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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우리 사회에 재앙을 던지다
고영회 2016년 05월 09일 (월) 01:57:31

옥시 가습기 살균제가 폐질환을 일으킨 사건은 우리 사회의 전문가체계를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전문가는 ‘과학 기술과 같은 특정 직역에서 그 분야를 연구하거나 그 일에 종사하여 깊은 전문 지식이 있고 전문분야 일을 처리할 능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전문가는 일반인이 알 수 없고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전문 능력이 필요한 곳에는 전문가가 그 자리에 있어야 합니다.
 
전문가가 자리 잡아야 할 곳에 전문가답지 않은 사람이나 비전문가가 있으면 재앙을 불러옵니다. 전문 분야에서 재앙은 두 가지 길로 찾아옵니다.
 
먼저, 전문가가 본질을 알면서, 일반인이 모른다는 것을 악용해서, 아는 것과 다르게 행동할 때 재앙이 다가옵니다. 이번 옥시 사태를 불러온 문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국민 안전을 책임진 환경부, 보건복지부, 산업통상자원부 어디도 챙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부에서 가장 전문성 있게 챙겨야 할 부처였습니다. 보도 기사를 보면, 사용된 물질의 독성을 누구보다 잘 알 수 있는 전문 지식과 독성분야에 경력을 갖춘 사람이 연구를 맡았는데, 그 연구자가 시험자료를 허위로 조작하여 위조(fabrication)하거나, 실험 결과를 특정 목적으로 조작하여 변조(falsification)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만약 위조하거나 변조했다면 연구 윤리를 벗어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전문 지식을 악용한 범죄입니다. 해당 물질의 제조신고와 독성 심사, 제품 승인, 질병 발생과 관리에 정부에 책임이 있는지 체제상 문제가 있는지를 밝혀야 합니다. 비슷한 사태가 다시 생기지 않게 제도를 정비해야 합니다. 또. 연구자가 시험 결과를 악용했다면 그 연구자에게 엄격하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전문가라 하면서도 전문가 자질을 갖추지 않고, 전문가가 아니면서 전문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때 찾아옵니다. 돌팔이 의사가 환자를 죽이는 셈입니다.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클 때는, 법정 절차를 거쳐서 전문가를 뽑습니다. 의사 약사 변리사 변호사 세무사 회계사 기술사 같은 법정 자격자입니다. 이들은 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일정 연수를 거치게 한 다음 자격을 줍니다. 법정 자격자의 전문성은 우리 사회의 신뢰도와 관련됩니다. 자격자의 전문성을 믿고 일을 맡겼는데, 실제로 그 자격자가 전문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문제가 생깁니다.
 
전문가 자격은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받을 수 있게 설계해야 합니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이 전문가 자격을 가진다면 사회의 신뢰가 무너집니다. 전문성이 없는 전문가 자격은 재앙을 불러옵니다. 우리는 여러 사례에서 확인됩니다. 전문가 제도에 예외가 있으면 안 됩니다. 지난해 끝 날에 변호사에게 자동으로 변리사 자격을 주던 제도가 이제는 자격연수를 받고 주는 것으로 변리사법이 바뀌었습니다. 그러자 변협은 자격연수를 받으나 마나 한 쪽으로 가려고 기를 씁니다. 연수 과목 면제, 연수 기간 단축, 인터넷 학점 취득 같은 꼼수를 부리고, 전문가 제도를 정립해야 할 특허청은 변협의 장단에 맞춰 춤추는 듯합니다.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재앙을 준비하는 것 같아 걱정스럽습니다.
 
전문가가 전문지식을 악용하여 오든, 전문능력이 없는 사람이 맡아 생기든 어느 쪽이든 우리 사회에 재앙을 가져옵니다. 국민이 느닷없이 재앙을 맞게 내버려 둬서는 안 됩니다. 재앙이 오지 않게 막아야 합니다.
 
