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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 사죄보다 주권 침해 막아야
정달호 2015년 09월 10일 (목) 05:46:31

광복 70주년을 맞은 우리는 통일이 되어야 완전한 광복(光復)이라고 말합니다. 국어사전에 광복은 ‘잃었던 나라와 주권을 되찾음’으로 정의돼 있습니다. 우리는 1945년 일본의 항복과 함께 잃었던 나라를 되찾았고 이어 우리의 주권을 회복하였습니다. 남북통일이 되어 남과 북이 하나로 다시 나야 진정한 광복이라고 하는 데에 이의를 달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이전에 우리의 주권이 온전히 지켜지고 있는가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광복 70주년은 한일 수교조약 체결 50주년이기도 합니다. 이런 특별한 계기를 맞아 우리는 냉랭한 한일관계의 복원에 대한 기대에서 일본 측이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잘못된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고 사죄하기를 바라왔습니다. 일본 말을 몰라서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일본인들은 ‘반성(反省)’이나 일본어로 ‘오와비[おわび, お詫(び)]’란 말을 쓰지, 한자로 ‘사죄(謝罪)’ 란 말은 쓰지 않은 것으로 압니다. 우리는 상대방이 반성하면서 책임을 인정한다는 정도의 사과 표시에 대해서도 이를 굳이 사죄로 부풀려 해석함으로써 상한 마음을 달래려고 하지 않나 싶습니다.

일본으로부터 침략과 가혹한 식민지배에 대해 사과나 사죄를 받는 일이 중요한 일이기는 하나 거기에 매달리다 보면 본질을 놓칠 수 있다고 봅니다. 국가 간의 관계에 있어 결국에는 명분보다 실질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독도 문제를 놓고 보더라도, 일본의 독도영유권 주장은 침략적 의도의 발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배우고 있는 젊은 세대라면 모를까 일본 정부 당국자들은 독도가 자기들의 영토가 아님을 알면서도 그렇게 주장해오는 것으로 봅니다. 정신이 바로 든 사람이라면 이런 억지 주장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 같은 일본 당국의 태도가 우리 주권에 대한 침해가 아니고 무엇이 겠습니까? 그들은 말로만 주장하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사나흘에 한번 꼴로 관공선을 독도 주변해역에 보냄으로써 언젠가는 독도를 손에 넣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광복에 손상을 주는 도발과 도전을 놔두고 사과나 사죄를 받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물론, 역사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하여 미래에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한다는 것의 의미가 결코 작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올바른 역사인식의 문제는, 문제가 생길 때마다 바로 바로 제기하여 시정을 요구하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지금 한일 간 역사인식의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한일 수교협정 체결 50주년을 찍은 지난 6월 22일 양국 지도자가 각각 상대국 대사관이 주최한 기념행사에 참석하여 모처럼 선린의 분위기가 조성되는 듯했습니다. 한순간의 훈훈한 분위기는 뒤 이은 종전 70주년 담화로 다시 냉랭해지고 말았습니다. 아베 총리는 조선 식민지배에 대한 일언반구의 언급도 없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데 대해 후세들이 더 이상 사과할 필요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였습니다. 일본의 후세들이 선조들이 벌인 과거의 잘못에 얽매어 주눅들 필요가 없다는 취지겠지만 뒤집어보면 한국에 대한 식민지배나 과거의 전쟁 도발이 그리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속내를 드러낸 것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이런 이웃에 대해 제대로 된 사과나 사죄를 바라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일 것입니다. 상대방으로서는 이런 우리의 헛된 기대를 오히려 우스꽝스럽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가혹한 식민지배에 대해 일본 정부에 사과나 사죄를 요구하지 말자는 게 아닙니다. 다만 진심어린 사과, 진정한 사죄를 기대하지 말자는 것입니다. 쓸데없는 기대를 하면 그만큼 실의(失意)도 커서 순탄하게 해 나가야 할 다른 일들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미 지난 일이지만, 수교 50주년과 같은 큰 역사적 계기에는 사과, 사죄의 뜻을 표명하라고 상대방 총리의 입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스스로 나서서 역사인식을 포함한 현안에 대해 우리 입장을 분명하고 강하게 개진했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우리는 사과, 사죄에 대한 기대로 지새다가 이런 중요한 일도 놓치고 말았습니다. 만일 그렇게 했더라면 일본이 종전 담화에서 과거사를 그렇게 허술하게 짚고 넘어갈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담화 후에도 우리는 양국 간 역사인식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아베 총리에게 역사해석을 맡긴 결과가 되었다고 해도 할 말이 없게 된 것입니다.

