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검색어 : 자유칼럼, 에세이
> 연재칼럼 | 정달호 타임 앤 타임
     
참을 수 없는 괴로움 : 어떤 공공(公共)의 공간
정달호 2016년 09월 21일 (수) 02:13:01

제목을 가급적 덜 불쾌한 느낌으로 잡다 보니 내용과 어울리지 않게 고상한 느낌을 줄 듯도 합니다. 그 공공의 공간이 다름 아닌 공중(公衆) 화장실이기 때문입니다. ‘화장실 문화’라 해서 공중 화장실을 집 화장실보다 더 근사하고 쾌적하게 만들자는 운동이 오래전부터 있어온 것으로 압니다. 누구나 바깥에 나가서는 이따금 이용해야 하는 공간인 만큼 쾌적한 화장실을 만들고 유지하자는 것은 바람직한 운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좋은 움직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공중 화장실에서 괴로운 시간을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이용하는 데 따른 통상적인 악취를 훨씬 넘어서는 악취 때문입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를 글로 쓴다는 것 자체가 좀 민망하기도 합니다만 이렇게라도 공개적으로 지적을 하는 것이 화장실 문화를 지키고 높이는 일일 것 같아 몇 마디 쓰게 되었습니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서 어쩌다 공중 화장실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지은 지 오래지 않은 공항 전철 역사 안이라 상당이 청결할 것이란 기대를 가지고 들어갔는데 문을 열자마자 심한 악취가 났습니다. 다른 데에 비해 공간도 넓은 편에 변기도 깨끗하고 화장지도 잘 비치되어 있는데 구석에 놓인 휴지통이 넘쳐나고 있었습니다. 악취는 바로 여기서 나는 것이었습니다. 그냥 나가버릴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코를 막아서 될 일도 아니라서 정말 참을 수 없는 괴로움을 겪다가 나왔습니다. 전철뿐 아니라 도로상의 대합실이나 휴게실, 영화관, 도서관, 식당, 카페, 학원을 비롯한 모든 공공의 공간에서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한때는 화장지가 아닌 종이를 사용함으로써 변기가 막히는 경우가 있어 일부러 휴지통을 이용토록 권장하기도 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화장지의 품질이 높아져서 웬만큼 무리하게 사용하지 않는다면 쓴 화장지는 그대로 배수관을 통과해 나가게 돼 있는데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공공장소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만에 하나 사용된 휴지로 인해 배수관이 막히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사용한 휴지를 쓰레기통에 버리도록 은근히 권유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고객이 멋대로 버려도 나는 그만이라는 식인가 봅니다. 그러나 사용자나 청소원의 입장에서는 상당한 불쾌감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므로 이런 행태는 하루 속히 시정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드물게 겪는 이런 참을 수 없는 불쾌감은 후각적 기억에 한동안 남아 우리의 정서를 괴롭힌다는 점에서 ‘감각의 트라우마’라고까지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 불쾌감을 겪은 다음에는 다시 그 장소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도 않을 것입니다. 누구나 겪으면서도 그 괴로움을 토로하지 않아 방치되고 있는 이런 유(類)의 불쾌감과 불결함은 사회 전체적으로 위생에 대한 수준을 낮추는 것입니다. 시민들이 이런 불쾌함을 겪지 않도록 하는 게 어떤 면에서는 소극적인 공공복지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시 화장실 문화로 돌아와서, 요즘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지만 대부분의 공공장소에서 남녀 화장실 공간의 비율이 1:1로 되어 있는 것은 여성의 편익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실질적 불평등 현상이므로 조속히 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나아가 대개 작은 업소에서 볼 수 있는 남녀 구분 없는 화장실은 범죄의 현장이 되기도 했던 만큼 시급한 개선책이 요구됩니다. 악취가 주는 괴로움이란 점에서는 가급적 화장실을 넓게 만들어 사용자들 간에도 악취가 전해지지 않도록 배려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괴로움이나 불쾌함이 가장 현저한 곳 중 하나가 바로 서울 광화문의 정부중앙청사 건물일 것입니다. 서서 일을 보는 사람들과 앉아서 일을 보는 사람들 간에 얇은 문짝 외에는 사람 한둘 지나갈 수 있는 공간밖에 없어 악취가 요즘 아이들 말로 장난이 아닙니다. 대부분 공공장소의 화장실들이 대체로 이런 열악한 형편에 놓여 있을 것입니다.
 