사회는 믿음으로 굴러갑니다. 믿음이 무너지면 우리 사회가 무너집니다. 서울아산병원 홍수종 교수가 끈질기게 추적하여 폐질환이 옥시 제품 때문에 생겼다는 것을 밝혀냈다고 합니다. 저런 분이 진정한 전문가입니다. 진정한 전문가가 제 역할을 하여 믿음이 살아있는 사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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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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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부안 (181.XXX.XXX.56)
지식인이 부패했을 때 그 사회는 망해가겠지요. 가짜 진단서를 끊어주는 의사, 부작용을 가져 올 수 있는 약을 처방하는 의사들(예를 들면 아무짝에도 소용 없는 약 덩어리 감기약), 50억 착수금 달라했던 최 모 변호사? 변리사는 어떤가요? 등치지 않나요? 돈 없는 발명가를 돕나요? 고 변리사의 글을 읽으면서 '지식인 부패"에 대해 지속적으로 써주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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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0 22:47:49
0 0
고영회 (119.XXX.XXX.232)
네.
고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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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1 08:46:56
0 0
최석권 (124.XXX.XXX.180)
전문가는 그 이전에 올바른 인간이 되어야
그에게 일을 맡긴 밑에 있는 국민들이 고통을 덜 받습니다.
못된 짓을 저지르거나 법을 위반한 법관이 즉시 사직하고
변호사 개업을 한다면 그(녀)는 올바른 전문가가 될까요 ?
세월호의 문제를 찾기위해 멀리 갈 것도 없습니다.


바로 옥시 사건을 보면 당장 알아 낼 수 있습니다.
직무 유기 정부 관리와 법관들과 전문가 교수들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완성된 종합세트 작품입니다.
부디 전문가 되려는 사람들을 위한 인성 의무 시험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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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9 19:26:28
0 0
고영회 (119.XXX.XXX.232)
인성의무시험, 네, 바로 잡아야할 게 참 많습니다.
혹시 혹시 말이죠, 초중고 학교에서 '나쁜 짓'하는 것을 가르치는 것은 아닐까 아찔합니다.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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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1 08:46:08
0 0
꼰남 (112.XXX.XXX.25)
재앙을 당해 난리를 치고
그래서 <유비무환>을 외치면서도
마치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재앙을 준비하는> 것처럼
여전히 직무를 방임 또는 유기하는 사람들.
최선책으로 함께 만든 법(원칙과 규정)을
꼼수로 부인하거나 무시하는 사람들...
이 글을 읽고 나니 열이 받쳐
새 한 주를 어찌 살까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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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9 09:17:22
0 0
고영회 (119.XXX.XXX.232)
그래도 힘내시고 즐겁게 지내십시오.
의견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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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1 08:43:12
0 0
권태원 (117.XXX.XXX.21)
자유칼럼에 올라오는 선생님의 글을 애독하는 독자입니다. 칼럼마다 특히 변리사 전문성을 확실하게 주장하고 그 권리를 변호사로부터 침해 당하지 않도록 펴고 있는 선생님의 논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비슷한 사례가 있어 선생님께 말씀드리니 동의하신다면 이를 바르게 시정하기 위한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2016년 3월17일 산업통상자원부 공고 2016-111호로 입법예고된 전력기술관리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중 제3조 별표1및 별표2에서 특급기술자 및 특급감리원 자격기준을 현재 기술사만이 해당한 사항을 다수의 민원과 산업수요에 따른 등급체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유를 붙여 기능장, 기사, 산업기사에게 경력기간만 충족하면 특급기술자와 특급감리원 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변경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산자부 담당자를 국무조정실에서 징계처리를 하겠다고 압박하여 별 수 없이 이와같은 입법예고를 하였다는 뒷말은 전기기술사들로 하여금 어안이 벙벙하게 할 따름입니다. 기슬자간 전문성을 훼손하는 이런 일들이 공공연하게 자행되는 현실을 어찌하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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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9 08:47:57
0 0
고영회 (119.XXX.XXX.232)
권태원 선생님, 반갑습니다.
기술사제도는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특별지시로 개선작업에 들어갔고, 인정기술수제도를 규정한 법을 개정하기로 방향을 잡고, 꾸준히 추진했습니다. 그렇게 폐해가 많은 제도를 다시 되살리려는 움직임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기술사들이 위 자료를 챙겨 해당 부처를 방문하여 항의 설득해야 하겠습니다. 기술사들이 힘을 모아 움직여야 합니다.
인정기술사... 자동변리사와 꼭 마찬가지로 나쁜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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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1 08:42:26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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