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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에 관한 단상
김영환 2007년 10월 17일 (수) 14:58:09
몇 해 전 필자가 일본어 학원의 프리토킹 반에 다닐 때였습니다. 일본인 강사가 어느 날 남북통일을 주제로 수강생들에게 발언하도록 했습니다. 한 여대생이 󰡒통일은 필요 없다. 이대로 좋다󰡓고 말했습니다. 통일하면 돈이 많이 든다는 생각이 스며 있었습니다. 이런 맹랑한 신세대도 있구나하며 놀랐습니다. 이런 사고방식이 존재하는 것은 통일에 대한 비전이 국민들에게 파고들지 못했다는 증거입니다. 통일과 분단의 비용 편익 계산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요.

이번 대선에서도 통일문제는 각 후보자의 공약이 되고 있습니다. 남북경제공동체 건설, 평화경제론 등 여러 가지 화려한(?) 통일방안이 나오고 있습니다. 자신이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북한이 금세 선진국으로 진입할 것 같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합니다. 문제는 통일을 꼭 돈(경제)과 연결시키는 사고방식입니다. 통일의 목표가 돈입니까? 헌법 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 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했죠.

물론 통일은 지혜와 돈,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소요되는 것임을 통독과정이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에선 통일비용은 안 든다는 극언도 나오고 북한에 먼저 투자할수록 통일비용은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옵니다. 저명한 미 랜드 연구소는 한반도 통일비용이 최대 6,700억 달러 소요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남북정상이 만나면 그것으로 모든 남북문제가 풀리는 것처럼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러나 2000년 정상회담과 올해의 정상회담 사이에 무엇이 진전된 것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국군포로, 북한인권, 북핵 문제 등 입도 벙긋하지 못한 문제가 있기 때문인 듯 합니다.

남북관계의 장애물은 분단 60년이 넘도록 남북한이 법률적인 기본관계조차 설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남북관계발전에 관한 법률이 있긴 하지만 이는 남북관계를 규율하는 법이 아니라 남한에 적용되는 법률입니다. 혹자는 이를 두고 통일부를 위한 법이라 말합디다.

󰡐남북관계의 대헌장󰡑이라는 찬양을 받으며 1992년 2월 발효된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한 관계를󰡐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설정했습니다. 그러나 법을 앞서가는 현실을 규율하기 위해 먼저 우리 국민, 그리고 남북한 합의에 의한 어떤 새로운 제도 틀을 만들어내야 할 것입니다.

2004년 4월 북한 용천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을 때 우리나라는 얼마나 허둥댔던가요?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고위관료들이 북한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누가 제대로 알고 있었나 싶습니다.

이런 사안은 작은 예입니다. 남북간에 교차하여 주재하는 기구도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남북관계를 학문상 1국 양제로 이해하건, 2국 양제의 2국가 분열론으로 이해하건, 현실적으로 상대 지역에서 각기 주재하면서 의견을 소통할 기구가 필요한 때가 되었습니다. 그 대표로는 통일의 전도사로 행세하는 전직 통일부장관들이 적임자들이겠죠.

또한 북미․북일 간에 외교관계가 수립된다면 남북한간에도 어떤 진전이 절실해질 것입니다. 결국 남북관계는 들쭉날쭉하지 않으며 결코 변덕부릴 수 없는, 항구적인 제도마련을 통하여 남북 관계건 남남 관계건 갈등의 소지를 차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의 이산가족 면회소 혹은 임시 열차 개통이나 IT시대의 비극 같은 이벤트적인 화상상봉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근본적인 틀이 마련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울러󰡐제한된 지역을 선택적으로 고립시켜 개방함으로써 체제내부에 미칠 영향을 차단하면서 동시에 개방의 필요성을 해결해 나가겠다는 전략󰡑이라면 북한주민의 체제선택에 대한 권리를 차단하는 것이라고도 봅니다.

남한에서 완전한 사상의 자유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폐쇄된 북한에 대해서도 같은 주장을 펼칠 수 있어야합니다. 그러므로 대선 후보들은 경제보다 먼저 자유와 민주의 확산을 논하기 바랍니다. 배부른 독재보다 배고픈 민주주의가 보다 견딜만하지 않겠습니까? 주민 자결(自決)이 가능해야 민족자결도 가능한 것임을 독일통일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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