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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생을 행복하게 만드는 우리말 글쓰기
황경춘 2016년 09월 09일 (금) 02:17:23

우연히 눈에 띈 ‘영문 번역사 모집’ 신문광고에 응모한 것을 계기로, 필자는 반세기가 넘는 긴 세월을 영문만을 다루는 일에 종사하게 되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이 공동개최한 2002년 축구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돈 받고 일하는 현역에서 물러났을 때, 이미 70대 후반인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그때 맨 먼저 머리에 떠오른 것이 우리말 글쓰기 공부였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이자만 저는 학교에서 우리글을 배운 것이 일제강점 하의 보통학교(지금의 초등학교)에서 공부한 ‘조선어’가 전부였습니다.
 
1938년 고등보통학교에 입학하자마자 학교 이름이 중학교로 바뀌고 ‘조선어’가 학과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런 짧은 한글 실력으로, 중학 3학년 때에는 하숙집 아저씨 서가에서, 심훈의 ‘상록수’를 읽어 감명을 받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문학에 접한 것은 그것과 이광수의 글 한두 개 뿐, 서정주(徐廷柱)의 시 한 편도 못 읽은 우리 문학의 문외한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책읽기를 좋아해 일본어로 된 잡지와 단행본을 남독(濫讀)했습니다. 다섯 살 위의 누님이 보는 잡지를 뜻도 잘 모르면서 같이 읽은 좀 조숙(早熟)한 아이였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졸업하기까지 줄곧 담임이었던 조선인 선생이 독서광이어서 일본어로 된 소년판 ‘암굴왕’(알렉상드르 뒤마), ‘레 미제라블’(빅토르 위고)등 많은 외국 명작들을 독서시간에 읽어 주었습니다.
 
담임은 아니었으나, 당시 이미 신문 신춘문예 모집에 당선하고 광복 후 소설가로 이름을 날린 김정한(金廷漢) 선생이 우리 학교에 계셔 문학에 눈을 뜨게 하는 많은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김 선생은 조선일보 편집국장 재직 중 작고한 고향 후배 장정호 군의 장인이어서, 그와 함께 서울에서도 여러 차례 만나, 문단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밖에 고향 선배인 시나리오 작가 이청기를 통해 많은 문인·예술인들과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수필가·언론인 조경희 여사와는 남편과도 같이 친분이 있었습니다.
 
조 여사가 한국수필가협회를 만들었을 때, 편법으로 회원 가입을 해 볼까 하는 엉뚱한 생각도 한 적이 있었으나, 고등학교 동기생으로 검사를 그만둔 후 변호사로 있던 친구가 이미 회원으로 활약하고 있는 것을 알고, 망신 당하기 전에 포기한, 지금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흐르는 기억도 납니다.
 
외신기자로 일할 때엔 주로 정치, 경제, 외교 등 딱딱한 기사만 취급하고 문화·예술 관계 글은 쓸 기회가 적었습니다. 한 번은 부산에 있는 외국인 수녀가 경영하는 고아원 방문기사를 써, 무척 힘들기는 했지만 해외 여러 신문에 실린것을 보고 흐뭇하게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말하자면 빈 강정처럼 속에 든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글쓰는 공간만을 찾는 한 문학 딜레탕트(dilettante)에 지나지 않던 필자였습니다. 그런 제가 2008년 초 자유칼럼과 만난 것은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이 행운은 여느 때처럼 인터넷을 섭렵(涉獵)하다가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한두 번 칼럼 시작(試作)을 보낸 뒤, 정식으로 가입 초청을 받았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신문사의 신춘문예에 당선한 문학 신인들의 감동이 이럴 것이라고 기뻐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한 칼럼을 주로 방석순, 임철순 두 공동대표가 자상하게 교정과 수정을 해주시고, 다른 필진 여러분도 따뜻하게 이끌어 주셔서, 80대 중반의 초년병 칼럼니스트가 8년 전에 탄생하였습니다.
 
우리말 글쓰기가 제 여생을 확 바꾸었습니다. 좋은 친구들에 감싸여 인생의 참다운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런 뜻에서 이번 자유칼럼 창립 10주년 기념 행사는 저 개인으로서도 무척 감회가 깊었습니다. 배전(倍前)의 정진(精進)을 다짐합니다.

 

 

*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이 칼럼을 필자와 자유칼럼그룹의 동의 없이 상업적 매체에 전재하거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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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의견쓰기(27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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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웅 (211.XXX.XXX.204)
존경하는 선생님
언제나 좋은 글로 후배들을 이끌어 주시는 모습에
감사를 드립니다. 공로패 수상도 축하드리고
항상 건강하시고 늘 행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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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30 17:25:35
0 0
최석권 (58.XXX.XXX.175)
선생님 글을 지금서 보았습니다.
한국 언론의 산 증인 이신 선생님의 공로에 머리를 숙입니다.
아울러 자유컬럼 창립 10주년 축하드리고요,
늦은 감이 있지만 선생님의 공로패 수상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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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6 17:15:04
0 0
오솔길 (114.XXX.XXX.38)
감사합니다.
항상 졸문 읽어주시고
격려의 말씀 주셔 많은 힘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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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7 17:17:32
0 0
신명순 (211.XXX.XXX.116)
선생님의 글을 접하면서 우리글의 아름다움과 위대함에 다시금 고마움을 느끼곤 한답니다. `좋은 글, 가르침, 뒤돌아 봄`을 함께 느끼게 한 님의 글에 다시한번 고마움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저도 열심히 노력해서 훗날 님의 가르침이 제 인생의 큰 부분이었다고 자랑하고 싶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길....

