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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인간의 친구인데
김영환 2015년 07월 16일 (목) 05:57:53
시골 개들은 대체로 농민을 닮아 온순합니다. 강화도 지인의 집 부근에 사는 개도 그랬죠. 그 개는 20만 킬로미터를 주행한 내 고물 SUV자동차 소리를 수십 미터 바깥에서부터 알아듣고 꼬리를 흔들어대며 껑충껑충 뛰었습니다. 하루 종일 가죽 목줄과 쇠사슬에 매여 지내며 먹을 것이라고는 노부부가 남긴 짬밥밖에 없는 데다 행인이라고는 열 명도 안 될 좁은 골목에서 얼마나 심심했을까요.

눈동자 위만 까만 백구에게 사랑의 표시로 나는 늘 초콜릿 조각을 쪼개 던져주었고 개는 그것을 그렇게 맛있게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개가 안 보였죠. 텅 빈 개장에 몸집 작은 새끼가 대신 들어앉았습니다. 새끼는 내가 무얼 주어도 먹지 않고 숨을 데 없는 개장 속으로 더 깊이 몸을 웅크리며 잔뜩 겁에 질린 눈망울을 보여주었습니다. 주인에게 물으니 개장수에 팔려가는 어미를 보고 충격을 받았나 보다고 했습니다. 소위 영양탕의 희생양인가 봅니다. 새끼 개는 사람을 모두 믿지 않게 된 모양이었습니다.

어느 날 밭에서 성큼 자란 풀을 베려고 예초기를 돌리다 보니 언덕배기에서 이상한 냄새가 코를 찔렀습니다. 조심스레 살펴보니 큰 개의 주검이 낡은 천으로 덮여 있었습니다. 이웃 펜션에서 일하는 분과 함께 조심스레 묵밭으로 옮겼습니다. 궁금증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사정이 빤하고 펜션이 드문드문한 동네에서 개를 버릴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다면 필시 관광객의 유기견이지. 나는 지레 짐작해버렸습니다. 자칫 로드 킬이 우려되는 해안도로를 따라 정처없이 걷는 개들을 보는 일이 흔했습니다.

이웃 마을에서 농사를 짓는 고향 후배의 꽤 넓은 농장에 가면 개들이 사납게 짖어대며 길길이 날뜁니다. 개를 지극히 좋아하는 내가 뭘 주고 친해지고 싶어도 감히 접근할 수조차 없었죠. 여남은 마리 모두가 성질이 그랬습니다. 개고기를 절대 안 먹는 집에서 잡아먹을 일도 아닌데 웬 개가 그렇게 많으냐고 물었더니 다니다가 떠도는 유기견을 데려왔는데 모두 사납기 그지없다고 했습니다. 놀러 온 사람들이 섬에 버리고 간 개가 틀림없다는 설명이었죠. 개들은 새 주인에게 충성을 서약하려고 낯선 사람에게 그렇게 맹렬한 기세로 짖나 보다 하고 넘어갔습니다.

나도 유기견을 몇 번 본 일이 있습니다. 하루는 다리가 누렇게 진흙 빛깔로 물든 중간 크기의 애완견이 밭을 덮으려고 펼쳐놓은 잡초방지용 부직포 위에서 졸고 있었죠. 털이 숭숭 빠지고 기운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과자도 주어보고 밥도 주어보고 물도 주었으나 일편단심 자기를 버린 주인만을 생각하는지 거들떠보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며칠 후 보이지 않았습니다. 어찌 되었을까 걱정이 되었습니다.

며칠 전에는 목줄까지 길게 달린 흙투성이 개 한 쌍이 먹을 것을 찾는지 코를 킁킁거리며 온 밭을 휘젓고 다녔습니다. 얼른 점심 먹다 남긴 전 한 조각을 물가에 놓았더니 작은 개가 얼른 먹어치우는데 스파니엘 종처럼 귀가 늘어진 큰 개는 먹을 생각은커녕 짝꿍의 입을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아마 부부지간이라서 남편은 배가 고파도 아내 먼저 먹게 하려고 거들떠보지 않나 보다 하고 멋대로 생각하였습니다.

개는 인간이 가장 먼저 길들인 가축이라고 하죠. 사람의 말귀를 가장 잘 알아듣고 나름의 모성애도 뛰어납니다. 주인이 떼어놓고 이사 간 집에서 홀로 남아 새끼를 네 마리나 낳고 혼자 밥을 동냥하여 새끼를 키운 장한 개의 사례가 ‘동물농장’ 프로그램에서 소개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개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요? 옛날 오수에서는 산불이 난 줄도 모르고 술에 취해 들판에서 자고 있던 주인을 살리기 위해 냇가를 오가며 온몸에 물을 적셔 주인을 구했다는 충견의 이야기도 전해 내려오죠. 서양에서는 이사 간 후 몇 백 킬로미터를 찾아갔다는 믿기 어려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개가 그렇게 좋은 증거는 해외여행 길의 식당에서 수프를 먹다가 자기 한 숟갈 먹고 개 한 숟갈 먹여주는 부인의 식사 장면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이제 우리나라의 대도시 동네에 24시간 진료를 하는 사람을 위한 의원은 거의 없지만 개 진료는 24시간 하는 곳이 흔하죠. 동물병원에서는 으레 ‘심장사상충 검사, 24시간 진료’라는 안내 팻말을 볼 수 있습니다.

