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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 거부'도 유권자의 권리다
허영섭 2016년 04월 01일 (금) 03:30:32

이번 4·13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의 반응이 싸늘합니다. 선거에 관심이 없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정치에 실망감을 느꼈기 때문이겠지요. 배신감이라고 해도 크게 지나치지 않습니다. 선거 때면 고개를 조아리는 것은 물론 무릎까지 꿇어가며 한 표를 호소하면서도 당선된 뒤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자기들 밥그릇만 챙기려 드는 정치인들의 속셈을 이제는 두루 넘겨짚고 있는 것입니다.
 
선거가 불과 열흘 남짓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아직 찍어줄 만한 후보를 찾지 못했다는 응답자가 40% 안팎에 이른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그것을 말해 줍니다. 이른바 ‘부동층’입니다. 이런 분위기라면 투표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됩니다. 여야 정당이 후보를 내세우는 과정에서 지역 민심과는 아랑곳없이 제멋대로 공천했고, 선거운동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현실과 동떨어진 공약을 남발하고 있으니 마음에 들 리 없습니다.
 
이런 점에 비춰본다면 현행 국회의원 선출 방식에는 중대한 결함이 있습니다. 아무리 유권자들이 외면하더라도 후보자 가운데 어느 한 명은 반드시 당선되도록 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몇 표를 얻든, 종다수(從多數) 원칙에 따라 그중에서 한 표라도 더 얻기만 하면 금배지를 달게 되는 것입니다. 상당한 유권자들이 투표장에 나타나지 않더라도 상관이 없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선거는 선거대로 진행될 뿐입니다.
 
경우를 좀 더 확대해서 생각해 보면 문제가 심각합니다. 가령 투표자의 50% 득표를 얻어 당선됐다고 해도 투표율이 60%였다면 전체 유권자의 30% 지지밖에 얻지 못한 것입니다. 투표율이 50%인 상황에서는 전체 유권자의 지지율은 25%로 떨어집니다. 실제로는 투표율과 득표율에 따라 이보다 훨씬 못한 경우가 수두룩합니다. 재보궐선거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겠지요.
 
이렇듯 전체 유권자를 기준으로 기껏 20% 안팎의 지지율밖에 얻지 못하고도 지역구민을 대표한다는 논리가 쑥스럽습니다.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30~40% 유권자의 눈에는 자격이 모자라는 사람인데도 말입니다. 현행 선거제도의 맹점입니다. 후보를 선택하기 싫어서 선거에 참여하지 않은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후보를 선택하지 않을 권리’가 침해당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라면 투표에 참여할 권리만큼이나 후보를 거부할 권리도 인정해야만 합니다.
 
물론 두어 명의 후보가 끝까지 박빙의 접전을 이룸으로써 득표가 갈라지는 결과에 대해서는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접전을 이룬다면 결과적으로 그만큼 투표율이 높아지는 것이 보통입니다. 따라서 접전지역 당선자에 있어서도 전체 유권자로부터 얻은 지지율이 다른 지역구에 비해 그리 낮지는 않다는 것이 경험적으로 확인된 사실입니다. 후보들의 자격 미달로 관심을 끌지 못한 채 투표율이 저조한 경우가 문제입니다.
 
특히 이번 선거의 경우 여야 정당은 공천 과정에서부터 적잖은 잡음을 일으켰습니다. 서로의 텃밭인 영남과 호남에서는 아무라도 후보로 내세우기만 하면 당선되기 마련이라는 오만한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새누리당은 ‘친박(親朴)'이니 ‘비박(非朴)'이니 티격태격했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친노(親盧)’니 ‘비노(非盧)’니 하면서 다투었습니다. 자기들의 이해관계만 있었을 뿐 국민들은 관심에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국회의원 당선에 필요한 최소 득표율 기준을 새로 정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단순히 경쟁자들 가운데서 한 표라도 더 얻었다고 민의의 대변자라고 자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입니다. 전체 지역구민의 10%이든, 15%이든 하한선을 정해놓고 그만큼의 득표에 미치는 후보가 없다면 해당 지역구에서는 당선자를 내지 않는 방법입니다. 투표율이 50%에 미치지 못할 경우 해당 지역의 선거를 무효화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야만 정말로 유권자들이 무섭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선거구민들이 투표를 하면서 뽑고 싶은 후보가 없다는 의사를 투표용지에 표기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입니다. 설령 가장 많이 득표를 했더라도 후보 선택을 거부한 표수에 미치지 못한다면 역시 그 선거구는 당선자를 내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민의를 반영하는 참다운 방법입니다. 정치에 신물이 난 나머지 투표를 포기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도 당연히 당선자가 나오는 불합리한 제도는 고쳐져야 마땅합니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는 물론 시·도 지사나 교육감 선거에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방안입니다. 모든 후보가 최소한의 득표율 기준을 넘어서지 못하거나 ‘후보 기피’ 표수에 미달할 경우에는 당선자를 내지 않으면 됩니다. 국회의원이나 기초단체 의원의 경우 공석으로 두면 될 것이고, 단체장과 교육감의 경우에는 중앙정부가 관리인을 파견해 임기 동안 행정을 대신 이끌어 가도록 하면 될 것입니다.
 
