서 모든 것을 빌려오고 베껴오는 바람에 지식종속이 심화되고 있는 이 현상의 근본에 학벌사회가 있다는 얘기가 된다.

문제는 이러한 학벌의 폐해를 시정하는 방법이 마땅치 않고 국민적인 합의를 이루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앞에서 인용한 김동훈은 가장 이상적인 방법으로 제시되는 서울대 폐교론은 실현불가능하다고 진단하고, 먼저 대학서열을 완화, 철폐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시급한 제도적 과제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서 대학평준화론, 국립대의 민영화를 통한 사립대와의 차별해소, 인제지역할당제 시행을 통한 비수도권 지역의 대학들에 대한 획기적 배려 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학벌체제의 기둥인 대학입시제도를 전면적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현재의 전국 단위 국가관리 입시제도를 즉각 철폐할 것, 대학 스스로가 다양하고 총체적인 접근에 의한 교육적 선발을 해나갈 것, 입학절차를 비공개로 하여 대학과 학생 간의 관계를 사적인 계약관계로 머물게 할 것 등이 그 제안들이다.

그러면서 김동훈은 다음과 같이 구체적인 의식개혁운동도 제안한다.
하나, 학벌을 묻지 않고 밝히지도 않는 관행을 정착시키자.
둘, 학벌 관념을 조장하는 언론과의 싸움을 치열하게 전개해나가자.
셋, 학벌을 차별하는 기업들을 고발하자.
넷, 대학 특히 명문대의 학벌조장 행위를 집중 고발하자.
다섯, 고등학교의 반교육적 입시지도를 지속적으로 고발하자.
여섯, 고등학교 학생들의 목소리를 끌어내자.
일곱, 사교육 시장의 학벌 관념 조장행위에 제동을 걸자'

이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이 방법이 과연 학벌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인가? 여러 가지 회의적인 생각이나 반대의견도 있겠지만 당장에 묘수가 없는 상황에서 이 처방에 귀를 기울여볼 만 하다고 하겠다. 그리고 신정아 사건이 스캔들이나 권력형 비리문제로 완전히 틀어지기 전에 우리들이 잔인한 11월을 앞두고 다시 한번 우리 사회의 학벌문제와 그 해결책에 대해서 같이 고민해야 할 것이란 생각이다.
lds@kbs.co.kr

이동식 : 현재 KBS 부산방송 총국장.
30년간 KBS 방송기자로 일했다. 베이징특파원 과학부장 국제부장을 거쳐 런던지국장 보도제작국장 등을 역임했다.
1980년대 백남준 윤이상 등을 소재로 한 인물 다큐와 ‘실크로드를 달린다’ 등 기행 다큐를 다수 제작했다.
저서로 ‘천안문을 열고 보니’ (1996) ‘청명한 숨쉬기’(2006)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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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6 14:4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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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미 (121.XXX.XXX.234)
실무능력과 성취보다 인맥중시와 조직적부패,밥통지키기연대작전,남의 아이디어베끼면서 사장시키기...문화계 정계제계 사회전반에 만연한 한국인의 총체적인 고질병과 천박한 사회가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가 신정아사건입니다.보도하는 일부언론들도 자격미달입니다요.
인재는 죽이고 갖가지 연줄에 줄 탄 피라미새끼들만 난리법통인 나라 한국!구역질 난다!초등교육부터 대학교육까지 다 문제있는데 뭐가 문제인지조차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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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0-06 11: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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