개의 주검을 보면서 그렇게 애지중지하던 가족을 왜 버렸을까 상념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아니면 혹시 만화가 허영만이 기르던 병 든 개처럼 스스로 집을 나간 것일까. 아빠가 사업에 실패하자 사료 값 대기도 어려워졌을까, 황혼 이혼처럼 늙고 병이 들어 제구실을 못하니 가족을 버리고 싶어졌을까…. 버려진 개는 입양자가 안 나타나면 안락사 처리된다고 합니다.

유럽에는 개와 고양이의 공원묘지도 있죠. 사람 못지않게 유산도 상속해준다고 합니다. 개 풀 뜯는 소리라는 말이 있지만 개는 풀을 먹지 못하죠, 들판에 널린 것은 풀 종류뿐이죠. 태어난 나라가 다르다고 잡아먹는 것도 모자라 육지로 나가지 못할 섬에 버리며 이렇게 학대하다니요.

개에 대한 슬픈 생각으로 며칠을 지냈습니다. 어느 비오는 날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다가 전신주를 보니 집에서 컬러로 프린트한 에이포 크기의 전단지가 붙어 있었습니다. ‘애견 찾습니다. 스피츠 2살.’ 사진과 함께 ‘연락처 010 0000 0000 이름’ 이 적힌 전단지를 한 장씩 떼어가도록 끝이 오려져 있었습니다. ‘찾아주시면 후사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맞고 아래로 번지는 잉크 물은 애견을 잃은 여주인의 마스카라에서 나오는 눈물처럼 보였습니다. 최근 발생한 우리나라 재외 공관 앞의 애견 보호 시위를 들먹일 것도 없이 개는 식용이 아니라 인간의 친구입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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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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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남 (218.XXX.XXX.137)
저도 개를 좋아 하는 데 글이 감동적이네요. 저는 어렸을 때 개를 기르다가 개가 쥐약먹은 쥐를 먹고 죽었어요. 한달 이상 머라속에서 개가 떠나지 않아 혼났습니다. 왜 잊혀지지 않았는 지.... 추운 겨울날 외갓집에서 강아지를 가져 왔는 데 밤마다 깽깽 거려 불쌍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불속에 데리고 자기도 하면서 큰개로 자라 정이 들대로 들었는 데 죽다니..... 글을 읽으니 50여년전이 생각 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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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3 16:15:31
0 0
이형식 (175.XXX.XXX.194)
우리의 식견문화에 대해서 찬반이 있겠지만, 자신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지말고 소신에 따라서 식견하든지 불식견하든지 하면 됩니다.
나의 생각을 남에게 강요하면 죄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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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9 09:30:07
0 0
최석근 (124.XXX.XXX.40)
동감입니다.
개의 지능은 어린아이와 같다고 합니다.
최소한 자기 집에서 기르던 개는 팔지도 말고,
잡아먹지도 맙시다.


십여년전에 미국 산호세에 살던 교포바이어는
한국으로 오다(order)하러 올때 마다 반드시
개고기를 찾았습니다.
그를 상대하여 오다받는 저는 고역이었습니다.
서울과 하남의 경계선에 위치한 그 개고기 집,
그 주인 아주머니
꼭 개의 특정 부위를 슬라이스해서 접시에 담아
특별한 손님에게만 대접하는 거라며 내왔습니다.


그 교포 바이어,
웃음 띤 얼굴로 그 것을 잘근 잘근 잘도 씹어먹었어요.
우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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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6 19:55:57
0 0
설곡 (203.XXX.XXX.12)
김영환 선생의 글은 공감이 가는부분도있지만 인류문화는 지여과 상황에 따라 변화되고 발전되어 왔읍니다.이런한 각민족마다,특성과 특징을 무시하다보면 자칫 본편타당주의의 도구마에 빠질까 염려됩니다.우리는 한민족이라는 민족의 울타리에서 생각도 해보아야한다고 사료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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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6 13:44:11
0 1
신아연 (211.XXX.XXX.208)
아름다운 글입니다. 개를 좋아하기로 치면 저를 당할 자가 없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오늘 선생님의 글을 읽으니 '맞장 뜰' 상대를 만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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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6 07:40:20
1 0
,,꼰님 (39.XXX.XXX.124)
복날 이야기 한 마디도 안 하시고 복날 식문화를 생각하게 만드는군요. 불편한 진실 - 우째야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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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6 07:21:55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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