현행 헌법에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1조 2항)고 명시돼 있습니다. 직접적으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뽑는 권한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유권자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후보자 가운데 어느 한 명은 억지로라도 지역 대표로 선출해야 하는 지금의 선거제도는 헌법 정신에도 분명히 어긋납니다. 공직 선거에서 정말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시대를 구경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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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우 (121.XXX.XXX.50)
오우 맞습니다. 전폭적으로 지지합니다. 자연스럽게 국회의원 수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좋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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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4 13:37:12
0 0
허영섭 (211.XXX.XXX.5)
맞습니다. 유권자들이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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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4 13:47:53
0 0
최석권 (14.XXX.XXX.93)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투표용지에 찍을 후보 없음 표기 만이라도
가능케 하였으면 좋겠습니다.
회기 기간에 사라지는 직무유기 국회의원은
이번 선거에서 사라지기를 간절히 염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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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 16:03:22
2 0
허영섭 (221.XXX.XXX.116)
그러믄요. 적어도 회기 기간에 국회에서 슬며시 사라지는 사람을 국민의 대표라고 할 수는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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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 23:29:01
0 0
가곡 (213.XXX.XXX.151)
평소에 제가 주장하던 바를 대신 말씀해 주신 것 같아 고맙고 반갑습니다.

논리적으로는 유권자의 과반수가 투표를 하지 않는 경우 선거 무효로 봐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로 봐서 투표율이 34퍼센트에 미달하면 선거 그 자체의 무효화를 제도화 해야 할 것입니다.

투표에는 참여하면서 명부에 있는 어떤 후보도 찍을 의사가 없다는 것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후보 거부 제도"를 도입하여 그것이 최고 득표자의 수를 초과하는 경우 당선 무효를 선언하는 것이 된다면 이는 현대 대의민주주의제도의 맹점에 대한 신선한 혁신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경우는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풀뿌리 유권자들인 주민 및 당원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소수의 세력이 기획하고 간혹 미운사람 빼고 친소나 이해관계에 따라 집어 넣기도 하는 (그래서 유권자들은 자신이 누군가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 당하는, 또 그래서 많은 경우 당의 이름만 보고 투표할 수 밖에 없는) 제도에 대한 혁신이 될 것으로 봅니다.

국회의원들이 스스로 이런 것을 법제화 하지 않을 것은 뻔하지만 유권자들이 힘을 합쳐 이런 공약을 내 거는 국회의원 한테만 투표를 하겠다고 하면 그들도 결국 따라 올 것이라고 봅니다. 결국 우리 자신들 한테 달린 문제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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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 15:43:09
1 0
허영섭 (211.XXX.XXX.5)
좋은 의견 고맙습니다. 유권자들 대부분 비슷한 생각일 겁니다. 이런 생각들이 커다란 정치적 압력으로 작용할 때까지 계속 여론을 키워나가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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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 16:02:29
0 0
제임스 (211.XXX.XXX.88)
100%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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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 15:25:00
0 0
허영섭 (211.XXX.XXX.5)
공감 의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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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 15:33:09
1 0
만허 (210.XXX.XXX.193)
적극 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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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 13:25:53
1 0
허영섭 (211.XXX.XXX.5)
아마 많은 분들이 비슷하게 생각하고 계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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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 13:42:36
1 0
김인수 (175.XXX.XXX.113)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속이 시원하게 쓰셨습니다
꼭 이루어 지도록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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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 11:57:02
1 0
허영섭 (211.XXX.XXX.5)
그런데, 법률 고치는 권한이 국회의원들에게 있기 때문에 현실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따라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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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 13:43:54
1 0
이호군 (222.XXX.XXX.158)
안녕하세요.
"후보거부"도 유권자자의 권리다.라는
좋은글 잘읽었습니다.
늘건강이 함께하시기를 빕니다.
이호군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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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4-01 09:36:04
1 0
허영섭 (211.XXX.XXX.5)
잘 지내시지요. 늘 관심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답변달기
2016-04-01 13:44:29
1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