조용히, 그러나 강하게 선생님을 응원하는 독자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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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2 13:51:24
0 0
오솔길 (114.XXX.XXX.38)
고맙습니다. 우리글의 아름다음을 알기에 열심이 공부하고 있으나,
부족한 낱말 지식을 글쓸 때마다 통감하고, 자신의 마흡함을
매질하고 있습니다.

많은 후원 계속해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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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3 17:50:34
0 0
신장수 (112.XXX.XXX.93)
선생님, 정말 훌륭하십니다.
퇴직한 전후세대에게 좋은 모델 케이스 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글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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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1 17:21:57
0 0
오솔길 (114.XXX.XXX.38)
과찬의 말씀, 송구스럽습니다.
더욱 정진하여 애독하시는 여러분께 보답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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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3 17:42:48
0 0
백문경 (101.XXX.XXX.173)
인생 후반기의 여정이 참 아름다우십니다. 저도 그런 아담한 길을 가려고 애쓰고 있는데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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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1 06:13:18
0 0
오솔길 (114.XXX.XXX.38)
고맙습니다.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힘자라는대로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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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11 15:17:23
0 0
정범구 (175.XXX.XXX.182)
선생님, 축하드립니다.
글이 곧 인품인 것을 선생님 글 읽을 때 마다 느끼고 있습니다.
더욱 건강하셔서 후학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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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7:56:51
0 0
오솔길 (114.XXX.XXX.38)
감사합니다. 더위에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항상 졸문 읽어 주셔 부끄럽습니다.
건강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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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8:13:18
0 0
김창식 (1.XXX.XXX.69)
흠모하는 우경 선생님을 모시고 함께 글을 써 기쁘기 짝이 없습니다.
<사하촌>을 쓴 소설가 김정한 '선생님'이 '선생님'의 '선생님'이시군요!
부디 오래도록 건강하셔서 후학들을 이끌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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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2:06:24
0 0
오솔길 (114.XXX.XXX.38)
녜, 어릴 적과 장성한 뒤에도 김정한 선생 훈도 많이 받었습니다.
바쁜 일과 속에서도 시간 내 주셔 다 같이 우리 귀중한 모임의 창립
자축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더욱 자중자애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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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8:22:01
0 0
장영희 (39.XXX.XXX.70)
멋져요. 두 다리 뻗고 자는 것이 최고죠. 선생님의 후반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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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1:23:24
0 0
오솔길 (114.XXX.XXX.38)
녜,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이제부터 시작하는 기분으로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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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8:08:58
0 0
자작나무 (223.XXX.XXX.33)
브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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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09:41:27
0 0
오솔길 (114.XXX.XXX.3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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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8:04:43
0 0
프란 (14.XXX.XXX.219)
늘 함께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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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09:23:12
0 0
오솔길 (114.XXX.XXX.38)
주위에 계시는 여러분 덕택에 행복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계속 밀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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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8:02:52
0 0
꼰남 (220.XXX.XXX.208)
노래는 부르는 사람의 것이고 글은 쓰는 사람의 것이라 생각합니다.
늘 그 주인공이 되셔서 우리 글이 주는 기쁨과 감동 잘 누리시기 바랍니다.
소개된 사진 공로패 받으실 때 수상자로 단상에 모셔놓고
사회자 바꾸느라 한참 서 계시게 할 때 좀 민망해 보였는데
선생님은 참 의연하셔서 박수 더 세게 쳐드렸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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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09:06:59
0 0
오솔길 (114.XXX.XXX.38)
고맙습니다. 어렇게 말어주시는 분이 계시니,
더욱 힘 내 글을 쓰게 됩니다.
앞으로도 계속 울이 되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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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7:58:24
0 0
이규성 (220.XXX.XXX.240)
머리가 숙여집니다.
지금처럼 컬럼을 계속 쓰시면 우리말 공부 하실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가르치실 수 있는 실력이십니다.
계속하시는 부단의 노력이 존경스럽습니다.
100세 건강 Figh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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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08:24:00
0 0
오솔길 (114.XXX.XXX.38)
아직 갈길이 멀다는 것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배전의 정진을 하겠다는다짐을 잊지 않습니다.
계속 애독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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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7:53:32
0 0
한 팡세 (118.XXX.XXX.250)
존경합니다. 저도 작가는 죽는 그 날까지 글을 써야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의 글을 읽고, 과연 저 자신과의 약속이 지켜질까 슬그머니 겁이 납니다. 정말 감동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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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07:45:59
0 0
오솔길 (114.XXX.XXX.38)
고맙습니다. 열심이 죽을 때까지 서로 노력합시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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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17:49:08
0 0
박경용 (59.XXX.XXX.138)
황선생님글을 늘 읽고 있습니다. 글에서 인품의 향기가 느ㅕ집니다. 글이 곧 사람이다라는 옛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건강관리 잘하시어 글활동 오래하시시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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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9-09 07:45:14
0 0
오솔길 (114.XXX.XXX.38)
과찬의 말씀, 송구스럽습니다.
계속 성원해주시기 바랍니다.
답변달기
2016-09-09 17:42:39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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