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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바마 대통령
이정원 2017년 01월 20일 (금) 00:03:32

2009년 5월 8일 이임하는 백악관 근무 국가안보회의 직원인 칼턴 필라델피아의 아들이 부모를 따라 취임한 지 몇 달 지나지 않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만난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저도 비슷한 머리 모양인데요. 혹시 같은 느낌이 나는지 대통령님 머리 한 번 만져 봐도 되나요?” 아이의 이 돌발적이고 엉뚱한 말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웃으며 고개를 숙이자, 아이는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대통령의 머리를 만져봅니다. 아이가 대통령의 머리를 만지는 모습은 그대로 카메라에 담겼습니다. 백악관 수석 사진가인 피트 수자가 찍은 이 사진이 공개되자, 누리꾼들은 어린 아이의 요청을 거부하지 않고 응해준 오바마 대통령의 친근한 모습에 환호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파이더맨’ 복장을 한 아이의 공격에 장단을 맞춰주고 병원놀이를 하는 아이 앞에서는 기꺼이 환자가 되어주는 등 아이들에게 친절한 한 모습을 보이는 정치 지도자로서의 솔직하고 따뜻한 마음가짐에 온 국민이 박수를 보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어땠을까요? 부모는 황급히 어린 아들을 끌어당기며 “그러면 안 돼” 하고 아이를 혼냈을 것이며 대통령 역시 “어른 머리 만지면 다른 사람들이 나쁜 애라고 해요. 악수나 한 번 할까?” 하고 아이를 머쓱하게 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할 수 있다.(Yes, we can!)’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만 47세에 미국 역사상 다섯 번째 젊은 나이이자 첫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오바마는 9·11사태로 충격에 빠진 미국 사회에 ‘희망’과 ‘변화’를 화두로 제시하면서 활기를 잃은 미국을 다시 위대한 미국으로 복귀시키려는 밤하늘에 빛나는 샛별로 떠올랐습니다. 제2의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연상케 했습니다.

민영보험에만 의존하는 의료보험에서 벗어나 모든 국민에게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오바마 케어’ 의료개혁법안을 통과시켰고, 9·11테러의 주범인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대통령 전용 의자를 합동특수전사령부 부사령관에게 내주고 한 구석에 간이식 접이의자에 쭈그리고 앉은 대범한 리더십의 모습, 이란 핵협상 타결에 이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에서 열린 총기 난사 사건으로 숨진 핑크니 목사의 장례식장에서 추모사를 하던 중 갑자기 ‘어메이징 그레이스(놀라운 은총)’라는 찬송가를 부름으로써 재임기간 중 최고의 순간으로 기억되게 하는 극적 장면을 연출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단교 54년 만에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비록 트럼프 차기 대통령에 의해 폐기될 것으로 보이지만 일본 등 12개국과의 TTP협상 주도와 한국에서의 사드 배치 추진 등 괄목할 만한 정책을 펼쳤으며 미 국민의 찬사와 지지로 대중적이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치는 정치인으로서 현대사에 우뚝 섰습니다.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린이와 눈빛을 마주칠 수 있는 지도자는 국민과도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입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권위를 내려놓았지만 권위를 지킨 대통령입니다. 대중의 심리를 꿰뚫고 국민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이를 실천하려고 노력해온 대통령이었습니다. 떠나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바마의 탈권위적 정신은 특히 어린이를 좋아하고 사랑했을 뿐만 아니라 최하위 노동자들과도 스스럼이 없기로 유명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백악관 행정동 건물 복도를 지나면서 왼손잡이 손으로 청소노동자와 주먹을 맞대며 인사하는 모습이 보도되면서 많은 국민들의 박수를 받았습니다. 언론은 극찬하였습니다. 국민 곁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는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정치가는 권위를 세울 때도 있어야 하지만 때로는 권위도 내려놓은 줄 아는 서민적인 모습을 보여야 대다수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입니다. 그런 정신이 있어야 올바르게 국가를 이끌어 갈 수 있습니다. 대통령이 솔선수범하는데 따라가지 않을 국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어찌 보면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민의 군중심리를 가장 효율적으로 이용한 지도자입니다. ‘군중을 지배한 자가 세상을 지배한다’고 설파한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이 생각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5월 5일 어린이날에만 청와대를 개방하고 대통령이 어린이들과 놀이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어쩐지 연출된 느낌이라고 생각되어 가슴에 와 닿지가 않습니다. 선거 때만 되면 으레 어린이를 앉고 있는 모습을 홍보지에 그럴듯하게 싣는 국회의원 출마자들, 지자체 단체장과 지자체 의원, 교육감 후보자들의 ‘쇼’를 보면서 미국 대통령의 진정성에 얼마나 접근하고 있는지 쓴웃음을 짓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국 시간 1월 10일, 그렇게 어린이들과 국민을 사랑하던 오바마 대통령이 “한 번 더!”를 연호하는 국민들 앞에 55%라는 경이적인 지지율을 남겨두고 백악관을 떠나는 이임 연설을 했습니다. 국민의 편에 서서 9번의 ‘용의 눈물’을 흘린 오바마는 오늘, 레임덕 없이 8년간의 대통령 직무를 수행하고 떠납니다. 한없이 부러운 오바마 대통령에게 뜨거운 환송의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탄핵 심판을 받고 있습니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각료, 측근 참모, 수많은 고급공무원, 각종 연구단체의 연구원 등 인재 풀이 있으면서도 이들을 외면한 데 있습니다. 권위와 독선을 내려놓고 동심으로 돌아가 꾸밈없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듣고 토론했다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입니다. 동심의 세계에서는 권위나 체면이나 의도된 연출이 없습니다. 오직 진정성만 있을 뿐입니다. 그게 소통의 정치입니다.

