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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북핵과 사드 교환을 중개(仲介)해라
신현덕 2017년 01월 12일 (목) 00:02:46

조선 태종 때의 일입니다. 명나라 정보기관 소속인 황엄이 황제의 문서를 가지고 사신으로 올 때, 조선 조정은 문서의 성격을 통보받지 못해 우왕좌왕했습니다. 무릇 외교문서(조약, 양해각서, 메모, 친서 등)란 종류에 따라 처리하는 방식이 각각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것이 없는데, 명나라는 일부러 문서의 종류를 알리지 않았습니다.

조선 조정은 황엄이 벽제역에 이르렀을 때 예관을 보내 마지막으로 “대인(大人)이 받들고 오는 것이 조서(공문서, 왕이 예복을 입고 접수함)인지 칙서(친서, 왕이 일상복 차림으로 받아도 됨)인지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황명(皇命)을 맞이하는 예(禮)를 이제까지 정하지 못하였다”고 알립니다. 황엄은 “칙서입니다. 국왕이 있는 곳에 이르러 개독(開讀, 열어서 읽음)할 때까지 기다리십시오”라고 답했습니다. 우리 예관은 그 자리에서 칙서라고 하니 임금이 일상복 차림으로 문서를 접수하겠다고 조정의 의전절차를 전달했습니다.

황엄은 그러나 “공복(公服)을 착용함이 마땅합니다”라며 조서로 대우하라고 주장했습니다. 예관이 “우리나라에서 중국 조정의 예제(禮制)를 준용하는데, 조서를 맞이하는 외에는 공복을 감히 착용하지 못합니다” 하니, “황엄이 매우 노하였다”고 실록은 적고 있습니다.

조정은 황엄의 노여움에 끌탕을 했습니다. 태종이 다시 예관을 보내어 그 가부(可否)를 확인하려고 시도했습니다. 예관이 중국의 예법 책을 놓고 조목조목 따지자 그때서야 황엄이 “그렇다면, 시복 차림으로 맞이함이 가하다”고 인심 쓰듯 말합니다. 일개 사신이 조금도 삼가거나 어려워함이 없이 아주 무례하게 굴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황엄이 제주에 직접 가서 구리로 된 명나라 소유의 부처를 가져가겠다고 하자 우리 조정이 발칵 뒤집혔습니다. 명분은 부처 회수였지만 실제는 조선 전역을 염탐하려는 의도였습니다. 황엄이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와 내통하고, 편들고, 감싸주고, 보호하던 조선의 관리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 조정은 사신이 간첩질을 하려는 것을 막아야만 했습니다. 태종이 그 중심에서 황엄과 맞서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난달에 있었던 한 중국 공무원의 국내 행보가 순순히 받아들여지지 않고, 언짢은 느낌이 들며, 기분이 몹시 상합니다. 천하이(陳海) 중국 외교부 아주국 부국장이 우리 외교부가 간곡하게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 와 정·재계를 휘젓고 다녔습니다. 우리 외교부와는 접촉하지도 않았습니다. 천하이는 중국 외교부에서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THAAD)를 담당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 일각에서 사드에 대한 다른 의견이 나오는 시점에, 그가 방한한 것이 매우 불편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가 만난 국회의원, 기업인, 시민 (어느 대선 주자도 있다는 소리가 들렸었고), 언론인 등은 어떤 역할을 했을까요? 그의 행보는 조선시대 황엄만큼이나 무엄했습니다.

왕이 외교부장도 우리나라에 배치되는 사드 반대를 올해 중국 외교 방향의 핵심 중 하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기존 목표를 굳건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하면서도 이같이 토를 달았습니다. 중국 고사 모순(矛盾)을 생각하게 하는 말입니다.

우리는 북한에서 출격한 폭격기가 핵을 싣고 우리 영공을 침범해 공격하려 할 때는 지대공 미사일이나 전투기로, 저고도로 날아오는 미사일은 패트리어트 등으로, 잠수함에서 날아올 것은 잠수함과 대잠수함 공격기와 어뢰 등으로, 고고도로 날아오는 것은 사드로 막아 낼 것입니다.

