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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할까? 체포령 내린 외래식물을
박대문 2016년 11월 11일 (금) 02:42:21

포도청에서 범죄인을 색출, 포획하고자 공개 수배하는 방(榜)을 내걸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어 쳐다보지도 않아 이름도, 성도 모르고 얼굴도 아는 이가 없습니다. 범죄인을 모르니 신고할 수도 없고 숙식을 제공하거나 도망과 은닉을 아무런 생각 없이 도와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라면 범죄인을 체포하겠다는 방이 무슨 소용이 있으며 범죄인은 누가 어떻게 잡을까요?
   
이와 같은 일이 초고속 인터넷 일등 국가이며 버스, 지하철, 커피 방, 식당에서까지 Wi-Fi 가 펑펑 터지고 SNS가 난무하는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하면 누가 믿겠습니까? 하지만 이러한 일이 현재 진행 중입니다.
  
정부에서는 생태계 등에 미치는 위해가 큰 외래생물을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관계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ㆍ고시 했습니다. 이들 생물은 누구든지 자연환경에 풀어 놓거나 식재(植栽)해서는 안 되며, 이를 수입 또는 반입하고자 할 때는 환경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이 땅에서 제거, 퇴치하고 번식을 억제하여야 하는 종으로서 국민 참여와 협조가 절대로 필요한 외래생물입니다.
  
현재 지정 고시된 생태계 교란생물은 20종입니다. 그 낱낱을 보면 황소개구리, 꽃매미 등 식물 아닌 것이 6종이며 식물은 다음의 14종입니다. 즉, 돼지풀, 단풍잎돼지풀, 서양등골나물, 털물참새피, 물참새피, 도깨비가지, 애기수영, 가시박, 서양금혼초, 미국쑥부쟁이, 양미역취, 가시상추, 갯줄풀, 영국갯끈풀입니다. 이들은 말하자면 정부에서 체포령이 내린, 지명 수배된 식물입니다.
  
이들 14종 생태계 교란식물은 번식력이 뛰어나고 생명력도 매우 강해서 주변 다른 식물이 자랄 수 없을 만큼 급속하게 번져 나가 고유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생물 다양성을 감소시키는 등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는 종(種)입니다. 신토불이 정신에 따라 우리의 토종 식물을 보호하고 고유 자생식물의 서식지보존과 생물 다양성 보전을 위해서는 제거해야만 하는 식물입니다. 주변의 다른 식물이 살 수 없도록 휘어 감거나 뒤덮어 햇볕을 차단함으로써 죽게 하거나 급속한 번식력으로 서식지를 독점해가고 있어 생태계의 균형질서를 교란하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는 생태계 교란식물로 14종을 지정, 고시하였지만, 국민은 알지도 못하고 식별도 못 하니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일반인은 그렇다 치고 환경보전운동에 열정을 다하고 전국 방방곡곡의 대규모 사업장을 찾아가 환경보전을 외치는 열성 환경운동가와 시민 환경단체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현재의 실상입니다. 그러는 사이에 이들 교란식물은 맨 처음 발견된 곳에서 주변으로 번져나가 전국적으로 퍼져 이제는 우리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어가고 시름시름 앓고 있습니다.
  
이들 중 서울 주변에서 요즈음 흔히 볼 수 있는 생태계 교란식물로서 서양등골나물과 가시박의 실상을 살펴보겠습니다.
  
북미가 원산인 서양등골나물은 서울 시내 공원과 야산 등 주변에 지천으로 피어 있어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식물은 햇볕이 잘 들지 않은 나무 그늘 밑에서도 목화송이처럼 잎줄기 마디마다 하얀 꽃송이가 무더기로 피어나 마치 눈이 내린 듯 가을 숲속을 하얗게 뒤덮습니다. 꽃이 고와 일부러 주변에 심는 사람도 있습니다. 북아메리카 원산으로 1978년에 서울 남산과 워커힐에서 발견된 이후, 서울의 북한산, 청계산, 아차산, 남한산성 등 서울과 경기도 일대에 빠른 속도로 번져가면서 토종 고유식물의 서식지를 점령해 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생태계 교란식물로서 북미가 원산인 가시박입니다. 1990년 전후에 강원도 철원과 경기 수원에서 발견된 이후 최근 들어 강변을 따라 우리나라 곳곳에 급속히 퍼져 번식하고 있습니다. 가시박은 덩굴손으로 사방에 가지를 뻗고 밀생해 주변 풀과 나무를 뒤덮어 햇볕을 차단하고 생장을 방해하며 큰 나무도 칭칭 감아 올라가서 결국 고사시키고 맙니다. 서울에는 한강 변 일대뿐만 아니라 워커힐 언덕, 하늘공원 경사면 등에 널리 퍼져 있고 전국적으로는 북한강, 남한강, 한탄강, 금강, 낙동강 등의 강변과 하천 변에 기하급수적으로 번져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걱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다행히도 최근 지방환경청을 비롯하여 몇몇 지방자치단체와 일부 환경단체가 ‘국민 참여 생태계 교란식물 퇴치행사’를 개최하는 등 생태계 위해 및 교란식물 퇴치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언론매체의 보도를 보았습니다.
  