지금 벌써 다음 대선을 앞두고 많은 예비 주자들이 갖가지 선심과 달콤한 유혹의 말로 유권자들을 끌려고 분주히 뛰고 있습니다. 다음 대통령은 어린이의 머리와 가슴이 통하는 대통령을 뽑아야 합니다. 그래야 거짓 없는 솔직한 지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쇼’와 ‘말잔치’의 대통령을 뽑아서는 국가와 국민 앞에 밝은 미래가 보장되지 않습니다. 군중심리에 편승하는 권위주의적 대통령을 뽑는다면 우리는 진정한 대중민주주의 정착을 위해 또 한 번 피를 흘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미국은 어린이 천국입니다. 어린이날이 따로 없이 1년 365일이 모두 어린이날입니다. 자유롭게 뛰어놀며 자라는 미국 어린이 모습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그렇게 자란 어린이들이 이 다음에 커서 사회를 이끄는 정정당당한 견인차가 될 것임은 불문가지입니다. 어린이를 사랑하는 대통령, 우리나라도 그런 대통령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정원
시조시인. 1939년 충남 예산 출생.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고대신문 편집국장 역임. 공직에서 정년퇴임. 2005년 계간 ‘현대시조’ 신인문학상으로 등단. 한국시조시인협회·한국문인협회 강남지부 회원. 현대시조 ‘좋은작품상’ 등 수상. 시조집으로 ‘얼레와 어금니’ 등 3권과 산문집 '코드 55' 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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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원 (203.XXX.XXX.62)
아침 일찍 댓글 고맙습니다.
어린이를 대접하는 나라에서 그 국가의 미래를 보게 됩니다.
우리는 언제 자상하지만 카리스마가 넘치는 훌륭한 지도자의
모습을 보게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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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0 09: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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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경 (58.XXX.XXX.169)
이정원 님의 글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권위란 국가원수가 인위적으로 꾸민 거창한 외형에서 나오는게 아니라, 국민들과의 인격적인 관계속- 소통- 에서 자발적인 마음으로 우러나오는 것이지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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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20 07:5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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