우회적이기는 하지만 일본의 도발은 최근에도 있었습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중국 항일전 승전 70주년 열병식 참석을 앞두고 일본 정부 대변인은 유엔 사무총장이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게 아니냐는 항의성 발언을 하였습니다. 이에 대해 엊그제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은 중립을 추구하는 기구가 아니라 공정과 공평을 추구하는 기구라고 하면서 일 측 주장을 일축하였습니다. 만일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인이 아니고 강대국이나 선진국 출신이었다면 일본이 이런 망언을 하였겠느냐, 하고 생각해봅니다. 우리와 관련이 없는 일 같아도 깊숙이 들여다보면 일본은 여전히 한국과 한국인을 만만하게 여기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미적미적하는 식으로 대응해 온 데도 그 이유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양국 간의 큰 현안은 대략적으로 독도 문제, 위안부 문제, 교과서 문제, 야스쿠니 참배 문제, 야스쿠니 분사(分司)문제 등입니다. 과거사 문제에 속하면서도 여태 제기 하지 않은 사안이 또 있습니다. 우리의 가슴을 시리게 하는 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 사건입니다. 우리는 이에 대해서도 일본 측에 진상조사를 요구해야 합니다. 당시 식민지였던 우리 영토 안에서 발생한 일뿐만 아니라 일본 영토 내에서 있었던 생체 실험 등 다른 가혹 행위에 대해서도 그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 사죄, 배상을 요구한 것처럼 이들 문제에서도 분명하고 단호한 입장을 전달해야 합니다.

주권 침해, 인권 침해, 그리고 역사인식의 문제에 있어서는 언제든 우리의 주장을 강하고 단호하게 내세워야 합니다. 아베의 종전담화 발표 직후에도 우리 정부는 그 그릇됨을 분명히 밝혀두는 것이 좋을 뻔했습니다. 며칠 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아베 담화의 러일전쟁 언급 부분에 대해 강력히 반발하면서 경고까지 준 일이 생각납니다. 외교에서는 문제 되는 사안에 대해 적시에 자국의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는 사례입니다. 독도와 같은 주권 침해적 도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되 미래에 있을 수도 있는 실제적 도발이나 침략에 대비한 외교적, 군사적 대비책을 마련하는 일이 실로 중차대(重且大)합니다.

독도에 대한 도발을 외교적으로 막는 방법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원칙에 따라 미국으로 하여금 해결을 돕도록 하는 것입니다. 미국이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서 일본이 반환해야 할 도서로,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와 함께 당초 원안대로 독도를 넣어 표기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독도 문제는 생기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냉전에 대비한 미국의 전략 수행에 휘말린 독도의 영유권 시비는 원인 제공자인 미국이 나서서 해결하는 것이 당연한 데도 우리는 이 문제에 관련해 미국에 한마디도 못하고 있습니다. 진정한 동맹이 동맹의 영토 이익을 지켜주는 것일진대, 이처럼 분명한 영토 문제에서 어중간한 입장을 취함으로써 스스로 추구해온 한.미.일 삼각 공조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 미국입니다.