정부는 사드 배치가 우리 국가의 의무와 통치 행위라는 것을 중국에게 분명하게 밝히십시오. 그리고 중국에게 엉뚱한 일 그만하고 북한의 핵 및 미사일 제거와 우리나라에 배치될 사드 철수를 중개하라고 요구하십시오. 하지만 문제 해결에는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릴 겁니다. 중국인들이 북핵 제거와 우리나라의 사드 불필요성을 공평하게 인식하려면, 아마도 그들이 우리말을 조선어가 아니라 한국어(그들은 수교 25년째인 지금도 대학에서 가르치는 한국어 과목명을 조선어라고 부름)라고 할 때나 가능할 겁니다. 그때까지는 전 국민이 마음을 굳게 다잡으며, 중국의 물질적 유혹에 혹하지 말고, 사드 등으로 반드시 우리 주권과 영토를 굳건히 지켜야만 하는 것이 역사가 가르치는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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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엄 (223.XXX.XXX.238)
황엄이 무엄하다면,
싸드 부지 찾아 전국을 자유통행하고 맘대로 부지 선정한 미군들은 뭐 덜 무엄한가
싸드가 그리 필수라면 우리 돈으로 사야지 그걸 왜 미군 자산으로 들여오니?
사대강 할 돈으로 싸드 포대 10개 깔지 그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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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3 09:34:02
0 0
신현덕 (203.XXX.XXX.113)
중국은 안보를 훼손하고
미국은 동맹으로 우리의 안보를 함께 방어하는 것 아닌가요?
싼값으로 영토 방어하는 것이 나쁜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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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3 16:07:16
0 0
싼값으로? (223.XXX.XXX.87)
싸다구? 이게 싼가? 비용 대비 효과는 생각하고 하는 말인가 푸하하

중국이 안보를 훼손한다고? 그렇다면 그런 나라와 FTA를 왜 맺었지? 그런 나라와 "동맹 바로 밑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지? 그런 나라의 군대 열병식에 시진핑 옆에서 손을 흔들었지?

이 모든 건 누가 했나? 문재인이 했나?
싸드 관련 이러저런 문제를 제기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면 비난은 제대로 방향을 잡고 해야지?
왜 맨날 야당 국회의원 타령이야? 양심이 있어봐라 좀 언론인 직업정신 따윈 바라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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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4 12:55:08
0 0
오마리 (211.XXX.XXX.83)
소신 있는 글 감사합니다
요즘 조선 동아에 소신 있는 글 쓰는 논설 위원이 있어 기뻤습니다
중앙의 김진 논설위원 도 좋았고요 동아의 허문명 여성 논설도 좋습니다
신문들에 매우 실망하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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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3 03:48:50
0 0
신현덕 (203.XXX.XXX.113)
멀리서 응원해 주셔서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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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3 16:00:38
0 0
오마리 (211.XXX.XXX.83)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그런데 7~8명의 더민주 국회의원들이 중국에 가는 행태를 보세요
때가 어느 때라고.....매국행위를 하는 더 민주의 지지율이 높은ㄷ걸 이해할 수 없어요
어떤 국가관을 가진 국민들이 이런 당을 지지하는지 그런 국민도 매국하고 있음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들이 다녀온 후에도 중국 전투기가 한국 영공을 나르는 걸로

한마디로 더미더미 입니다
이들에게 나라를 맡겼다가는. 필리핀 이나 베트콩 국가처럼 전락할 것입니다
향후 십년 국가의 미래가 좌우 될 것입니다. 난세 난세 총체적 난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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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3 03:44:23
0 0
꼰남 (220.XXX.XXX.208)
가히 '모순(矛盾)'이란 단어를 탄생시킨 나라 사람다운 주장입니다.
우리도 모순을 모순으로 대응하는 멋진 방도가 어디 좀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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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2 11:23:15
0 0
신현덕 (203.XXX.XXX.113)
감사
타이완을 포기한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수교하면서 중국에게 북한과의 관시처럼 우리는 타이완과 관시가 있다고 주장해야했는데
중국이 주장하는 관시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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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3 16:03:59
0 0
자작나무 (221.XXX.XXX.190)
무거운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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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2 08: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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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덕 (203.XXX.XXX.113)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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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3 16:04:21
0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