쾌적한 공중 화장실은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도 합니다. 저의 경험으로서는 스위스 열차의 화장실이 집 화장실보다 더 청결했다는 기억이 있습니다. 사용하는 사람 각자가 원래의 청결한 상태가 유지되도록 작은 수고를 한다면 화장실을 포함한 공공시설들이 항상 청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스위스는 청결뿐 아니라 다른 모든 공중도덕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세계 일류국가입니다. 일본의 경우에도 공중 화장실이 우리보다 훨씬 청결할 뿐 아니라 어떤 곳은 비데(bidet)까지 설치되어 있음을 봅니다. 저는 비데야말로 다른 문명의 이기(利器) 못지않게 나날이 인간에게 작은 행복을 가져다주는 장치라는 생각을 합니다. 제 아무리 왕후장상이라 하더라도 비데는커녕 수세식 변기도 없는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매일 겪을 수밖에 없었던 괴로움과 불편함을 생각하면 현대에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호사를 누린다는 생각마저 드는 것입니다. 
 
기왕 화장실 얘기를 하는 김에 꼭 지적할 게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두루마리 화장지 사용에 관한 것입니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어떤 식당에 가서 기겁을 하는 것이 바로 두루마리 화장지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사용하는 행태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화장지란 화장실에 있어야 하는 것인데 이 화장지가 식탁 위해 버젓이 자리하고 있으면 어쩐지 비위생적이란 생각에 더하여 밥을 먹으면서도 화장실에 관련된 불쾌한 연상이 떠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앞당기고자 하는 마당에 공공시설과 공중위생을 맡은 각 기관들은 이런 것을 바로잡는 데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아주 사소한 일처럼 보여도 작은 것부터 바로잡아 나가야 큰 것도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선진국이 되기 위해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우선 공중위생, 공중도덕과 공공질서를 바로 세우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이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입니다.
자유칼럼그룹은 특정한 주의나 입장을 표방하지 않습니다.

ⓒ 자유칼럼(http://www.freecolum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칼럼의견쓰기(12개)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가곡 (213.XXX.XXX.99)
70-80년대에 외국인 손님을 우리나라에서 만날 때 마다 늘 우리나라 문화의 일상적인 것들을 보여주고 싶어 대중음식점과 주점 등에서 접대를 하곤 했는데 그때마다 부끄럽고 민망한 것이 화장실 문제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부끄러움을 감수하고라도 우리 대중문화를 보여 줘야 하는 것인가를 늘 고민했습니다. 90년대 중반 이후 쯤 부터 조금 나아지기 시작했는데 아직도 공공화장실을 비롯해 관리가 잘 안되는 곳이 많습니다.

흑백분리정책이 한참일 때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어느 곳에 가도 화장실이 넷이 있었습니다. 둘은 백인 남녀, 둘은 비백인 남녀가 쓰는 곳이지요. 화장실을 갈 때 마다 양쪽을 모두 들어가 보고 유심히 관찰을 했는데 백인 화장실이 압도적으로 깨끗합니다. 어떤 동양인은 백인 화장실에 가면 '드러눕고' 싶은 생각이 난다고 합니다. 백인 화장실이 깨끗한 이유 중의 하나는 백인들은 용변을 보고 (물론 남자들의 경우) 소변이 한 방울이라도 바닥에 떨어지면 화장실 안에 있는 걸레로 닦아 놓고 나갑니다. 손을 씻고 물이 세면기 주변에 떨어지면 (늘 세면기 주변에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인데) 휴지로 자기가 떨어뜨린 물을 닦아 놓고 나갑니다.

반면 비백인 화장실은 종이가 나뒹굴고 소변냄새가 나고 소변기 앞(밑)에는 늘 소변 자국이 누렇게 쩔어 있습니다. 이런 것은 인종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것인가를 얘기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과거 남아공의 백인과 비백인 사이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가 지금 예를 든 과거의 남아공 백인을 능가하지 못하고 있다면 그 정도가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십 수년 전에 일본의 젊은 남자(남편?)들이 여자들 처럼 바지를 내리고 변기에 앉아서 소변을 보는 비율이 60퍼센트라든가 하는 얘기를 일본에 가서 들었습니다. 이유는 남자들이 변기 앞에 서서 소변을 보면 자연히 소변이 옆으로 튀는데 그것이 불결하니 아예 여자들 처럼 앉아서 일을 보라는 닥달 때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후 지금껏 저는 우리 나라 남자들한테 틈이 나면 물어 보곤 합니다. 용변 후 변기를 닦느냐고. 대부분은 아니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왜 닦느냐고 반문도 합니다. 자기 집에서도 솔선하지 않는 사람들이 공중 화장실을 잘 사용할리가 없겠지요.