어떤 상대국과도 마찬가지지만 한일 관계도 따질 것은 따지고 일상적인 비지니스는 비지니스로 그대로 계속하여야 합니다. 밉다고 외면할 수 없는 게 이웃나라 입니다. 이에 관해서는 중국을 본받을 만합니다. 중국은 일본에 대해 역사 문제에서는 최대한 엄중한 입장을 취하고 이를 그때그때 각인시킴으로써 일본이 역사 왜곡을 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해나갑니다. 그런 한편 정상회담이든 실무회담이든, 필요한 일상적인 일은 그대로 해나가는 것입니다. 우리 외교도 원칙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되 이처럼 성숙한 모습을 갖추도록 노력함이 절실한 때입니다. 그리하여 우리 스스로 쟁취한 진정한 광복을 후대에 물려줘야 합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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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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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a lee (72.XXX.XXX.55)
Weariless wariness over nation's defense, it's all we n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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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8 20:14:56
0 0
꼰남 (112.XXX.XXX.25)
자유칼럼 배달 사고로 주간이 바뀐 뒤에야 칼럼을 보게 되었군요.
메일 안 들어왔을 때 홈피 들어가 찾아 읽을 정도는 돼야 할텐데...
암튼 되살려준데 대한 감사함으로 칼럼 더 열심히 보겠습니다.
이번 글은 한국인의 불편한 진실, 아픈 자화상에 대한 것이로군요.
불편해도 아파도 더 불편하지 않게 더 아프지 않게 그때그때
우리가 외국들에 취해야할 말과 행동 지침으로 알겠습니다.
답변달기
2015-09-17 10:14:41
0 0
최석근 (124.XXX.XXX.180)
참으로 옳은 말씀입니다.
한국인은 심성이 너무나 착한 것일까요
아니면 안에선 강한데 밖에서만 약한가요
우리의 수많은 형제자매 부모들이 다 일본의 총칼에 심지어 죽창(관동대지진)에
처절한 한많은 죽임을 당했는데도 왜 크게 한번 항거하지 못하나요
그러니까 일개 신문인 산께이가 한국과 한국 정부를 우습게보고 그들이 살해한
명성황후를 박근혜 대통령에 빗대어 박근혜대통령도 그 짝 날수있다고 경고하는거 아닙니까
참으로 속이 뒤집히네요


일제 강점기 우리 부모 형제들은 영토를 빼앗긴 열악한 상태에서도
일본을 상대로 계속 전쟁을 일으켜 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였는데
지금은 상황이 그 당시보다 훨씬 조건이 좋은데 무얼 망설이는지
답답하기만합니다.


지금 우리가 망설이고 목숨을 버릴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손자손녀들은 이웃나라에의한 수많은 죽음에 직면할수 있음을
명심해야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동북아의 전쟁발발은 필연적이라고 봅니다.
가장큰 이유가 일본의 호전성을 들수있습니다. 지 조상들의 끊임없는 이웃국가의 침략역사가
이를 방증합니다. 그리고 최근 눈에띄게 군비를 확충하고 있습니다
둘째로 중국의 자기들 밖에 모르는 안하무인 중화사상입니다. 자기말안들으면 이웃국가를 치겠다는 것이지요. 이들은 스텔스 전투기를 지 손으로 만들었습니다
세째로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 (pivot to asia) 정책입니다. 이로인해 자극받은 일본과 중국이 더욱 군비를 증강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북한만 상대하면 될까요, 안돼죠
미국에 기대면 될까요, 안돼죠
해답은 하나입니다.
미국, 일본, 중국과 거의 대등한 군사력을 갖추어야합니다.
다행히 한국인은 싸울땐 강인합니다.
군비가 덜 갖춰진 상태에서도 한국인은 능히 적을 싸워이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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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0 09:28:55
0 0
정달호 (110.XXX.XXX.159)
좋은 지적이십니다.
코멘트 항상 감사드립니다.
답변달기
2015-09-14 09:54:48
0 0
서유경 (220.XXX.XXX.128)
정달호 대사님, 아침 컬럼 잘 읽었습니다. 깊이 공감합니다. 미국의 역할 지적은 새로운 관점인데... 현재 미일 밀월관계를 고려하건대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이는 게 아쉽군요. 계속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서유경 드림.
답변달기
2015-09-10 08:49:16
0 0
정달호 (110.XXX.XXX.159)
네. 옳은 지적이십니다.
그래도 그렇게 주장해두는 게 협상에서 유리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정치의 묘미란 말을 옛날 누군가가 했던 것 같습니다.
답변달기
2015-09-14 09:53:13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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