사실 1960년대 경제개발에 따른 환경 피해를 인식하고 이를 보전하기 위한 범국민 환경보전활동의 시초는 자연보호 운동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77년 10월 구미 금오산에서 시작한 비닐봉지, 깨진 병 등 쓰레기 줍기 운동이 새마을운동과 함께 자연보호 운동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때 당시에는 각 공공기관과 단체, 심지어 일부 기업들까지 부서별로 돌아가면서 매주 수요일 오후면 인근 산이나 하천의 쓰레기 줍기 활동으로 오후 근무를 대신하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시작했던 환경 보호 운동은 환경 시민운동으로 자연스레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운동이 언제부터인가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의 공공사업과 기업의 사업 활동을 주 대상으로 변질하였습니다.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자연보전활동은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습니다. 정부와 기업의 사업을 반대하는 환경보전활동은 전국적, 조직적으로 하면서도 시름시름 앓고 쇠잔해가는 생태계 훼손과 교란에 대해서는 관심도가 낮고 활동대상에서 멀어지게 된 것입니다. 솔잎혹파리와 재선충이 극성을 부려도 별로 무관심이었습니다. 송충이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1970년대의 송충이 잡기 운동 등 범국민적 환경보호 활동은 이제 전설이 되어버렸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수많은 시민 환경단체, 지역 단위에서 전국 단위의 환경보전단체가 있습니다. 대부분 활동은 환경생태를 이해하고 보전하기 위한, 자연과 환경을 대상으로 하는 실천 활동이 아닙니다. 정부나 기업의 사업 활동을 대상으로 "하세요', '마세요.' 하는 환경보전운동입니다. 이것은 내가 아닌 제삼자, 즉 다른 사람에게 환경보전을 하라는 타인에 대한 실천 요구와 구호일 뿐입니다.  최소한 자신이 포함된 '합시다','맙시다'와 같은 구호와 이에 따른 실천이 아쉽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최근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시작한 생태계 교란 식물 퇴치활동이 시민 환경단체의 주요 활동으로, 나아가 범국민적 환경보전 활동으로 발전하기를 기대합니다. 자연환경의 가장 기본이고 원천은 식물생태계 보전입니다. 이것이 이루어져야만 생물 다양성과 건전하고 지속적인 자연환경이 유지될 수 있고 그 속에서 정상적인 경제 활동이 가능하며 우리의 쾌적한 삶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박대문


환경부에서 공직생활을 하는 동안 과장, 국장,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역임했다. 우리꽃 자생지 탐사와 사진 촬영을 취미로 삼고 있으며,
시집 『꽃벌판 저 너머로』, 『꽃 사진 한 장』, 『꽃 따라 구름 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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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 (211.XXX.XXX.21)
오랫 만에 뵙습니다. 반가운 인사를 드린다는 것이 글을 올리신 시기에 비해 너무 늦었네요.^^
답변달기
2016-12-01 14:19:28
0 0
cykswgwp (222.XXX.XXX.180)
좋은 지적 감사합니다. 우선 교육이 필요하고, 환경운동에 걸맞는 과제입니다. 다 같지는 않으나, 사악한 운동가들도 있습니다. 규제해지 정보나 끌어내서 실익이나 취하는 사람들 말입니다.금년은 칡덩쿨이 너무 많이 우거져 수림 피해가 우려됩니다. 지자체가 관심 가져야할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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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7 10:08:25
1 0
ehlsehf (113.XXX.XXX.197)
공감합니다.
서울 근처를 오랫동안 벗어나본 적이 없으나,
제가 사는 분당근처의 야산이나 천변에는 더이상 쑥부쟁이꽃 보기가 힘듭니다. 그 지천으로 피어나던 연보랏빛 쑥부쟁이 말입니다.
그대신 쑥부쟁이가 피어날만한 자리에는 어김없이
허어연 서양등골나물이 가득 자라고 있습니다.
마음이 편치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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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11 08:5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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