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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 맥스(Mad Max) 트라우마
박상도 2015년 05월 14일 (목) 03:07:05
1981년에 미국에서 개봉한 매드 맥스(Mad Max) 2는 잔혹한 폭력 장면 때문에 국내에서는 상영이 한동안 금지되었던 영화입니다. 당시 비디오로 영화를 접했던 필자는 등장 인물들의 기괴한 복장과 아무렇지도 않게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을 보며 큰 충격에 빠졌던 기억이 있습니다. 영화를 보다 역겨운 느낌이 들어 도저히 끝까지 볼 수가 없었습니다. 영화에서 악당이 사막 한가운데서 한 여성을 강간하고 나서 석궁으로 쏴서 죽이는 장면은 아직도 필자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성공을 거둬서 시리즈로 세 편까지 제작되었고 무명의 멜 깁슨을 스타의 반열에 오르게 해주고, 호주 출신의 조지 밀러 감독 역시 주목받는 인물이 됩니다.

1985년 개봉된 3편이 개봉된 후 30년이 지난 오늘, 매드 맥스 4편이 개봉된다고 합니다. B급 액션 영화였지만 과거 이 영화에서 보여준 새로운 시도, 그중에서도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액션에 열광했던 팬들은 오늘 개봉하는 4편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듯합니다. 이러한 관심 덕에 인터넷에는 과거 1,2,3편의 주요 장면들이 심심찮게 떠돌아 다니고 있습니다. 최근에 인터넷에서 과거 1,2,3편의 주요 장면들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세월이 많이 흐른 탓인지 아니면 영화와 현실 세계의 폭력에 길들어진 탓인지 그렇게 낯설었던 폭력 장면이 처음 봤을 때만큼 충격적이지 않았습니다. 화살로 쏘아서 죽이고 손가락이 잘리고 머리에 부메랑이 박혀서 죽는 장면이 여전히 잔인하긴 해도 워낙 그런 영화들을 많이 봐온 터라 ‘그저 그러려니’하면서 무덤덤하게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본 영화 중에서 폭력적인 장면이 등장하는 영화가 꽤 있었습니다.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Kingsman: The Secret Service) 역시 B급 액션이 난무합니다. 영화의 대사 중에 “Manners maketh man(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maketh는 make의 영국식 고어(古語)라고 합니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영화의 말미에 사람들의 목에 장착된 소형폭탄이 터지면서 머리가 몸에서 분리되는 장면을 폭죽이 터지는 모습으로 희화화해서 보여줍니다. 이 장면에서 관객들의 웃음까지 유발하고는 있습니다만 마음속에 무언가 꺼림칙한 것이 남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잔인한 장면을 가볍게 터치하면서 관객들을 웃게 만드는 것이 감독이 생각하는 매너일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서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를 이렇게 가볍게 생각하게 될까 두려웠습니다.

1975년 6월 30일 오전, 긴급기자회견을 요청한 동대문경찰서장의 첫마디는 “세상에 어떻게 이런 끔찍한 범죄가 다 있을 수 있습니까?”였습니다. 경찰의 수사 간부라면 잔인하고 엽기적인 범죄수법을 익히 알고 또 들었을 터이지만 그런 경찰서장이 몸서리를 치며 혀를 내두를 정도의 범죄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바로, 이팔국 시신 토막 사건이었습니다. 이 잔악무도한 사건에 온 세상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현장 검증을 할 때에는 수백 명이 범행장소에 모여 “저놈 죽여라.”를 외치며 치를 떨었다고 합니다. 범인은 사형선고를 받고 형이 집행되었습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심심찮게 시신을 토막 내어 여행용 가방에 담아 유기하는 범죄를 접하고 있고 살해한 시신을 356 조각으로 토막낸 오원춘 사건까지 겪었습니다. 오원춘은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되었습니다. 형량이 줄어든 만큼 우리가 느끼는 충격의 정도도 줄어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습니다.

지구의 저편에서는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학살이 자행되고 있고, 몸값을 요구하며 납치해간 사람을 참수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고 있습니다. 2004년 5월 미국인 버그의 참수를 시작으로 우리나라의 김선일 씨를 비롯해 수많은 사람들이 잔인하게 살해당했습니다.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beheading(참수)’이라고 검색어를 입력하면 실제 사람들이 참수당하는 영상들을 볼 수가 있습니다.

영화가 실제 같고 실제 사건들은 더 영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영화 <아저씨>와 <공모자>들에서 등장하는 장기 매매 브로커들은 단순히 영화적 상상이라고 하기에는 구성이 치밀하고 범행이 너무나 끔찍합니다. 이런 소재가 영화로 다뤄질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역치가 너무 많이 올라갔다는 것을 뜻합니다. 표현의 자유와 공공의 이익은 상충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요즘은 표현의 자유를 더 많이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희망 없는 세상, 미친 놈만 살아남는다’ 매드 맥스 4의 포스터 카피입니다. ‘상상하지 마라, 그 상상을 뛰어넘는다’ 영화에 대한 광고 카피입니다. 영화적 상상에 현실적 잣대를 들이대고 싶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동안 너무나 영화를 닮아왔습니다. 언젠가 점심 시간에 식당에서 필자의 등 뒤로 들려오는 소리는 우리들 이성의 현실을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내가 죽지 않는다는 보장만 있다면 말이야,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는 전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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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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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남 (112.XXX.XXX.25)
글을 읽고 폭력을 경계해야 하는데
그 영화가 보고 싶어지기도 하네요.
이 건 순전히 제 탓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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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6 18:42:29
0 0
권 평 (1.XXX.XXX.230)
너무 동감 가는 글 읽고 한마디 남겨요~
잘 지내지?
참 맞는 말이예요... 너무 인명을 경시하는 세상이어서...
좋은 경종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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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4 15:00:42
0 0
비술시 (117.XXX.XXX.214)
저도 영화를 매우 즐기는 편인데 요즘 매우 우려됩니다. 드라마 조차도 CSI 를 시작으로 살인 방법 장면등이 더 자극적으로 묘사되고 이제 모든 영화에 그 장면들은 그렇게 잔인하게 묘사되고 있어서 같이 보는 제 처가 그런 장면들은 못 보고 피합니다. 이것은 표현의 자유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생활의 에티켓을 만들어서 지키려고 노력하듯이 표현의 에티켓을 제정해야 되지않나 건의해 봅니다.
원시 고인돌 시대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때가 많습니다. 삶에 필요한 지식이 편리성과 탐욕을 위한 수단으로 바뀌면서 이제 인간다움의 마지막 보루인 종교도 수단화되고 스스로 얻은 철학도 개똥철학이 되면서 인류 종말을 향해 미친듯이 달리는 것 같습니다.
지구판이 흔들려 종말의 시간이 되어야 인류도 공존해야 된다는 절박함으로 무장될려나요.
요즘은 총칼의 전쟁보다 더한 교묘한 전쟁들이 횡행하지요. 피보다 더 잔인한 인간성 말살이 자행되는 인간 스스로의 자충수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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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5-14 13: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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