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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싫어질까 두렵습니다
신현덕 2016년 05월 03일 (화) 02:08:12

몽골에서는 '설날 이후에는 봄'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설날 무렵의 최고 기온이 영하 20도를 넘나들고, 5월 초순이 되어야 겨우 봄을 느끼는 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이야기합니다. 5월에도 봄이 완연한 것은 아닙니다. 5월 말에도 눈이 내리는 날이 종종 있습니다. 몽골인이 일찍 봄을 이야기하는 것은 그들의 오래된 관습입니다. 따뜻한 때를 갈망하는 바람과 다가오는 봄에 대한 두려움을 함께 내포하고 있습니다.
 
온기가 느껴지는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하면 몽골 유목민에게는 비상이 걸립니다. 이상 난동으로 기온이 올라갈까 전전긍긍입니다. 만약 갑자기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면 국가적인 대규모 재앙을 걱정합니다. 영상 기온이 곧바로 영하로 내려가면, 살짝 녹았던 대지가 모두 얼어붙습니다. 이렇게 되면 겨우내 눈을 헤치며 마른 풀을 뜯어 먹던 가축이 얼음 때문에 저 스스로는 먹이를 찾지 못합니다. 그러면 가축들이 대규모로 굶어죽습니다.
 
추위가 순리대로 풀리면 이번에는 대부분의 도시 사람에게 어려움이 닥칩니다. 원래 강수량이 아주 적은 고비 지방은 겨울에 더욱 건조해집니다. 눈이 거의 내리지 않으니 봄에 미풍만 불어도 먼지가 날리기 시작합니다. 4월말이 되면 강한 남풍이 불어옵니다. 바람에 실려 온 모래가 울란바토르 하늘을 뒤덮습니다. 심하면 가시거리가 채 10미터도 안 되어, 아파트 옆의 동이 안 보일 정도입니다.
 
이런 날은 몽골 전역에서 움직이는 것을 찾기 힘듭니다. 벌판의 양들은 바람이 불어오는 반대 방향으로 서서 귀를 닫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숨을 크게 쉬지 않기 위해서지요. 모래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사람의 입과 코 안에서도 모래가 나옵니다.
 
제가 몽골에 있을 때는 설상가상으로 저장했던 먹을 것도 떨어져 봄을 넘기기가 엄청 힘들었습니다. 유목민은 가축의 젖을 주식으로 삼는데, 이때는 풀이 돋아나기 전이라 젖도 잘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비쩍 말라빠진 가축을 잡아봐야 먹을 고기도 별로 없습니다.
 
춘궁기입니다. 가장들은 식구들에게 먹일 식량을 챙겨야 하고, 변덕이 심한 봄 날씨를 몸으로 견뎌야 합니다. 그러기에 몽골 유목민은 봄을 싫어합니다.
 
몽골뿐이 아닙니다. 이웃나라 중국은 더 심각합니다. 해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됩니다. 내몽고에서 바람에 날려 온 황사는 산업화로 부쩍 심각해진 미세먼지와 더해져 베이징의 공기를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만듭니다.
 
황사의 직접 원인이 되는 사막은 점점 더 확대됩니다. 세계적인 현상입니다만 외신에 따르면 중국에서만도 매년 2500㎢ 가량이 사막으로 변합니다. 우리나라 서울의 4배 이상 되는 넓이입니다. 여기서 날린 황사는 중국을 덮고 황해를 건너 우리나라에 영향을 줍니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240억㎥의 흙이 바람에 의해 이동됩니다. 이 중 많은 양이 하늘로 치솟아 바람을 타고 퍼져나갑니다. 아시아에서 상공으로 올라간 황사는 태평양을 건너 멀리 미국 서부까지도 영향을 미칩니다.
 
원인은 지구 온난화라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각국의 이해가 서로 달라 대책 마련에 소홀합니다. UN이 나섰어도 아직까지는 지지부진입니다.
 
저는 지난 두 주간 내과 병원을 들락거렸습니다. 아주 심한 기침과 재채기, 진한 가래와 콧물 그리고 눈이 따가워 견딜 수 없었습니다. 의사의 말로는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환자가 30%정도 늘었다고 합니다.
 
기상 통계에 따르면 황사와 미세먼지로 인한 주의보 발령 일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 발령된 주의보는 279회, 정도가 심한 경보도 6번이나 됩니다. 전체적인 대기 환경은 좋아졌다고 합니다만 여하튼 주의 단계가 많아진 것이지요.
 
여기에다 봄이면 꽃가루도 날립니다. 특히 송화 가루나 미루나무와 버드나무의 솜털이 심하게 날리는 날에는 황사만큼이나 상황이 심각합니다. 황사와 같이 각종 산업 피해도 유발합니다.
 
우리에게도 봄이 많은 이들에게 고통을 줍니다. 더 나아간다면 몽골의 유목민처럼 아예 봄을 싫어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신록예찬도, 꽃놀이도, 화전을 부쳐 먹던 봄의 정취도 모두 사라지게 될까봐 걱정입니다.
 
효과는 미미하겠지만 나부터라도 실내 온도를 더 낮추고, 승용차를 타는 대신 가까운 거리는 걸으며, 매일 하던 더운 물 목욕도 2~3일에 한 번으로 줄여 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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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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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회섭 (113.XXX.XXX.197)
"미루나무와 버드나무의 솜털이..."
오랫동안 신문이나 미디어에서 꽃가루가 날린다고 표현하여 왔는데,
정확하고 쉽게 "솜털"이라고 표현하셨네요.
"솜털"이라는 표현을 널리 쓰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버드나무과의 나무들은 2~3월이면 꽃을 피우는데, 바로 버들개지 또는 그 비슷하게 꽃을 피웁니다. 5월초면 그 열매가 익어서 솜털같이 씨앗을 날리는데, 이 솜털은 씨앗이지 꽃가루도 아니고 꽃도 아닙니다.
솜털이라는 정확한 표현이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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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20 08:54:14
0 0
꼰남 (112.XXX.XXX.25)
몽골엔 송화가루 미루나무 꽃가루도 날려야
그 삭막한 대지에 한 그루의 나무라도 더 뿌릴 내릴 수 있지 않을까요?
봄 이후의 좋은 날씨를 그만한 대가 없이 받으려고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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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4 09:41:38
0 0
청유 (220.XXX.XXX.21)
중국에게 미세먼지 황사 대책을 세우라고 국가적으로 요구해야 합니다. 중국도 경제가 크게 발전했으니 환경에도 많이 투자 해야 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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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3 14:33:24
2 0
장용구 (211.XXX.XXX.187)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의 봄은 예전보다 화려해졌고 아름답습니다.요즘 밖에 나가면 이어지는 봄꽃 릴레이에 흥분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철쭉, 영산홍에 막 피기 시작한 이팝나무 꽃까지.... 그러나 필자의 견해대로 이제는 아름다운 꽃을 심는 일보다도 보다 근원적인 문제인 환경문제에 좀 더 관심을 가질 필요성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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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3 10:58:12
2 0
홍성남 (220.XXX.XXX.250)
함께 속에 내가 있음을 다시 느끼게 해 준 글 고맙습니다.
답변달기
2016-05-03 07:50:13
2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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