길게 쓸 수도 없으니 제가 오는 드리고 싶은 말씀은 혹시라도 자기 집 변기를 청소하지 않는 남자분들 계시면 오늘 부터라도 변기 세척, 청소를 가족의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말고 직접 전담해 보시라는 것입니다.
답변달기
2016-09-22 22:18:30
1 0
정달호 (211.XXX.XXX.187)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자기 집에서부터 실천하는 것이 공중문화를 바꾸는 첩경입니다.
답변달기
2016-10-19 07:50:55
0 0
최석권 (58.XXX.XXX.64)
아주 지당하신 말씀 입니다.
100% 동감입니다.
답변달기
2016-09-22 22:40:50
0 0
김종우 (121.XXX.XXX.50)
그렇습니다. 작은 것이 큰 것을 대변하는 법입니다. 작은 일 하나 세심하게 잘 보살피면 그것이 곧 큰 일을 어떻게 하는가 하는 것을 짐작케 하지요. 옛날에 비하면 정말 많이 좋아졌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곳이 꽤나 있는 듯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 각자의 의식과 실천이 따라야 하겠지요.

기분 좋은 화장실에서 나오면 그 하루는 정말 행복합니다. ^&^
답변달기
2016-09-22 15:54:08
0 0
최석권 (58.XXX.XXX.64)
동감입니다.
화장실 변기사용문제에 더하여,
화장실 수돗물 좀 아껴쓰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수도물을 틀어 놓고 딴일하는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이 솔질할 때는 수돗물 틀지 말고 이를 충분히 닦은 후에
입가실 때 수돗물을 사용하였으면 좋겠구요.
사용후 수도꼭지 꼭 잠그었으면....
답변달기
2016-09-21 23:32:04
0 0
오마리 (24.XXX.XXX.239)
가장 중요한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셨습니다.
이곳 캐나다의 한국 식품점 식당 화장실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해가 안되고 다른 민족들이 볼까봐
신경이 쓰입니다. 수치스럽거든요.
특히 한국 방문때마다 그게 불쾌했지요. 단 수준있는 백화점 화장실은 그런 휴지통이 없어 다행이었어요
또한 두루말이 화장지 문제 30 년 전에 미국 이민 온 사람들이 그런 경우가 있어 웃기도 했지만 지금도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 ....
답변달기
2016-09-21 13:18:22
1 0
꼰남 (220.XXX.XXX.208)
'좋은 이용자가 좋은 화장실을 만든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우리의 민도 자체가 이 정도임을 웅변하는 현실이죠.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나는데요.
"5·6·7·8호선 화장실에는 휴지통이 없습니다"
눈을 돌려 보면 좋은 화장실도 많이 있습니다.
답변달기
2016-09-21 09:17:41
0 0
정달호 (211.XXX.XXX.187)
바로 얼마 전에 7호선과 겹치는 전철역 공중공간을 이용한 적이 있는데 말씀하신 대로 악취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양변기 하나에 전통식 하나밖에 없어 후자를 이용하느라 나름대로 불편이 있었음을 기록으로 남김니다. ㅎ ㅎ 어쨌든 좋은 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모든 노선에서도 이와 같은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답변달기
2016-10-19 07:54:22
0 0
자작나무 (221.XXX.XXX.190)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공공성의 확보야말로 공적 공간뿐만 아니라
여타의 영역에서도 중요한 것이지요.
가령 공직을 사적 전리품쯤으로 여기는 힘있는
자들의 횡포,엽관주의자들, 이른바 '영혼없는 관료들'의
비공공적 행태에서 나오는 악취는 공적 / 사적 공간을
가리지 않고 진동하게 되지요.
답변달기
2016-09-21 07:39:17
0 0
정달호 (118.XXX.XXX.35)
좋은 말씀입니다.
답변달기
2016-09-21 09:13:17
0 0
한 팡세 (118.XXX.XXX.250)
절대적으로 공감가는 글입니다. 어느 집에 다서도 화장실을 보면 그 집 안주인의 성격을 알 수 있다고 합니다. 화장실은 그 도시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장소입니다. 화장실이 깨긋하면 왠지 기분이 좋습니다. 화장지는 변기에 버려도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막힐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이용자에게는 불쾌감으로 온다는 걸 관리자들은 왜 모르는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16-09-21 07:09:35
0 0
정달호 (118.XXX.XXX.35)
감사합니다.
답변달기
2016-09-21 09:14:28
0 0

다음에 해당하는 게시물 댓글 등은 회원의 사전 동의 없이 임시게시 중단, 수정, 삭제, 이동 또는 등록 거부 등 관련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운영원칙]

  • 욕설 및 비방, 인신공격으로 불쾌감 및 모욕을 주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저작권을 침해하거나 불법정보 유출과 관련된 글
  • 다른 회원 또는 제3자의 사생활 침해 및 개인정보 유출
  • 공공질서 및 미풍양속에 위반되는 내용을 유포하거나 링크하는 경우
  • 불법복제 또는 해킹을 조장하는 내용
  • 영리 목적의 광고나 사이트 홍보
  • 범죄와 결부된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내용
  • 지역감정이나 파벌 조성, 일방적 종교 홍보
  • 기타 관계 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되는 경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